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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reading 100 books

얼굴에 흩날리는 비 - 기리노 나쓰오


 

얼굴에 흩날리는 비

기리노 나쓰오

(2011,38)

작가의 실질적 데뷔작이라고 평해지는 작품임과 동시에 여탐정 미로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입니다. 아직 젊은 시절의 작품이라서 그런지 기리노 나쓰오 특유의 작풍이 덜 잡힌 때문인지 이전에 접했던 작가의 작품보다 편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쟝르적으론 여탐정이 등장하는 하드보일드라고 분류할 수 있을텐데 약간의 추리가 가미되어 마지막에 몰아치는 맛이 있습니다.

무라노 미로는 어느 날 밤 친구 요코의 애인인 나루세의 전화를 받는다. 그가 운영하는 '수상한' 중고차 판매점의 공금 1억엔과 함께 요코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르포라이터인 요코, 야쿠자가 연관된 나루세, 그리고 역시나 야쿠자의 조사원으로 오랜기간 일해온 탐정인 아버지를 둔 미로까지 얽힌 가운데 요코와 1억엔의 행방을 쫓는 조사가 시작된다.

설정만 봐도 정통하드보일드 냄새가 물씬 느껴지지 않습니까. 하지만 미로의 조사와 관련하여 직접적으로 사망하는 인원만 3명이고 네오나치나 페티시즘 같은 정치적이거나 과격해질 수 있는 소재들이 등장하지만 정작 본이야기는 루즈하게 설렁설렁 넘어가는 느낌입니다. 일단 미로도 그렇고 나루세도 그렇고 이렇다할 위기가 없습니다. (하긴 일주일 안에 1억을 찾아서 주인인 야쿠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기본 설정 자체가 위기이긴 합니다만) 게다가 미로에겐 아버지와 그가 속한 대형 구미라는 강력한 빽가지 있고요. 심지어 범인들도 하나같이 찌질하거나 젠틀합니다. 설정만 보고 강렬한 서스펜스나 액션을 기대한 독자라면 좀 실망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루즈한 가운데에도 중간중간 강렬한 이미지들이 등장합니다. 특히 아날로그 시대의 '시체사진수집가' 같은 소재는 얼마나 오싹한가요.

개인적으로 청음 접하는 미로 시리즈를 그 시작부터 보게 되었습니다. 당장 수중에 다음 작품인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이 들려있고요. 여성 탐정이 주인공인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일본 시리즈 물이라니 쉽게 접하기도 힘들거니와 작가가 기리노 나쓰오라면 성찬도 이런 성찬이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