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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영화] 차형사

차형사

CGV


신태라


강력반 형사 차철수는 위생관념과 패선센스는 시궁창에 처박았거나 아니면 안드로메다 쯤에 좌표를 찍고 사는 사람입니다. 게다가 두둑한 복부마저 챙기고 있으니 그가 경찰서에 숙식하며 범인 검거에만 올인하는 이유도 알만합니다. 그러나 그가 속한 팀이 마약밀매까지 관련된 패션계에 잠입수사를 벌이게 되면서 그의 삶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패션모델로 위장잠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찌저찌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그가 잠입형사로 선발된 거죠. 자신과 고교동창인 디자이너 고영재와 함께 차철수는 2주 안에 20kg을 감량함과 동시에 패션모델로서 활동하며 패션산업 관계자가 연루된 마약밀매 사건을 해결해야 합니다.


역시나 익숙한 설정의 조합입니다. 엉뚱한 세계에 위장잠입해야 하는 형사란 설정은 도학위룡이나 김선아의 잠복근무가 떠오르고 거기에 폭탄 수준 외모의 주인공이 극단적으로 메이크오버 한다는 설정이 겹쳐지니... 잠깐만요 이건 산드라 블럭의 미스 컨지니얼리티(미스 에이전트)의 남자버젼 아닙니까?


설정에서 충분히 예상되는 개그들이 곳곳에 분산된 채로 간간히 액션장면이 들어가고 과거의 인연이 있던 남녀가 아웅다웅하다 결국 엮인다는 설정까지 감독의 전작 '7급 공무원'의 재탕이란 느낌도 강합니다. 실지 전작의 재활용도 보입니다. 미행을 붙어야 하는 형사가 미행당한다는 설정은 7급공무원에서도 활용되었죠. 역시나 같은 배우 강지환이 연기한 캐릭터로 말입니다. '예전에도 이런 상황이 있었는데 잘 해결되었습니다'라는 차 형사의 대사를 보면 의도된 장면이 분명합니다.


억지스럽긴 하지만 개그들은 적당히 터져줍니다. 특히 전반부 차형사 캐릭터를 활용한 코미디들이 잘 먹히죠.  경석 역의 이희준을 반복된 상황에 던지는 개그도 그때마다 빵빵 터지더군요. 그러나 7급 공무원과는 달리 이야기는 매우 부실합니다. 일단 사건의 발단이 되는 마약밀매건에 대해서 너무 허술해요. 범인들은 마약 샘플을 영재의 메인의상에 숨겨두었다는데 그렇다면 왜 영재에게 마약밀매 혐의를 뒤집어 씌운 겁니까. 그렇게 되면 압수 당할 것이 뻔한데 말이죠. 물론 탁대표 측이 아닌 김선호가 경찰에 정보를 흘린거라는 추측도 가능합니다. (영화에서 흘린 단서로는 그게 아닌 거 같지만 그래도 굳이 변호를 하자면 말입니다) 그럴경우 탁대표는 어떻게 영재를 '제거'할 생각이었을까요? 그냥 패션쇼 옷들을 가로채기해서? 아니 그 이전에 대체 어떤 방식으로 패션쇼를 통해 마약밀매를 한다는 건가요? 상세히 설명할 필요야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해설이라거나 이야기와의 연계가 필요했던 부분이죠.


영재와 철수의 러브라인도 그렇습니다. 둘의 과거 회상장면이나 티격태격 장면들을 넣긴 하지만 까놓고 말해 차철수 살빼니 옛날 미모가 살아나서...라는게 이유의 전부입니다. 애초에 차철수가 영재에게 연애감정을 가지게 되는 과정도 이해가 안 가고요. 그나마 메이크오버 하는 차철수와 달리 영재는 끝날때까지 캐릭터가 그대로인걸요.


성유리의 연기는 많이 좋아졌다지만 그녀의 발성은 여전히 거슬립니다. 그나마 이 영화에선 캐릭터와 어찌저찌 맞아떨어지긴 합니다만. 그리고 영재 캐릭터는... 일단 남성복 전문인 거 같은데 그래서일까요 자기가 입고 다니는 옷들은 레이디가가를 연상시키는 오버센스가 대부분이라 이 사람 정말 제대로 된 디자이너일가 의심부터 들죠. 그러다 막상 패션쇼에 나오는 옷들은 또 너무 평범해서 갸우뚱 하기도 하고.


강지환의 차철수 캐릭터는 가공의 것이죠. 사람이 2주에 20kg감량이 가능할까요? 물론 가능은 할 겁니다. 도전 다이어트 같은 프로그램 보면 나오잖아요. 하지만 그건 거구의 사람에게서 물살, 지방이 빠지는 거죠. 차형사처럼 복근이 드러나는 짐승 몸뚱이는 아무리 살 속에 그런 걸 숨기고 다닌 사람이라도 2주에 만들 수 없어요. 그 사이 그가 지방흡입 받았다는 데에 돈을 걸어봅니다. (그렇다면 그 흉터들은 설마...)


반장의 전자기기 마니아 설정이 흥미롭더군요. 전자담배, 스마트기기, 책상위의 멀티스크린, 컴퓨터 부품 청소장면 등등 깨알같이 나와주죠. 특히나 독수리 타법으로 포토샵 하는 부분이 백미.


+

처음 차형사가 범인을 쫓는 장면은 007 카지노 로얄의 마이너한 패러디 같아요. 프리러닝으로 잽싸게 지형지물을 넘나드는 범인과 그와는 달리 무조건 몸빵으로 밀고 부수며 쫓아가는 주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