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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영화] 디스 민즈 워 - 맥지


 

디스 민즈 워

McG

제임스 본드 마냥 멋지게 차려입은 두 남주 사이에 역시나 본드걸 같은 차림의 여주가 선 포스터 만으로도 어떤 영화인지 대강 짐작이 갑니다. 게다가 감독이 McG입니다. 예상이 쉽고 역시나 예상대로 흘러가는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론 이제 이런 영화가 질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애써 개봉일에 극장을 찾아간 것은 순전히 배우 때문이죠. '톰 하디'가 007 흉내 낸다잖아요!

스토리는 '사랑과 우정 사이' 코스 ABC 중에 하나 골라서 뽑아낸 겁니다. 그러니까 옆에서 보면 거의 애정 수준의 우정을 나누는 두 사내 사이에 여자가 끼어버리고 어설픈 삼각관계 사이에서 티격태격하다가 나중에 어찌저찌 해피엔딩하는 겁니다. 이것만으론 헐리웃 대형자본 영화가 되기 힘드니까 첩보요원이란 설정과 정체 숨기기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막무가내 코미디 액션을 양념으로 둘렀어요. 이게 유기적으로 얽힌다면 멋진 작품이 나오기도 하는데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나쁜녀석들 이군요) 이 영화엔 그렇게 후한 점수를 주긴 힘들겠습니다.

아이디어들이 적절히 섞이긴 했지만 화학작용을 충분히 일으키진 못했고 게다가 결말로 이어지는 과정은 성의없고 진부합니다. 캐릭터들의 성격도 나름 차별화를 두면서 적절한 이유들을 가져다 붙였지만 그게 설득력있게 다가오지도 않고요. 그냥 정해진 틀에 맞추어 따박따박 흘러가는 느낌입니다. 좋게 말하자면 정석적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크게 고민한 흔적이 없어요.

그래도 코미디들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중간중간 적절한 타이밍에 배치되어 알맞은 정도로 터져주니 영화가 심심하지 않았어요. 관객들의 반응도 좋았고요. 언어의 장벽이 아쉬운 게, 두 남주들이 티격태격 주고받는 대사들이 꽤 웃기는 게 많은 것 같았는데 (제 허접한 히어링 덕분...은 아니고 두 자리 건너 앉은 외국인 강사들로 보이는 단체관객들의 반응에 기반한 겁니다) 자막으로는 전달에 한계가 있으니까요. 다만 '찌찌뽕' 같은 번역은 센스있었어요. 이런 건 네이티브 보다 한국 관객들이 더 빵 터지죠.

감독의 이전 작처럼 칼라가 강한 화면들과 그만큼이나 컬러풀한 배우들을 보는 재미는 있습니다. 특히나 두 남주의 관계 설정과 캐스팅은 팬픽이나 야오이물에서 엿보이는 은밀한 환타지를 은근히 자극합니다. 꺼뜻하면 '내가 너 사랑하는 거 알지 맨~'하면서 껴안는 두 장정들은 옷 입는 스타일이나 집안 꾸며놓은 폼까지 오해받을 구석들을 뿌리고 다닙니다. 마초 대학생 같은 행동거지들이 이걸 중화하고 있을 뿐이죠. 예를 들어 초반부 프랭클린의 집안 행사에서 터크가 나란히 앉아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만 따로 떼어놓고 본다면 누구라도 게이 로맨스라고 착각할 겁니다. (심지어 캐스팅이 크리스 파인에 톰 하디라니... 역할 분배마저 딱!)
액션 장면은 미녀 삼총사 시리즈처럼 너무 황당무계한 선까지 나아가지 않으면서도 적절히 곡예를 심어두는데 이 부분은 좋았습니다. 다만 이야기의 구성상 액션이 차지하는 부분이 많지 않아서 아쉽더군요. 게다가 결말부는 너무 싱겁게 끝나버려요. 악역이 너무 역할도 없고 보기와 달리 허약하다는 점도 아쉽고. 도입부 만큼만 창의적이고 허세 넘치는 결말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톰 하디는 인셉션에선 꽤 체구가 있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슬림하고 또 작더군요. 크리스 파인 옆에 선 장면에선 너무 작아서 놀랬어요. 국내 포털의 신상정보엔 180/185로 둘이 5cm차이가 나는데 화면으론 절대 5cm차이는 아니었습니다. 누가 속였을까요? ㅋㅋ
뭐 그래도 여전히 멋지고 동시에 귀여우신 톰 하디 형님이었습니다.

(절대 5cm 차이 아님...)

크리스 파인은 스타트렉 커크 선장의 연장선 같은 느낌의 역할이었는데요. 능글능글하지만 밉지 않은 캐릭터엔 더 없이 잘 어울리는 배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거기엔 숨은 상처 하나쯤은 있어야 하고.

(인사동의 흔한 외국인 관광객)

리즈 위더스푼은 나이 때문일까요 얼굴살이 쏙 빠져서 특유의 주걱턱과 광대가 지나치게 도드라져 보여요. 그나마 눈화장하고 머리를 내리면 좀 나은데 엑스랑 처음 마주치는 씬에서 처럼 멀리 올려묵고 민낯 비슷하게 등장하니 원래 나이보다 10년은 더 늙어보이더군요.

틸 슈바이거가 악역으로 등장하는데 역할도 크지 않고 그나마도 너무 허약하고 불쌍하게 나옵니다. 이보단 조금 더 잘 되었음 하는 배우인데 요즘 커리어를 보고 있으면 아쉬움이 크네요.

도입부 액션에서 톰 하디가 특이한 권총 사격술을 보여줍니다. 허리춤에 팔꿈치를 고정시킨 어정쩡해 보이는 자세로 연사를 하는데요. 어설퍼보여도 이게 나름 뼈대있는 방식으로 오래전에 애용되었던 FBI크라우치라는 사격술입니다. 요즘에야 잘 쓰지 않는 방식인데 맥지 감독의 트렌디한 액션물에서 이걸 보니 신기하고 반갑고 그렇네요.
(혹시나 해서 검색해보니 터크의 사격은 FBI크라우치 보다는 스피드락이나 힙샷이라고 부르는 최근의 사격술 한 양상으로 봐야 하겠군요.)

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fr1&no=137337

뜬금없는 결론은.... 남자는 역시 슈트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