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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영화]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CGV


루퍼트 샌더스


올해 두 번째 백설공주 영화가 조금은 괴상해 보이는 한글제목을 달고 개봉했습니다. 타셈 씽의 백설공주가 원작의 동화적 분위기를 살린 채 살짝 비틀기를 한 영화였다면 이번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이하 헌츠맨이라고 합시다. 헥헥)은 스워드 앤 매직 환타지의 세계관을 가져와 만든 액션영화입니다.

전반부의 스토리는 원작과 유사합니다. 백설이가 태어나고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새엄마를 얻는데 곧 돌아가시는 바람에 백설이 혼자 남는다는 거지요. 성인 취향의 이야기로 분위기를 전환하려다보니 이 과정이 좀 과격하긴 합니다.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한 계모는 지구침공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 마냥 왕실에 잠입해 초야에 손수 왕을 살해하고 자신의 군대를 끌어들여 성을 장악하죠. 백설이는 그대로 감옥에 갇혀 몇 년을 보내고요. 이제 여왕이 된 계모는 사악한 마녀이기도 한데 영생을 얻기 위해선 백설이의 심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죽이려는 찰라 백설은 아슬아슬하게 탈옥하게 되고 어둠의 숲으로 도망친 백설이를 잡으려 여왕은 사냥꾼(헌츠맨)을 고용합니다. 그리고 일곱난쟁이가 나오고 독사과가 나오고...


설정만 따져보면 매우 중요한 설정 하나를 제외하곤 딱히 변한 건 없는데도 헌츠맨은 백설이 이야기로선 낯설어 보입니다. 아마도 역시나 익숙한 환타지 세계관과 화면들 때문인 것 같아요. 동화에 숨어있던 어두운 분위기가 이런 쟝르적 전환 덕에 보다 도드라져 보이는 거죠. 그러다보니 분명 백설이 이야기고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캐릭터들이 나오는데도 어색하고 낯설어 보이기도 합니다.


분위기란 측면에선 타셈씽의 백설공주가 동화책을 화면으로 옮겨온 듯한 고전적 연출이었다면 헌츠맨은 반지의 제왕 - 백설이 원정대라도 보는 느낌인데요. 보는 재미로만 친다면 헌츠맨 쪽이 확실히 크고 풍성하긴 합니다. 트롤, 요정, 어둠의 군대, 마녀 등이 화려한 그래픽으로 화면에 등장하고 벽에 걸린 거울도 꽤나 거창하게 등장하지요. 액션 장면도 적절히 배치되어 거나하게 선보이고요. 그럼에도 살짝 지루한 기분이 드는 건 여전히 익숙한 이야기이기 때문일 겁니다.


공주님 나오는 그림동화들을 읽을 때면 흔히 떠오르는 게 중세 배경이고. 스워드 앤 매직 환타지도 보통은 중세 분위기를 가지고 가니까 이 둘을 혼합해 버리면 어울릴 거라는 생각은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럴듯한 분위기 만으로 부족하죠.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기 위한 갈등이 필요하고 사건이 있어야 합니다. 영화는 이 부분에서도 꽤나 노력을 하고 있긴 합니다. 헌츠맨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점이라던가 마냥 악독하기만 한 원작의 여왕에게 나름의 사연을 부여한다거나 백설이가 직접 칼을 빼들고 여왕의 성을 쳐들어 가는 이유 등등. 


그럼에도 이야기는 뻔하고 종종 심심합니다. 원작의 설정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는 흐름 때문이기도 하지만 추가로 넣거나 바꾼 설정들이 여전히 전형적이거나 제대로 녹아들지 못한 때문도 있습니다. 관객 입장에선 이걸 백설공주 이야기로 봐야 하는지 반지의 제왕 아류로 봐야 하는지 혼란스러운데 제대로 방향 설정을 안 해주고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다가 끝나버리더라고요.


크리스 헴스워스가 연기한 헌츠맨은 꽤나 매력적입니다. 알고보면 충직하고 따뜻한 탕아죠. 가슴아픈 사연도 간직하고 있고. 망치 대신 도끼를 휘두르는 마초적 캐릭터인데 전작 토르의 이미지가 좀처럼 떠오르지 않을 만큼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도 좋았습니다. 분장이나 행동 말투까지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지요. 반면에 백설이의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이전 영화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다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연기며 표정이며 너무 익숙하다 보니 종종 트와일라잇 시리즈 보는 착각도 들지요. 백설이가 깨어나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곧 개봉할 트와일라잇 시리즈 마지막의 오프닝 보는 것 같아요. 샤를리즈 테론은 여전히 미모가 폭발하십니다. 미모대결에선 이쪽이 완승이라 중간중간 특수효과로 노쇠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백설이가 이뻐~란 거울의 주장에 전혀 수긍할 수 없었을 겁니다.



일곱 난쟁이 캐스팅이 조금 흥미롭습니다. 타셈 씽 버젼에선 실제 난쟁이 배우들을 캐스팅했던 것에 반해 헌츠맨에서 일반 배우들을 난쟁이로 보이게끔 분장,특수촬영 하는 쪽을 택했더군요. 그걸 모르고 처음엔 '햐 전 난쟁이 배우는 XXX배우하고 굉장히 닮았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밥 호스킨스, 닉 프로스트, 이언 맥쉐인 같은 배우들이 감쪽같이 난쟁이로 둔갑하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반지의 제왕의 호빗을 연기한 배우들을 떠올리게도 하더군요.


여왕의 대사에도 언급되지만 백설이는 좀 사기캐입니다. 날때부터 축복받고 존재 자체로 군대를 일으킬 수 있고 영계의 존재들도 고개를 숙이다니요. 몇 년을 탑속에 갇혀 지냈으면서도 미모는 여전하고 체력도 짱이고 지력도 상당해 보입니다. 이쯤 되면 조실부모하고 갇혀 사는 정도는 감수하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지요.


샤를리즈 테론의 분장쇼도 볼만 합니다. 본래 나이보다도 어려보이는 장면부터 완전히 쪼글쪼글 할머니가 되는 모습까지 다양한 연령의 모습을 선보이는데요 그게 또 매우 그럴듯합니다. 아마도 CG의 힘이 크겠지만요. 그리고 아름다움과 젊음에 대한 여왕의 집착이 단순한 허영이 아니라 권력과 마력에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설정, 그리고 여왕이 왜 그런 존재가 되었는지에 대한 과거 설정 같은 게 그럴듯해서 악당 캐릭터로서도 꽤 매력이 있습니다.

(뭐 진짜 매력은 이런 장면일 수도 있겠지만)


본편과 관계는 없지만 백설이가 처음 어둠의 숲으로 들어가 환각에 시달리는 장면 연출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일본만화 '베르세르크'를 헐리웃에서 영화화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GV 비트박스 상영관에서 처음으로 본 영화입니다. 저음부에서 의자가 진동하는 시스템인데요 오디오 커뮤니티에서 우퍼 관련해서 흔히 쓰는 '온 몸을 울리는 듯한 저음'이 말 그대로 시현되긴 하는데 엉덩이 바로 밑에서 울려대다보니 좀 당황스럽긴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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