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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reading 100 books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 기리노 나쓰오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기리노 나쓰오

(2011, 41)

작가의 여탐정 미로 시리즈의 두번째 책입니다. 시리즈를 본격적으로 알리게 된 책이고 영화화 되기도 했다는 군요.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56637)

이러저러한 사건들을 격은 후 무라노 미로는 드디어 본격적으로 아버지의 사무소를 이어 탐정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와다 변호사를 통해 소개받은 여성인권운동가 도모베의 의뢰로 레이프(강간)을 다룬 AV 비디오에 배우로 출연한 잇시키 리나라는 여성의 신원파악에 나선 미로는 조사를 진행하며 AV 업계의 어둠과 거기에 연루된 야쿠자 등의 이권세력들과 얽히게 됩니다. 동시에 잇시키 리나가 자해를 하며 끝이나는 비디오가 있다는 루머와 함께 어쩌면 그녀가 촬영중 사망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품게 됩니다. 조사의 국면이 바뀐 순간 죽은 줄 알았던 잇시키 리나로부터의 전화가 걸려오고 그녀의 연락을 받고 나간 의뢰인 도모베가 추락사하면서 사건은 복잡하게 꼬여가고 미로는 탐정으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진상을 파헤쳐나갑니다.

전작에 비해 한층 중첩적이고 더욱 어두워진 이야기는 간단히 요약하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고 이들이 복잡 다단하게 사건에 연루되며 여러 겹의 장치들이 극이 진행되어감에 따라 하나씩 벗겨집니다. 하드보일드로서의 재미도 여전하고 AV라는 선정적 소재를 다룸에 있어서 가벼움이나 흥미위주의 서술을 지양하면서도 독자의 흥미를 계속 유발합니다. 강간을 다룬 AV, 운동권 출신 제작자, 부잣집 마나님, 유명 가수와 인권운동가 그리고 제자와 불륜을 저지른 시골학교 교감 등이 하나의 사건에 얽히는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다는 자체가 놀라우면서도 아이러니 합니다. 마지막 반전과 그것을 위한 장치들을 켜켜이 쌓은 솜씨 등, 추리적 요소들도 만만치 않고 그만큼 전작보다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사악하다고 밖엔 표현할 길이 없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만큼 힘들어요. 반면에 미로의 남성 편력은 참 갑갑합니다. 선천적으로 나쁜 남자 (또는 불행한 남자)에게 끌리는 건가요.

빗방울 화석이란 흥미로운 소재가 중요한 장치로 등장합니다. 화산두석이라고도 하는 건데 쉽게 말해 빗방울의 흔적이 굳어서 화석으로 남은 거네요. 그보단 역시나 책에서 언급 된 연기화석이 어떤 건지 더 궁금하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