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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완득이 - 이 한


 

완득이



이한

원작 소설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상당부분을 살렸으리라 짐작됩니다. 영화의 재미를 끌고가는 독특한 캐릭터들과 그들의 개성을 살려주는 맛깔나는 대사 등은 아마도 소설 원작에 큰 빚을 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거죠.

완득이엔 이렇다할 사건은 없습니다. 물론 선생님이 인권운동하다 경찰에 잡혀간다던가 하는 일들이 벌어지지만 대부분이 스크린 밖에서 벌어집니다. 대신에 영화는 주인공 완득이와 이웃 사촌인 담임 선생님을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지닌 일상들을 보여주지요.

완득이를 보고 있으면 좀 이상타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곱추 아버지에 외국인 어머니 그리고 그것을 모르고 자란 출생의 비밀, 적응하지 못하는 학교생활, 찢어지게 가난한 가정 등등. 분명 비뚤어져도 한참 비뚤어져야 할 아이이건만 이 녀석의 가장 심한 일탈이란 게 동네 교회가서 하느님께 '우리 담임 좀 죽여주세요'라면 저주기도 드리는 거니까요. 캐릭터 스스로도 스리슬쩍 의심하듯 너무 만들어진 인물 티가 나요.

그럼에도 완득이가 단단히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건 그보다 훨씬 비현실적인 주변인물 때문일 겁니다. 완득이의 아버지, 바보 삼촌, 전교1등 여자친구, 옆집의 예술가 남매 그리고 동주선생.

이야기는 현실을 보여주고 우리의 지금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환타지입니다. 그것이야말로 구질구질 징글맞은 쪽방촌의 비루한 환경 속에서 이리치고 저리치이는 완득이를 보면서 우리가 웃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극장을 나서는 순간 다시 더더욱 짜증나고 몸서리쳐지는 현실이 우리를 기다립니다. 극장이란 게 원래 2시간 동안 현실과 격리되는 즐거움의 기능도 가지고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엔딩 속 완득이의 모습이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