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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work

[아이디어] 그놈이야



"그놈이야!"
 
어둠 속을 가리키며 부들거리던 그가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발작을 일으켰다. 허옇게 눈을 까뒤집고 경련하는 그의 몸을 부둥켜 안은 채 나는 뒤틀린 그의 손 끝이 향한 곳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검은 모자를 쓴 사내도, 유령같은 연쇄살인마도 없었다. 그가 틀렸다. 3동의 이씨도, 6동의 정이 언니도, 805호 순녀 할머니도 살해된 게 아니었다. 단지 그렇게 죽었을 뿐이다. 그렇게, 약을 마시고 차도로 뛰어들고 보행기를 대신하던 유모차를 발판 삼아 12층 아래로 몸을 던졌을 뿐이다. 아니다 내가 틀렸다. 그건 자살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의 말처럼 자살을 가장한 살인일지 모른다. 병마, 가난, 미래가 없는 현실을 교묘하게 이용한 치밀한 계획살인. 그의 눈에는 진짜 살인마가 보이는 건지도 모른다. 영구 임대아파트 거주 자격 상실이란 흉기를 들이밀고 그를 잡으러 오는 그 시커멓고 흉측한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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