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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영화] 레이드 : 첫 번째 습격

레이드 : 첫 번째 습격

CGV



가렛 에반스


갱단 보스 '타마'의 본거지이자 일종의 요새 같은 30층 아파트. 범죄자 소굴이 되어버린 치외법권과도 같은 이곳에 경찰 특수타격팀이 진입합니다. 목표는 '타마'의 체포. 내부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이 일단 잠입부터 시도한 이들은 한 층씩 건물을 장악해 올라가지만 자신들의 존재가 타마 일행에게 발각되는 순간 끔찍한 지옥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일단 영화의 설정이나 스토리에 대해 딴지를 걸며 보아선 안될 영화입니다. 바꿔 말해 딴지 걸려면 한정 없이 걸 수 있을 만큼 듬성듬성 이어진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동이 다 트고 나서야 '잠입'하겠다고 나서는 타이밍. 고층건물의 특성상 지상 진입보단 헬기를 이용해 옥상에서부터 내려가는 방식이 더 맞지 않은가에 대한 의문. 장비나 의상 들로 보아 최근의 시점인 듯 한데 휴대폰은 존재하지 않는 듯 행동한다거나, 로터리식 TV를 사용하는 설정 등등...


하지만 이런 거 가지고 딴지걸며 불만을 토로한다는 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다는 거죠. 이 영화의 진가는 촘촘한 스토리나 완벽한 고증 같은 게 아니라 피와 살이 튀는 날 것의 액션을 매우 높은 퀄리티로 주구장창 보여주며 아드레날린 뽐뿌 시키는 데에서 나오는 거니까요. 그런 면에서 보면 영화는 매우 순도가 높습니다.


일단 생각나는 게 인도네시아 영화이고 자국의 전통무예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역시나 동남아시아 출신인 토니 쟈의 영화들입니다. 그의 영화들도 스토리는 안습이지요. 똠양꿍(옹박2던가 하는 제목으로 개봉했죠)을 보세요 스토리란 게 영화를 다 봐도 '내 코끼리 내놔' 밖에 떠오르지 않고 이 한 마디로 다 정리가 되잖아요. 설정도 전작 '옹박'하고 크게 다를 바 없고 (불상이 코끼리로 바뀌었을 뿐) 반면에 지자 야닌의 '초콜릿'은 설정의 힘이 컸죠. 옹박의 여자버젼이었지만 배우의 매력과 더불어 자폐증에 걸린 소녀 액션히어로란 설정이 너무나 매력적이었으니까요. 이 영화 '레이드'도 식상하고 엉성한 스토리라인과 갸우뚱 하게 만드는 디테일들을 '악당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1층부터 올라간다는 설정으로 커버하고 있습니다.


매력적인 설정이긴 하지만 이 역시도 독창적인건 아닙니다. 악당들이 가득한 건물에서 보스를 잡기 위해 한층한층 올라간다는 점에서 이소룡의 유작 '사망유희'가 생각나고. 적들이 가득한 건물 내에 홀로 남은 주인공이 숨어다니며 초인적인 능력으로 전세를 역전시킨다는 점에선 부르스 윌리스의 '다이하드'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이소룡이 다이하드를 찍는다면?이란 질문에 대한 답 같은 영화입니다.)



그러나 기획이나 설정이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라서, 게다가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3세계 영화라서 재미없겠구나 선입견부터 가지고 행여 그런 생각때문에 이 영화에 관심을 끄신 분이라면, 그리고 액션 영화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분이라면 괜한 선입견으로 좋은 영화 놓치지 말고 당장 티켓끊으라고 말하고 싶네요. 여러가지 단점들은 싸그리 잊게 만들 만큼 알차고 실감나는 액션들이 영화에 가득 들어차 있거든요. 주연배우들이 어릴적부터 무술을 연마하고 해당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인지라 맨몸 액션 장면은 다른 설명 없이 필견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솔직히 영화 내내 쌈질하는 게 스토리의 전부인지라 지루해질 수도 있는 부분인데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그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몸을 놀리고 있어요. 물론 긴장 넘치는 액션이 계속 이어지니 막판에 몸이 좀 지치긴 합니다. 이건 오히려 영화의 장점이랄 수도 있지만요. 게다가 무술액션이 전부가 아니에요. 초반부엔 매우 재기 넘치는 침투전과 총격전이 배치되어 있기도 합니다. 무작정 화려하게 때리고 부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액션 자체에 스토리가 있고 플롯이 있어요. 제작진의 고민이 여기저기서 느껴진달까요.


우리에겐 영화 '아저씨'를 통해 알려진 인도네시아 정통무예 실랏은 종류가 크게 두로 나뉜다고 주인공 '라마'역의 배우 이코 우웨이스의 인터뷰에서 밝혔는데요. 영화에 나오는 건 살상력에 집중한 실전무예라고 합니다. 화면에 펼쳐지는 액션들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사람 잡는 기술'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배우 본인이 20년간 실랏을 연마한 터라 직접 모든 장면을 연기한 덕에 무척이나 리얼한 액션신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입니다.


앞서 '피와 살'이 티는 액션이라고 했는데 과장이 아닙니다. 적절히 수위조절이 되긴 하지만 워낙 실감나게 연출한 터라 잔인한 장면들이 꽤 있어요. 이런 데 약한 사람이라면 불쾌할 수도 있겠더군요. 물론 저야 이런 거 좋아라 합니다만... 근데 이전에 토니 자, 지자 야닌 영화 볼때도 느낀 거지만 워낙 리얼한 액션들이 펼쳐지는 터라 괜히 배우들 걱정까지 하게 되더군요. 정말 찍다가 한 둘 죽었다 해도 믿을 것 같을 정도로 리얼한 장면들이 많아서 말이에요. 




영화에 대해 최종적으로 한 줄 정리하자면

'스토리와 설정은 식상하지만 액션장면은 그 어느 하나 식상한 게 없다.'입니다.


무술광, 액션영화광이라면 필견해야 할 영화이고. 토니 자의 영화나 원빈의 아저씨를 재밌게 봤다면 역시나 꼭 보라고 권하고 싶군요. 이미 속편 계획이 진행 중이고 (대체 이 스토리로 속편이 가능이나 한가 싶긴 하지만 말이죠, '첫번째 습격'이란 국내 부제는 나중에 속편 수입 생각하고 붙인 모양입니다.) 헐리웃 리메이크도 결정되었다고 하니 앞으로도 후계자 격인 영화들을 계속 볼 수 있겠네요.

(왠지 이런 사람들은 꼭 봐야 할 것 같은 영화)

토니 자, 지자 야닌 얘기 나온 김에... 이 사람들 요즘 뭐 하나. 지자 야닌은 얼마 전 '더 킥'에 우정출연 비슷하게 나오긴 하던데. 몸을 혹사시키는 액션이 주력인 만큼 더 나이들기 전에 좋은 영화 많이 찍어줬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특히, 꼭 집어서 지자 야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