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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50/50 - 조나단 레빈, 윌 레이져


 

50/50



감독 조나단 레빈
각본 윌 레이져


영화는 엔딩 스크롤이 올라가면 뜬금없이 등장하는 자막처럼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 희귀암에 걸렸음을 알게된 주인공 아담이 항암치료를 거쳐 결국 수술을 받고 치료하기까지의 과정이죠. 얼핏 눈물콧물 다 짜낼 신파극을 떠올릴지 모르겠지만 영화는 그렇게 노골적이진 않습니다. 물론 감동코드들이 있고 코끝이 찡해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쿨하고 유머를 놓치 않아요. 영화를 보고나서 떠오른 건 양동근, 이나영이 나왔던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였습니다. 주인공을 회복불가의 뇌종양 진단을 내려놓고선 정해진 결말로 치달으면서도 드라마는 당시로선 파격적으로 뻔한 신파를 회피하고 서정적 대사와 화면으로 진짜 젊은이들의 고민과 이야기를 담아냈죠. 네, 그때까지만 해도 심지어 지금까지도 한국 드라마에서 암 선고를 받은 주인공이 등장하면 보통 회차마다 눈물씬이 하나씩 들어가고 주인공도 울고 애인도 울고 부모도 울고 옆집 아저씨도 울고 심지어 지나가던 개도 우는 게 인지상정 아닙니까. 하지만 현실에선? 짐짓 쿨한 척 하지만 암 선고란 상황을 직접 경험한 작가답게 극중 아담의 감정변화는 매우 설득력이 높습니다. 처음엔 너무나 큰 쇼크에 오히려 평온을 느끼는 현실부정 정신승리에서 점점 억울함을 느끼며 짜증을 내다가 공포를 느끼고 결국엔 자신의 상황을 수용하는 과정들 말입니다. 항암치료가 효과 없음이 확인되고 침습적 수술을 받게 된 주인공이 수술 전날 싸였던 감정을 터뜨리는 장면은 극 전체에서 유일하달 수 있는 오버액팅인데 그래서 더욱 폭발적이고 감정의 울림이 큽니다. 비밀병기는 아껴두었다가 써먹어야 제 역할을 하는 거죠... 흠흠.

조셉 고든 레빗은 정말 후회없을 것 같을 정도로 징글징글하게 멋진 연기를 보여줍니다. 이 캐릭터가 대사가 많질 않아요. 그러면서도 극 대부분에 등장하며 이야기를 끌어가죠. 결국 미세한 감정연기나 동작연기들이 중요해집니다. 그리고 배우는 훌륭하게 제 역할을 해내고요.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라면 역시 감정을 폭발시키는 자동차 씬이겠지만 개인적으론 수술직전 마취약을 맞고나서 감춰왔던 죽음에의 공포를 보여주는 순간이 좋았습니다. 정말 조셉고든레빗이 죽을 병에 걸려 수술실 들어가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요.

영화의 제작에 큰 역할을 했다는 세스 로건은 진짜 작가와 친구사이고 영화 속 그의 캐릭터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은 실제 경험에 기반하고 있다더군요. 예를 들어 50% 확률 이야기를 듣고 주절거리는 부분 같은거요. 지금까지 늘상 연기해오던 그만의 캐릭터를 보여주면서 욕심없이 참여하는 모습입니다. 조셉 고든 레빗을 빛내기 위한 조연 역할이죠. 그런데 살 진짜 많이 뺐네요. 부럽...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얼마 전 본 헬프에 이어 이번에도 못된 지지배역... 헤어지고 나서 다시 찾아오는 장면에서 옆자리 언니가 "미친년"소리를 저절로 내뱉으시더군요. ㅋㅋ

어느 날 갑자기 죽을지도 모를 큰 병에 걸렸음을 알게 된다는 상황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저 같아도 곧바로 부모님에게 알리진 못할 겁니다. 의연한 척 하겠지만 두려워 미칠 지경이겠죠. 개인적으론 지금 당장 저런 상황이 된다면 연애 한 번 못해보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절망이네요. 쯔쯔...

아.. 스맛폰 진짜 어떻게좀 해야 합니다. 극장 가면 여기저기 LED꽃이 만발이에요. 저처럼 눈부심 심한 사람은 아예 선글라스 쓰고 영화봐야 할판 (그래서 3D는 좀 괜찮을..리는 없습니다.) 특히 오늘 제 옆에 앉은 소녀께선 제가 저지하기 전까지 끊임없이 카톡질을 하더군요. 안 말렸으면 아예 영화 스토리 실황중계 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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