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lancy's critic

[영화]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


앤드류 스탠튼


1911년인가 17년인가에 나온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점은 영화를 이해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사전 정보없이 영화를 접했던 사람들은 '식상하다' '카피다'라는 평을 하고 있습니다. 이건 진실이면서 오류이고, 이런 결과가 나오게 만든 각본작업과 제작과정은 정공법이면서 실수였습니다. 헥헥...

수 년 전, 미국 꼬꼬마가 오리지널 스타워즈 3부작을 보고 남긴 감상문이란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요약하면 이래요 '이 영화 구려, 특수효과는 어색하고 게다가 스토리는 해리포터 완전히 배꼈어, 완전표절!'

아마도 이 영화를 사전정보 없이 본 사람들이 가졌을 감상도 이와 비슷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거겠지요. 꼬꼬마의 감상문에서 스타워즈가 해리포터에 비교 당했다면, 이 영화 존 카터는 아바타와 비교당하고 있습니다. 이게 왜 웃기는 지는 다들 아실겁니다.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는 애초에 존 카터에 많은 부분을 직간접적으로 빚지고 있습니다. 각본가 자신이 원작의 팬이었고 원작 자체가 SF 쟝르의 토양이 되는 조상격이란 말입니다. 쥘 베른하고 동시대에 짝짜꿍 했을 소설이니까요. 그러니 '이 영화 아바타 카피네'라는 불만은 고소영 보고 문근영 닮았다고 하는 거랑 비슷한 거죠.

하지만 이런 사정이 영화 자체를 평가하는 데 면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다시 '아바타'를 봅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쟝르 팬들은 아마도 서너개 작품 정도는 읊어댈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독창적인 게 없다고 말하겠죠. 그럼에도 아바타는 여전히 흥미로운 작품이며 좋은 스토리입니다. 하지만 존 카터는 뭔가 맥이 빠져요. 네, 늦게서야 감상을 말하자면 얼씨구나 하며 추천할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단 당시만 해도 새롭고 혁신적이었을 원작의 힘이 오늘 날에는 힘이 빠졌다는 부분입니다. 원작은 SF쟝르에 속한 작품이라기 보다는 SF라는 쟝르를 개척한 소설이었습니다. 이야기 자체는 익숙한 신화의 모티브입니다. 바깥세계에서 날아온 존재가 모험과 역경을 거쳐 영웅으로 거듭나는 거 말입니다. 하지만 거기에 과학적 요소가 접해지자 새로우면서 놀라운 쟝르가 만들어진거죠. 범인을 초월한 영웅의 능력을 '중력이 달라서'라는 과학적 팩트로 설명해버리다니 18세기 '너드'들에겐 얼마나 흥분되는 일이었겠어요. 우주여행은 꿈도 꾸지 못할 시절에 외계종족이라던가 워프나 가상현실 같은 소재의 단초를 만들어냈다는 것도 놀랍고요. 하지만 요즘 세대라면 그런 건 너무나 익숙합니다. 우주여행이나 가상세계 같은 건 이미 현실이 되었고 워프는 티비만 틀면 광고로 나오... 아 이건 아니네요. 여튼 당시엔 너무나도 생경한 설정들은 그 자체로 힘을 가지고 이야기를 굴렸겠지만 설정놀음이 극의를 이룬 요즘에야 부족하고 허술해 보이는 거죠.
두번째로 바로 그 설정놀음의 빈약함입니다. 이제 어지간한 설정놀이는 다 나와준 마당에 존 카터의 세계관은 새로울 게 없습니다. 그렇다면 디테일이라도 잘 잡아가야 하는데 곳곳에 빈틈이 보인다는 거지요. 가장 튀는 건 역시 주인공의 '능력치'일 겁니다. 중력에서 해방되어 껑충껑충 뛰어다니고 그럼에도 사지가 멀쩡하다는 것은 바숨인들 보다 골밀도나 근육이 발달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카터이지만 종종 어이없을 정도로 약해지더라 이겁니다. 그냥 이야기에 맞춰 적당히 조절되는 것 같더군요.

다음으로 각본의 태만입니다. 이건 혐의가 짙어요. 이 이야기가 그렇게까지 믿을만한 흥행력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 조금이라도 더 고민을 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정작 본편의 스토리는 안일하게 흘러가요. 감정선은 낯이 뜨거울 정도로 허술하고 이야기의 흐름도 끊기거나 튑니다. 인물들이 행동이 설득력이 약하고 개개의 캐릭터는 개성이나 매력이 약해요. 현대에 맞추어 원작을 좀더 과격하게 다듬던지 아님 인물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기는 거죠.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의 원작 소설은 오늘날에도 그 영향력을 잃지 않은 기념비적 작품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작품의 그림자에 너무 의존했다는 느낌입니다. 워낙 잘 알려져있고 오늘날 쟝르 소설들에도 영향을 미치는 원작이니 그대로 영상으로 옮기기만 하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기획은 아니었나 싶습니다. 우린 전통의 강자입네 하면서 작년이랑 다를 것 없는 레이싱카를 들고 온 명가의 차를 카피차나 만들어파는 회사라고 손가락질 받던 신생회사가 절치부심 개량에 개량을 거듭해 만든 무명 레이싱카가 눌러버린 경우랄까요. 거기다 3D란 기술까지 더해지니 서사에 대한 고민은 더더욱 뒷전으로... 아흑.

뭐 요즘 영화들이 다 그렇겠지만 CG라던가 3D 기술은 깔끔합니다. 아이맥스로 봐서 그런지 화질이 한 단계 떨어져보이는 느낌은 있었는데 (그런 점에서 아바타의 영상은 넘사벽) 그래도 전체적으로 입체 효과도 좋았고 가상 캐릭터들의 연기도 좋았어요.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건 이야기죠.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관객들을 스크린 앞에 잡아두려면 기술력 만으론 부족하다는 겁니다.

극중 카터는 자신의 조카에게 인생을 즐기라며 책이라도 써보라고 하지요, 네 원작자 이름이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입니다.

카터의 능력치에 대해 더 이야기해보자면 중력이 낮아서 그가 껑충껑충 뛰어다닐 수 있고, 바숨인들 보다 근력이 좋고 통뼈라는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슈퍼맨이 될 수는 없는 거죠. 칼에 서걱서걱 베이는 것 보세요. 그런 점에서 힘으로 굵직한 쇠사슬을 끊어내는 부분은 아니다 싶어요. 저중력 때문에 제련기술도 지구보다 훨씬 떨어져 있는 걸까요? 아님 보기엔 쇠 같아도 전혀 다른 금속이거나.

헬리움이나 조단가나(명칭이 정확히 기억이 안나네요) 민족은 달라도 종족은 같은 걸로 보입니다. 원작에선 붉은 피부의 인간으로 표현되는데요 결론적으로 지구인과 공통의 조상을 가지고 있긴 한 모양입니다만 그래도 푸른피가 흐른다는 부분부터 유전적으로 많이 다르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존 카터와 솔라 공주 사이에 자식은 보기 힘들지 않을가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하지만 이쪽 쟝르가 이종교배에 워낙 관대해서...)

(아마도 이 친구는 바숨인?)

카터역의 남주가 울버린의 갬빗이란 건 알고 있었는데, 역시 울버린에서 케일라를 연기한 린 콜린스가 여주로 나오는 줄은 몰랐네요. 그러니까 이 둘은 나중에 다시 지구로 돌아와 엑스맨이 되는 건가요?

마크 스트롱은 '대머리' 악당 역을 전담하기로 맘 먹은 걸까요?


총평...

어벤져스는 3D아이맥스로 봐야겠고나.. 예고편 아맥3d로 보니까 완전 다른 영화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