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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reading 100 books

4페이지 미스터리 - 아오이 우에타카

4페이지 미스터리



아오이 우에타카

(2012,39)

매우 특이한 형식의 책입니다. 제목 그대로예요. 4페이지에서 완결되는 미스터리 형식의 엽편 60개가 모여서 책 한 편이 된 거죠. 일본 원서는 2000자 이하 원고지 열 장 이하의 제한이었다고 합니다.

4페이지라니 흥미롭습니다. 사실 제본 상 4페이지라도 첫 페이지에 반절이 제목과 여백인 걸 생각하면 거의 3페이지 내에서 이야기과 완결되는 겁니다. 미스터리란 형식을 위해 차용되는 여러가지 아이디어와 트릭을 제외하고서라도 상당히 압축적으로 글을 쓸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대사의 경우 아무리 짧아도 일반적으로 한줄을 잡아먹으니 최소화함과 동시에 효율적으로 활용해야하죠. 압축과 생략의 묘미를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한 책입니다.

아무래도 형식에 제한이 있고 60편이나 되는 이야기가 모이다 보니 각각의 편차는 있습니다. 하지만 본격 미스터리에 치중하지 않고 다양한 형식을 차용하며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도 보입니다. 미스터리인 척 하다 코미디로 빠지기도 하고, 서술트릭이 나오기도 하고, 생활 미스터리거나 홈드라마 같은 이야기도 있어요. 밀도가 높은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일부러 그런 건지 아니면 분량에 제한을 극복하기 힘들었는지 결말이 모호하거나 내용파악이 힘든 경우도 몇몇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서술트릭을 사용한 록온과 미스터리인척 진행되다 배꼽잡는 반전을 보여준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어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출퇴근 길에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한번에 주르륵 읽기보다는 스도쿠 퍼즐 책 마냥 찔끔찔끔 하나씩 곱씹어가며 숨은 트릭과 의미를 찾아보는 거지요.

출간기념으로 출판사에서 4페이지 미스터리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좋은 작가만 있다면 국내판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4페이지씩 끊어갈 분량으로 만들면 책 분량 편집하기도 좋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