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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

[아이디어] 그놈이야 "그놈이야!" 어둠 속을 가리키며 부들거리던 그가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발작을 일으켰다. 허옇게 눈을 까뒤집고 경련하는 그의 몸을 부둥켜 안은 채 나는 뒤틀린 그의 손 끝이 향한 곳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검은 모자를 쓴 사내도, 유령같은 연쇄살인마도 없었다. 그가 틀렸다. 3동의 이씨도, 6동의 정이 언니도, 805호 순녀 할머니도 살해된 게 아니었다. 단지 그렇게 죽었을 뿐이다. 그렇게, 약을 마시고 차도로 뛰어들고 보행기를 대신하던 유모차를 발판 삼아 12층 아래로 몸을 던졌을 뿐이다. 아니다 내가 틀렸다. 그건 자살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의 말처럼 자살을 가장한 살인일지 모른다. 병마, 가난, 미래가 없는 현실을 교묘하게 이용한 치밀한 계획살인. 그의 눈에는 진짜 살인마가 보이는 건지.. 더보기
[웹툰] 알고있니? 2 더보기
4페이지 미스터리 - 아오이 우에타카 4페이지 미스터리 아오이 우에타카 (2012,39) 매우 특이한 형식의 책입니다. 제목 그대로예요. 4페이지에서 완결되는 미스터리 형식의 엽편 60개가 모여서 책 한 편이 된 거죠. 일본 원서는 2000자 이하 원고지 열 장 이하의 제한이었다고 합니다. 4페이지라니 흥미롭습니다. 사실 제본 상 4페이지라도 첫 페이지에 반절이 제목과 여백인 걸 생각하면 거의 3페이지 내에서 이야기과 완결되는 겁니다. 미스터리란 형식을 위해 차용되는 여러가지 아이디어와 트릭을 제외하고서라도 상당히 압축적으로 글을 쓸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대사의 경우 아무리 짧아도 일반적으로 한줄을 잡아먹으니 최소화함과 동시에 효율적으로 활용해야하죠. 압축과 생략의 묘미를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한 책입니다. 아무래도 형식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