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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전쟁 - 타셈 씽


 

신들의 전쟁

 

 

타셈 씽


주인공 이름이 테세우스고 제우스, 포세이돈이 나오고... 그러니까 당연히 테세우스 신화를 다루고 있을 터이니 미로 좀 나와주시고 아리아드네랑 미노타우루스 나오고 그럴 줄 알았지? 신화 쪽으로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테세우스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니까 이건 300의 속편 쯤 되는 영화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거대하고 무자비한 적을 눈 앞에 둔 복근 사내들이 협로를 사이에 두고 나라의 존망을 건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배신자가 나오고 카리스마 쩌는 악당이 나오고 주인공은 마지막에 장렬히 전사해 영웅이 되는 거지요. 여기에다가 치트키 쓴 것 같은 신님들 몇몇 양념으로 뿌려준 게 이번 영화 신들의 전쟁입니다.



신화란 게 그렇습니다. 원형적인 게 아니라 신화는 그냥 '원형' 그 자체지요. 모든 이야기들의 아버지이자 원조이자 근원입니다. 창작자는 종종 착각을 하게 되는게 워낙 유명하고 익숙하고 거대한 이야기니까 여기에 자신의 개성을 조금 뿌려주면 졸라 멋진 무언가가 나오게 될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기념비적인 작품들 중엔 이런 수법을 사용한 것들이 많으니까요. 반지의 제왕, 스타워즈, 해리포터. 매트릭스 등등... 하지만 그만큼 함정도 분명합니다. 자신만의 개성을 명확히 드러내지 못하면 그건 그냥 '원형'일 수 밖에 없거든요. 신화가 저잣거리 이야기로 사람들의 흥미를 끌던 시대로부터 2천년이 넘었으니 그 동안 이야기도 찔끔찔끔 발전을 했어요. 원형적 이야기를 소재로 볶고, 지짖고, 데치고, 얼려도 보고, 구워도 보고, 튀겨도 봤어요. 그만큼 원재료의 미묘한 맛을 즐기는 관객은 이제 거의 없습니다. 솜씨 좋은 요리사의 손길이 필요하죠, 300은 거칠지만 요리사의 개성이 분명한 요리였다면 이번 신들의 전쟁은 300의 요리법을 건성건성 가져와서 만들려다가 잘 안되니까 독한 향신료로 대충 무마한 느낌입니다. 처음엔 우와 이거 뭐지? 300보다 더 강렬한데!라고 생각하지만 조금만 먹어도 질려버리고 속이 부대끼는 거죠.

그리고 그 독한 소스를 대충 걷어보면 그냥 원재료만 덜렁 남아있어요. 요즘 입맛엔 너무 심심하고 지루한 거죠. 심지어 잘 맞지 않는 요리법을 억지로 끌어다쓰니까 엉성한 부분들도 툭툭 튀어나옵니다. 특히나 신들 말입니다. 원래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이 좀 병맛 쩔고, 요상한 짓 잘하는 이중인격적 면모가 있다지만 이건 좀 심해요. 신화야 오랜 기간 이 사람 저 사람 조금씩 입맛에 맞춰 벌충하고 바꾸다 보니 요상하게 꼬였다손 치지만 이 영화에선 기존의 신화를 맘대로 개조한 만큼 교통정리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잖아요.



미술이나 의상도 너무 간 것 아닌가 싶을 때가 있는데 일단 히페리온 군단은 온라인게임 몹 코스프레한 것 같아요. 이건 무섭지도 않고 독특하지도 않고... 그래도 제우스와 덜거지들에 비하면 양반이지요. 나름 신들이란 애들이 골드 앤 블랙이란 말그대로 '황금'조합 가지고 한다는 게... 특히 포세이돈은 보는 내내 파리 코스프레하는 줄 알았어요.



너무 나쁜 점만 지적한 것 같은데 건질 것도 있지요. 익히 예상하셨다시피 피와 살이 난무하는 원초적이고 극렬한 액션신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이 후반부에 배치되어 있어요. 긴 상영시간 지루함을 참고 그때까지 기다리는 건 좀 힘들더라고요. CG로 창조해낸 초현실적 지형들을 활용한 스팩터클도 처음 몇 번이야 신기하지 나중에 가면 무덤덤하긴 마찬가지, 이런 건 이미 WOW에서 익히 봐왔잖아요.

배우들의 알흠다움을 즐기는 것도 300만큼은 아닙니다. 복근 공개하는 배우가 별로 없어요. 그러니까 하늘에서 남자들이 내려오는 것 같던 300의 쾌감은 기대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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