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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헬프 - 테이트 테일러


헬프

 

테이트 테일러




60년대 미국 남부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독립을 꿈꾸는 젊은 여성, 인종차별, 계급사회의 잔재와 새로운 시장경제 시대의 충돌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가장 주된 갈등은 인종차별입니다. 60년대 남부 시골을 배경으로 흑인 가정부들과 그들을 '부리는' 백인 부자들을 소재로 자기 책을 쓰려는 진보적인 인텔리 백인 여성이 주인공이니 대충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짐작은 갑니다. 사실 예고편만 보고는 깔깔 거리며 볼 수 있는 소동극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본 영화는 그보다 훨씬 무겁고 진중한 주제를 심도있게 다루고 있어요. 그렇다고 깔깔 거리는 소동극이 없는 건 아닙니다. 영화 곳곳에 박혀있는 에피소드들은 그 줄기만 따고 본다면 전형적인 소동극 코메디에 어울리는 이야기이며 화장실 유머입니다. 그런 이야기들이 너무나 '품위있게' 녹아들어가며 그 시대 흑인 여성 가정부라는 약자 중의 약자들이 당당하게 시대와 운명에 맞서는 모습과 겹쳐지는 걸 보면 '이 영화 만든 사람 누가 상 좀 줘야겠네' 싶은 마음이 듭니다. (아마도 연말 - 내년 아카데미 사이에 상 꽤나 받을 거라고 봅니다)

'어린' 엄마들은 아이들을 싸질러 놓고는 사교모임이네 뭐네 자기들 편한대로 나돌아다니며 아이는 흑인 가정부에게 맡겨 버리고 아이들은 흑인 가정부가 엄마인 줄 알고 커버리다가 머리가 굵으면 마치 사유물인 마냥 엄마에게 '물려받은' 그 가정부에게 상전 노릇을 하는 아이러니는 극중 특정 캐릭터를 통해 선명하게 표현됩니다. 우리나라에 인종갈등이란 게 존재했고 지금 이런 영화를 만든다면 눈물 질질 짜며 신파로 흘러갈 소재지만 영화는 결코 그렇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대신에 솜씨좋은 코미디와 탄탄한 캐릭터 그리고 문화를 초월해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활용하여 조금씩 잔잔하지만 분명하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뒤흔듭니다. 뭐 그렇다고 눈물 질질 포인트가 없는 건 아닙니다. 이런 이야기에서 그런 부분이 빠지면 곤란하지요.

흔히 말하는 '좋은 영화'의 기준에 너무나도 맞아 떨어지는 작품입니다. 누구에게라도 추천해 줄 수 있는 영화를 보는 게 정말 간만입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국내에 번역되어 출간되었지만 두 권으로 분책된 가격이 만만치 않아요. 분명 책으로 보는 맛은 또 다를 터이고 정보량도 훨씬 많을 텐데 말이죠.

주인공 유지니아 역으로 엠마 스톤이 열연을 펼칩니다. 요즘 이 아가씨 출연하는 영화를 연달아 보게 됐는데 전부다 괜찮네요. 수퍼배드, 좀비랜드, 이지A, 크레이지 스투피드 러브 그리고 우정출연한 프렌즈 위드 베네핏 까지. 점점 이름 만으로도 신뢰가 가는 배우의 경력을 싸올리는 게 보여요. 내년엔 스파이더맨 리부트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도 출연하고 거기다가 무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까지 예정되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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