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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영화] 콘트라밴드 - 발타자르 코쿠마쿠르

 

콘트라밴드

발타자르 코쿠마쿠르

'밀수품'이란 제목 그대로 영화는 '밀수업자'를 주인공으로 꽤나 그럴듯하게 포장되고 과장된 한 바탕 밀수 현장을 보여줍니다.

뒷세계에서 이름 꽤나 난리 밀수업자 크리스는 역시나 밀수업자였던 아버지의 수감이후 손을 씻고 보안설비업자로 새 삶을 살지만 마약밀수를 하던 처남이 물건을 잃어버리는 사건에 얽혀 목숨이 위험해지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한 탕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계획은 자꾸만 문제가 생기고 이면에는 계획의 이면에는 어두운 꿍꿍이가 숨어있습니다.

밀수라는 소재를 다루고 영화의 대부분이 미국과 파나마 사이를 오가는 '배' 안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영화는 케이퍼물의 공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자신의 일에는 빠꼼한 전문가들이 모여 예상치 못한 난제들에 부닥칠 때마다 기발한 임기응변으로 극복하고 그들을 위기로 몰고 간 더 큰 악당이나 음모에 대항해 그들만의 꼼수로 멋진 한 방을 날리는 이야기죠. 다양하게 변주되긴 하지만 큰 틀은 벗어나지 않는 그 공식말입니다. '오션스 시리즈'라던가 '스팅', '이탈리안 잡', '분노의 질주:언리미티드', '뱅크잡' 같은 영화들이 얼른 떠오르네요.

뱃사람 하면 떠오르는 거칠고 우직한 느낌으로 가득한 영화입니다. 치열한 두뇌 싸움이 빛나는 케이퍼 무비와 별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도 보다보면 제법 어울립니다. 커다란 배를 움직이기 위해 얼마나 많고 다양한 사람이 필요하고 그들 각자가 자신만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새삼 실감케 하더군요. 그리고 이야기는 이런 요소들을 적절히 활용해서 보는 내내 긴장을 유지합니다. 일종의 반전인 범인의 정체가 너무 일찍 밝혀지고 게다가 그 범인이 좀 지나치게 찌질하다는 점이 좀 아쉽더군요. 이야기는 공식에 따라가다 보니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아귀가 잘 들어맞고 템포도 좋아서 지루하진 않습니다.

(내가 감독이요...)

헐리웃의 새로운 트렌드라고 가지 불리는 또 하나의 북유럽 영화 <레이캬비크,로테르담>의 리메이크입니다. 원작의 감독이자 주연배우인 발타자르 코쿠마쿠르가 리메이크의 감독을 맡았고요. 렛 미 인이나 밀레니엄: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같은 기존 북유럽 리메이크 작들이 평론가들의 우수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선 미지근했던 것과 달리 콘트라밴드는 미션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 셜록홈즈2 등과 같이 걸려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하기도 했다는데요. 최근 헐리웃 케이퍼 무비의 세련됨이나 자기 패러디가 없이 우직하게 정석을 따라 간 남성적 터치가 관객들의 반응을 끌어낸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마크 월버그, 케이트 베킨세일 같은 눈에 익은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오지만 사실 이들이 자기 이름만으로 막 1위하고 그런 배우들은 아니니 영화 자체의 힘이 크다고 봐야겠죠.

배우들이 알찹니다. 마크 월버그는 이전부터 종종 해오던 엄청 거칠지만 내 가족에게 따뜻하지 식의 순정마초 역을 맡아 편안한 옷을 입은 듯 연기를 해주고 케이트 베킨세일은 출연 비중은 크지 않지만 매우 기능적인 역을 효과적으로 소화합니다. 그보다 더 눈을 끄는 건 조연인 벤 포스터와 지오바니 리비시인데요. 벤 포스터는 이전 연기했던 캐릭터를 적절히 배합한 듯 보이는 다층적 역할이고 지오바니 리비시는 이전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거칠고 기분나쁜 악당을 연기합니다. 개인적으론 이 두 배우 얼굴이 종종 헛갈렸는데 적어도 이 영화에선 워낙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이라 구분이 어려울 일은 없더군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 벤시역을 연기했던 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케이트 베킨세일 동생으로 나옵니다. 역시나 엑스맨 : 최후의 전쟁에서 엔젤 역을 연기했던 벤 포스터까지 엑스맨이 둘이나 등장합니다만 특이한 우연이라기 보다는 엑스맨 시리즈에 재능있는 신예들이 워낙 많이 참여했던 탓이려니 생각합니다.

그림 값 비싸기로 유명한 잭슨 폴락의 작품이 등장합니다. 문외한들이 보기엔 낙서, 또는 낙서 그 이하 (혹자는 다른 그림 그릴 때 받침으로 쓰던 천으로 보인다고 할 정도의)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그의 작품적 특성이 영화에 적절히 활용됩니다. 막판에 폴락 이름이 나오는 순간 베시시 웃을 수 밖에 없더군요.


(넘버1(보랏빛 안개) - 잭슨 폴락. 1950, 캔버스)

그런데 크리스는 과연 영화의 결말처럼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요? 지오바니 리비시 패거리들이 경찰에게 그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을리 없었는데 말이죠. 뭐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라고 해명하고 협조했을 지도 모르죠. 그래도 세금 추적의 유구한 전통을 가진 미국에서 해필리 에버애프터...했을 리는 없고 외국으로 이민이라도 갔던 거겠죠 뭐...

포스터와 예고편 그리고 마크 월버그란 이름 보고 예상한 화끈한 액션 영화는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이 그의 전작 이탈리안 잡의 해상 마초 버젼 쯤 됩니다. 그리고 홍보 브로셔의 몇몇 캐릭터 설명이 조금 엉뚱하게 되어 있는데 스포일링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영화를 끝까지 안 보고 만들어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