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1. reading 100 books

하루 하루가 세상의 종말 - J.L.본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

J.L.본

(2011,43)

좀비 관련 창작물들은 지난세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그 팬층을 늘려왔습니다. 타히티 주술에서 비롯한 단어는 이제 살아 움직이는 시체를 지칭하는 대명사가 되었고 (어원이야 어찌 되었던 말입니다) 다양하게 해석되고 창조될 수 있는 상징성 덕분에 창작자들에게도 사랑받는 소재가 되어 하나의 쟝르를 형성하기에 이르렀지요.

이 책은 현역 미 해군 장교인 작가가 자신의 블로그에 일기 형식으로 연재한 글을 모아서 책으로 펴낸 것입니다. 현재 속편까지 번역 출간이 되었고요.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작가가 군인으로서 근무하며 (이라크 전에 참전하기도 했다는 군요) 듣고 경험하고 생각한 바가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설정 속에 적절히 녹아들어 그럴듯한 디테일을 형성합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해군 파일럿으로 (그러니까 장교) 작가의 페르소나 같은 존재입니다. 그는 좀비 창궐 직전 소집령을 어기고 자신의 집에 은둔하면서 자신의 지식을 총 동원하여 생존하여 보다 안전한 곳으로의 여정에서 동료들을 늘려갑니다. 고립된 집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로드 무비 같은 흐름으로 이어져 마지막 사막 지하의 미사일 기지를 배경으로 좀비가 아닌 인간과의 대결로 막을 내릴때까지 전형적인 좀비물의 공식을 따릅니다. 전형적임에도 끝까지 책을 넘기게 하는 원동력은 앞서 말한 작가 본인의 지식을 활용한 디테일들과 일기란 형식을 통한 짧은 호흡일 것입니다. (블로그를 통한 연재에도 유리한 방식이겠죠)

뛰어난 디테일과 그럴듯한 상활 설정은 실재 아비규환의 현장을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전하여줄 뿐더러 만약 좀비가 나타난다면 이 책을 교본삼아 움직여도 되겠다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단순히 디테일에만 집착하는 것을 넘어 전형적이긴 하지만 서사 자체도 힘이 있습니다. 지루할만 하면 국면을 전환시켜 주의를 환기시키며 무대를 확장하는 방식도 만만치 않고요. 영화화 이야기가 나오는 모양인데 세계대전 Z보다는 극영화 형식에 더 어울리는 원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출판사 황금가지는 좀비 창작물에 대한 관심이 큽니다. 관련 서적들의 번역 출간도 활발할 뿐더러 두 차례에 걸쳐 좀비 아포칼립스 문학 공모를 실시하기도 했지요. 첫회 공모 수상작을 엮은 책도 나왔고요. 그런데 첫회 공모에서 일정 기준을 채운 응모자에게 일종의 참가상으로 약속했던 게 이 책이었는데 그 조건을 채웠고 확인메일까지 받은 저는 책을 받질 못했네요.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기다리다 지쳐 결국 제 돈 주고 사서 봤어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