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lancy's critic

[영화] MIB3 - 그들이 돌아왔다

맨 인 블랙 3

CGV


베리 소넨필드


아... 생각지도 않은 팀이 돌아왔습니다. 2편 개봉 후 당연히 3편이 나오겠지 생각했지만 해가 지날수록 속편 이야기는 흐지부지 되어버리고 이젠 물건너 갔구나. 이러다 리부트나 하겠지 했는데 원래 멤버 그대로 3편이 나와버렸네요. 검은 정장을 입은 미스터리한 사내들 MIB의 귀환입니다.



여전히 K와 J는 파트너입니다. J도 어느 새 14년차 베테랑이 되었고 K는 딱 보기에도 늙고 지쳐 보이는 게 은퇴해야 할 모양새입니다. (전편에서 이미 은퇴를 결심할 나이였으니 말 다했죠) 1편이 나온 게 1997년이니까 대강 시리즈의 시간이 현실의 시간과 비슷하게 흘러가는 모양입니다. 단어 그대로 우주굇수들을 가두어두는 달 감옥에서 악당 보리스가 탈출을 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그를 잡아넣은 장본인이라는 K는 무언가 불안해 하지만 돕겠다는 J를 사건에서 제외시킵니다. 그리고 다음 날 J는 K가 40년 전에 죽은 사람이 되어버렸음을 알게 됩니다. 보리스가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의 K를 살해했기 때문이죠. 이제 J는 과거로 돌아가 과거 K의 죽음을 막고 현재 지구를 외계 침공의 위기에서 구해내야 합니다.


SF 단골 소재인 시간여행이 중심 줄기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현대의 J가 60년대로 돌아가 당시의 문화와 충돌하는 설정은 그의 피부색 때문에 풍성해지죠. 게다가 이 시리즈 자체가 그 시절 B급 SF영화에 대한 오마쥬 성격이 강하기에 이런 설정은 할 이야기나 보여줄 거리가 그만큼 많아집니다. 



영화는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상에 당연하다는 듯이 끼어든 외계인들의 모습이나 과장되고 우스꽝 스러운 디자인들 그리고 각종 음모론 등을 짬뽕해서 만들어내는 웃음과 소동의 연속이죠. 시그니쳐 마냥 사용되는 J의 자동차 위로 뛰어 올라 총 겨누기 장면도 나오고, 기억을 지우는 장치, 유명인으로 위장한 외계인, 대소의 경계를 허무는 설정, 역사적 사건이나 기념물에 끼어든 주인공들 같은 설정들도 다시 사용됩니다. 전 지구적 위기를 다루는 소박한 모험이라는 기조도 그대로 유지되어 매우 익숙하고 친숙한 기분이 드는게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는 것 같더군요.


크게 다른 점이라면 시간 여행이란 소재 덕에 토미 리 존스의 비중이 크게 줄어들고 대신 그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조쉬 브롤린이 빈 자리를 채운다는 거겠죠. 젊은 K역에 조쉬 브롤린을 캐스팅 한 것은 대성공인 것 같습니다. 적절한 분장과 토미 리 존스의 표정, 말투를 흡사하게 복제해낸 배우의 연기 덕분에 진짜 토미 리 존스의 젊은 시절을 보는 것 같다는 착각마저 들지요. 



시간여행은 단순히 새로운 이야기를 위한 장치에 그치지 않고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소재로 사용됩니다. 영화의 마지막 카페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뭉클해지는 것이 지난 14년간 시리즈를 함께한 관객 만큼이나 감독과 배우들도 이야기에 애정이 깊구나란 생각도 들어요. 이야기 만드는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좋은 설정, 캐릭터는 어느 새 스스로 움직여 좋은 이야기로 작가를 끌어간다고 하는데 이번 3편이 그 좋은 예가 아닐가 싶어요. 

하지만 SF에서도 하드해지면 해질수록 다루는데 조심스러워질 수 밖에 없는 시간여행이란 소재이기에 본 영화도 패러독스로 인한 설정의 구멍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요. 과거의 사건이 현재에 영향을 미치고 현재의 인물이 그로 인해 다시 과거로 돌아가 사건에 개입한다는 설정인지라 영화를 보고 나면 어쩔 수 없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고민을 할 수 밖에 없거든요. 그게 아니더라도 간단히 눈치챌 구멍도 있죠. 아폴로 발사대에서의 액션에서 J가 타임머신을 활용해 보리스를 제압하는 부분에선 이미 60년대의 보리스와 2012년의 보리스가 공존하고 있으니 J역시 1분전의 자신과 공존해야 하죠. 그게 아니라면 시간을 이동한 J는 꼬마가 되어있어야 하고....


토미 리 존스가 확 늙었네요. 원래도 노안이긴 했지만 이제 정말 세월의 두께가 확연히 느껴져요. 46년생이니 영화 속 K와 크게 나이차가 나지도 않는군요. 1969년 아폴로 11호 발사 시점에 29살이라면 대강 40년생이라 치고 영화 속 K는 72살이란 얘기군요. MIB의 인재채용에 어려움이 많으리란 건 충분히 예상이 되지만 그래도 그 나이에 필드 에이전트로 굴리는 건 노인학대의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윌 스미스도 40대 중반이군요. 하...


레이디 가가가 나온다고 기사가 뜨기도 했지만 정말 잠깐 화면에 비추는 게 전부입니다. 2편의 마이클 잭슨 분량보다 적어요. 그러고보니 2편 당시만 해도 황제께서 살아계셨군요.


과거의 MIB란 조직은 좀 우습죠. 외계인들을 관리하는 부서면서 정작 아폴로 계획이 아니면 우주에 나가지도 못하는 처지라니요. 그에 비해 현대엔 월면기지를 운영하는 장족의 발전을 보여주기도 합니다만.


MIB 에이젼트의 닉네임에 대한 궁금증이 하나 풀리죠. 알파벳 이니셜을 사용하고 그것도 실명에서 따오는 듯 한데 고작 26개 알파벳 가지고 어떻게 요원들 이름을 다 정하냐는 거 말입니다. (이러니 70이 넘은 K를 아직도 굴리는 건가 하는 의심도 들고) 다행스럽게도 3편에선 더블A라는 요원이 나옵니다. 여차하면 더블O,7 요원도 나오겠군요. 


(월드프리미어가 서울에서 있었죠. 좀 뜬금없는 원더걸스의 등장...)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7154

(네이버캐스트 아폴로 11호 항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