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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영화] 콜드 라잇 오브 데이

콜드 라잇 오브 데이

CGV


마부룩 엘 메크리


공무원 아버지 발령지인 스페인에 가족휴가를 위해 찾아온 윌은 운영하던 회사가 도산했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마침 가족 모두가 요트여행중이었는데 이런 상황에 가족이든 누가 되었든 옆에 붙어있다보면 사고가 나기 마련이죠. 짜증심술투덜대던 윌은 홀로 장보러 육지로 나가지만 돌아와보니 배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해안가를 뒤져 간신히 배를 찾았지만 안은 텅 빈채 아수라장이 되어있고 가족들은 홀연히 사라졌죠.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경찰을 찾아가지만 뭔가 이상합니다. 당연하게도 그의 앞에 정체불명의 사내가 나타나고.. 긴급한 상황에 짜잔 하고 나타난 아버지 마틴은 자신이 공무원이 맞긴 한데 직급이 다르다며 CIA 요원으로 일했음을 말해주죠. 그리고 나머지 가족들은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된 거 같다고 합니다.


뒤이은 이야기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게 흘러갑니다. 얼핏 작년에 트와일라잇의 늑대소년 테일러 로트너가 주연한 어브덕션도 생각나고. 스파이는 아니지만 원티드도 살짝 떠오릅니다. 평범한 줄 알았던 가정 구성원이 알고보니 엄청난 비밀을 가지고 있었고 그로 인해 사건에 휘말린 진짜로 평범한 주인공이 개고생하며 어찌어찌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런류의 이야기는 흥미로운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지만 (너무나 평화롭고 평범한 일상을 그린 초반부 -> 왕창 터지는 액션의 후반부) 그만큼이나 제약도 따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주인공의 능력이죠. 그는 평범한 시민인데 스파이와 암살자가 날뛰는 세계에 갑자기 내던져진 겁니다. 현실적으로 그리자면 영화 시작한 지 10분 안에 죽거나, 잡혀서 죽거나, 도망치다 죽거나, 실수로 죽거나... 여튼 그럴겁니다. 어떻게든 이 녀석을 살리는 것도 모자라 사건에 개입해 해결을 봐야하는데 말이죠. 가장 편한 방법은 킹왕짱 강한 조력자를 집어넣는 겁니다. 오드리 햅번의 샤레이드에서의 캐리그랜트나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서의 진 핵크만 같은 존재 말입니다. 워낙 손쉽고 이미 써먹은 방법이라 그런지 이번 영화에선 그런 존재가 없어요. 조력자인줄 알고 갔더니 나쁜놈이라거나 이미 죽어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오히려 주인공을 점점 궁지로 몰아 넣어요. 대신에 알고 보니 평범한 줄 알았던 주인공이 능력자라는 설정을 살짝 넣지요. 하지만 이것도 본 아이덴티티나 앞서 말한 어브덕션처럼 과한 정도가 아니라 그냥 뜀박질 잘하고 상황판단이 빠른 녀석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이 험난한 상황을 어찌 주인공이 헤쳐나가느냐 하면 천운 +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정도랄까요.


(주인공의 스킬 중 하나는 뜀박질 - 윌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


돌직구 마냥 나아가는 이야기지만 재미를 위한 양념도 적절히 들어갑니다. 피아식별이 힘들다 못해 모조리 나쁜놈, 믿을 건 가족뿐이란 상황을 만들어 놓고선 기존의 구도가 아닌 철저하게 현실적인 시각에서 아군과 적군을 나누는 방식이라거나 어설픈 조력자 겸 동지로 등장하는 루시아의 정체 같은 거요. 특히나 전자의 경우엔 막판에 작은 반전과 함께 흥미로운 구도를 만드는데요. 테러리스트인 줄 알았던 가족납치범의 정체가 드러나며 등장인물 하나가 실소를 머금으며 던지는 대사로 잘 요약이 되지요. 

'니네 가족이 여직 살아있는 건 말이야...'


생각해보면 그들도 결국 공무원이었어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여타 블록버스터에 비교한다면 예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영화라는 느낌입니다. 요즘에야 판 좀 벌였다 하면 외계인이나 건물 크기 괴물 정도는 나와줘야 하는 상황이니 이런 규모의 스페인 올로케 영화도 중급규모 예산으로 분류되는 거지요. 그래서인지 액션이 감질납니다. 대신에 카메라 워크가 인상적인 화면들이 종종 등장하는데요. 요즘 헐리웃 액션 영화에 안어울리게 무척이나 고전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촬영방식들이라 오히려 기억에 남더군요. 마틴이 캐락과 만나는 장면에서 사이드미러와 룸미러를 이용한 연출이나 막판 캐락과 윌이 마주하는 장면에서 서서히 뒤로 트래킹하면서 동시에 360도 회전하는 장면 같은 거요.


마틴-브루스 윌리스의 유전자는 비리비리한지 애들이 모조리 지중해 스타일입니다. 왠지 아버지 유전자를 가장 많이 받은 듯한 둘째는 상대적으로 외모가 달리지만 그래도 애인이 있으니 승리자...


루시아 역의 베로니카 에체귀는 지중해 버젼 나탈리 포트먼 같아요. 


브루스 윌리스는 이 영화도 그렇고 곧 개봉할 지 아이 조에 익스펜더블2까지 심심풀이 삼아 자기 이미지 가지고 알바 뛰고 있는 거 같아요. 어서 다이하드5편이나 찍으시라고요! 

(얼핏 보면 다이하드 4 스틸 같기도 함)

시고니 위버도 요즘 두 가지 이미지 가지고 번갈아 알바 뛰는 느낌, 아바타에서와 같은 강직한 학자나 조력자, 그리고 이 영화에서와 같은 경륜 많은 악당. 그러고보니 자꾸만 비교하게 되는 어브덕션에서는 전자의 포지션으로 비슷한 역을 연기했네요.


감독 마브룩 엘 메크리의 전작이 JCVD(쟝 클로드 반담)이었네요. 영화 보면서 기발하면서도 정석에 충실한 사람이구나 조만간 헐리웃 가겠네 싶었는데 이제야 연출작이 나왔네요. 헐리웃 입봉작인 셈인데 이 정도면 선방인거 같고요. 차기작이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