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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영화] 언터처블 : 1%의 우정


언터처블 : 1%의우정



올리비에르 나카체, 에릭 토레다노



프랑스 코미디는 간만에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기억에 남아있는 코미디 영화 중 프랑스 산이 많았어요.

서로 다른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영화의 구도는 매우 적나라합니다. 부자와 빈자, 흑인과 백인, 토박이와 이민자, 노년과 청년,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이 도식적이고 어찌보면 차별적으로 보이는 구도 (예, 흑인, 빈자, 블루칼라, 이민자가 모두 한쪽입니다)는 하지만 의도적이며 또한 진실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고 이야기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들은 흑인이 아니라 히스패닉이란 점만 제외하면 거의 그대로니까요.

국내에서 가져다 붙인 부제 '1%의 우정'은 꽤나 그럴듯 합니다. 두 주인공은 사회적 스팩트럼의 양 극단의 1%를 상징하는 인물이며 동시에 그들의 우정은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희귀한 경우이기 때문이죠. 이런 도식적 관계와 구성은 자칫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가만히 두면 이야기가 굴러가리라 생각했다가 뻔한 신파가 되거나 또는 그런 도식에서 쉽게 유추되는 어떤 메시지를 강요하게 되니까요. 80년대 학교에서 틀어주던 계몽,선전 영화들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영화는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물론 계몽을 위해 발굴된 미담이라는 혐의를 벗기는 힘들 겁니다. 이민자들과의 갈등이 심각한 사회문제인 프랑스란 점을 생각하면 말이지요.

영화가 그런 혐의를 벗기 위해 선택한 것은 '코미디'입니다. 계급갈등, 장애, 동성애 등의 소재를 다루면서도 영화는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필요할 때엔 적절히 진지해질 줄도 압니다. 가볍지도 가식적이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은 선을 적절히 지켜가며 관객들의 심장을 은근히 파고 듭니다. 여기엔 캐릭터의 힘이 크지요. 실제 인물들을 얼마나 반영했는지 모르겠지만 영화 속 두 주인공 필립과 드리스는 너무나 매력적인 사람들입니다. 아내를 잃은 후 자신의 고집으로 일어난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어버린 부호 필립은 괴팍하고 우울하며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죽고싶다고 말하면서도 삶의 의지를 놓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회의 바닥에 위치해 불투명한 인생을 살면서도 자존심을 잃지 않는 드리스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도 누군가에게 책임의 손가락을 돌리지도 않으며 오히려 웃음으로 필립의 인생에 빛을 비춰 줍니다.

좀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차별적 소재들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드리스 캐릭터는 필립에게 대놓고 장애인 드립을 치고 장난을 겁니다)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키려 하다보니 극적 갈등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분명합니다. 뻔한 도식으로 흐른다면 두 주인공이 뭔가 심하게 갈등을 겪거나 감정을 터뜨리는 부분이 있을 법 한데(우리나라에서 이런 소재로 상업 영화를 만든다면 100% 넣었을 법한 장면 말입니다) 그런 게 없다보니 밍숭맹숭하다고 느낄 사람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마지막 장면을 보면 사람들은 저게 뭐야, 저렇게 쉽게 다 해결되고 영원히 행복했습니다라는 거야? 말도 안 돼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 다음에 이어지는 두 줄의 에필로그와 이어진 영상은 큰 울림을 던집니다.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화해'와 '희망'입니다. 현실에서 너무나 필요하지만 좀처럼 찾기 힘든 그것을 영화는 극적 구성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그리고 그런 극화가 기실 '현실'에 기반했다는 순환은 그 진실성 만큼이나 보는이의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필립 역의 프랑수아 클루제는 더스틴 호프만과 로버트 드 니로를 반반 섞어 놓은 것 같더군요. 생긴 것도 그렇고 연기력도 그렇고. 그나저나 필립의 츤데레 성향은 어지간한 애니 캐릭터들은 범접하기도 힘들 것 같네요.

드리스 같은 사람을 실제로 만난다면 어떨가요? 이게 참 애매합니다. 실생활에서 그런 사람을 접하면 불쾌할 가능성이 더 높아요. 필립과 집안 사람들이 아닌 영화속 제3자들이 드리스에게 당하는 것들을 생각해 보세요. 물론 영화는 드리스의 성장을 그리기도 하기에 후반에는 변화된 모습을 보이긴 하지요. 현실에서라면 어떨까요? 그게 '드리스'가 아니라 '드리스 같은 사람' 이라면 전 가까이 하기 싫을 것 같아요.

실존인물 필립은 대체 어떻게 2명의 아이를 가진 겁니까? 마지막에 던지는 미스테리. 마비환자에 대한 무지와 편견이 던져주는 충격에 잠시 멍했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