사랑을 팝니다.
깡마른 골목길
건조한 모퉁이를 돌아들어
먼지 앉은 구멍가게에 가면
사랑을 팝니다
냄새만 맡아도 혀끝이 짜릿한 풋사랑
하얀 막대기에 꿴 달달한 사랑
한입 깨물면 눈물이 날 것 같은 슬픈 첫사랑
돈은 필요 없어
돈으로 살 수 있는 건 포장뿐이지
사랑을 사고 싶다면
너도 누군갈 사랑하면 그만이지
무표정한 얼굴로
먼지 않은 구멍가게 주인은
그렇게
사랑을 팝니다
비척대는 골목길을 한달음에 달려와
뿌옇게 먼지 낀 유리문을 열면
무표정한 주인은
나를 보며 말합니다
누군갈 사랑해 본 적 없는 사람에게 팔 사랑은 없어
하지만 전 지금 사랑에 빠졌어요
그렇다면 왜 사랑을 사려하지
사랑을 받고 싶으니까요
사랑은 받는 거지 사는 게 아니야
하지만 당신은 사랑을 팔잖아요
세상에 팔 수 없는 건 없어
살 수 없는 게 있을 뿐이지
사랑을 팝니다
오늘도 구멍가게 간판에 불이 들어옵니다
하지만 난 사랑을 살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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