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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영화] 프로메테우스 - 리들리 스콧

프로메테우스

CGV


리들리 스콧


영화의 시작은 언제인지도 모를 과거, 아마도 지구에서 시작합니다. 인류에게 불을 가져다 준 죄로 형벌을 받은 프로메테우스처럼 자신을 희생하여 지구에 DNA풀을 내던지고 결국 인류에게 '시작'이란 선물을 가져다 준 엔지니어를 보여주지요. 그리고 다시 2089년의 지구로 넘어와 시공간을 초월해 고대 유적에서 발견되는 행성좌표를 발견한 과학자 커플 쇼와 챨리를 보여주지요. 그 별들의 배치와 일치하는 우주 좌표를 통해 이것이 '초대장'이라고 판단한 이들은 거대기업 웨이랜드의 후원하에 우주선 '프로메테우스'를 타고 2년여의 비행 끝에 초대장에 표시된 태양계 내의 여러모로 지구와 유사한 LV-226이란 행성에 도착하고 당연하다는 듯 거기에 서 있는 인공구조물과 조우합니다.


여러모로 기대치가 높아질 수 밖에 없었던 영화였습니다. 일단 리들리 스콧의 작품이고 '블레이드 러너' '에이리언'이라는 SF영화의 기념비적 작품들을 만든 그가 노장이 되어 최신 기술로 다시 한 번 만드는 SF아닙니까. 게다가 감독은 연신 부정했지만 웨이랜드컴퍼니, 외계문명, 익숙한 우주선, 스페이스 쟈키 등등 너무나도 자명한 '에이리언' 프리퀄 아닙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는 에이리언의 프리퀄은 아니더라도 분명 연결되어있는 동일한 세계관을 다루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자명한 연결이라서 왜 굳이 부정하나 싶기도 한데 아직은 빈 공간들이 많으니 행여 나올지 모를 속편을 염두에 둔 수일지도 모르지요.


여튼 기대치에도 불구하고 평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섣불리 판단하기가 힘들어요. 일단 리들리 스콧의 영상적 성찬들이야 감사하게 받아먹겠지만 설정이나 스토리에 있어선 아쉬움이 많이 남거든요. 사실 에이리언 프리퀄이란 관점에서 보면 설정의 어려움은 이해할 수 있지요. 프로메테우스의 단초는 사실 외계인괴물 보다는 첫 에이리언 영화에 나왔던 화석화 한 외계인 흔히 스페이스 쟈키라 부르는 존재입니다. 과연 그들은 누구이고 어디서 왔으며 왜 거기서 그 꼴이 났는가?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한 영화란 거죠. 과연 에이리언을 만들 당시 리들리 스콧의 머리속에 그런 계획이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아니올시다겠죠. 그냥 스토리를 위해 필요한 존재였고 H.R.기거가 적당이 센스 살려서 디자인 한 존재일 뿐이에요. 그걸 인류의 근원에 대한 SF적 상상과 연결하려다보니 여기저기 무리수가 보입니다. 거장답게 적절히 조율하고는 있지만 사실 스페이스 쟈키의 머리의 정체가 드러나는 부분부터 기존 팬들은 실망하게 되지요. 이건 프리퀄 영화들의 어쩔 수 없는 한계입니다. 이전까진 관객 스스로가 100이면 100, 저마다의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었던 공간에 '이게 정답이요'라고 떡하니 들이밀어 버리는 꼴이니까요. 정말 미친듯이 새롭고 엄청난 것이 아닌 이상 절반은 실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아, 나의 XX는 이렇지 않아! 뭐 이런거?)


그런 설정의 한계를 이해하더라도 영화의 이야기는 중간중간 단절된 느낌입니다. 분명 실시간으로 흘러가고 있음에도 이야기가 껑충껑충 뛰는 것 같아 보이는 거죠. 가장 큰 이유는 캐릭터의 갈등 부분일 거 같아요. 영화를 보다보면 저 캐릭터가 왜 저런 행동을 보이는지 갸우뚱 해지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설명은 불친절하다 싶을 정도로 부족하고요. 그러다보니 영화가 끝나고도 영 찜찜한 거죠. 게다가 엄청나긴 하지만 뒷맛이 결코 좋지않은 비쥬얼들이 연속으로 나오는 영화였으니...


같은 이야기는 팬들의 쟝르적 욕구란 측면에서 해볼수도 있을 겁니다. 사전 정보 없이 액션스릴러 정도를 생각한 팬들은 당연히 실망할 것이고, 공포영화로 보기에도 너무 심오한 구석이 많은데다 뒤끝이 지분합니다. SF/에이리언 팬들에게야 떡밥들이 흥미롭긴 하지만 역시나 앞서 얘기한 지점에서 실망하게 될 것이고 SF적 설정에서도 빈 구석이 꽤 있어서 아쉬울 겁니다. 결국 이거저거 다분히 커버하는 영화이면서 동시에 어느 하나 확실히 만족시키진 못한다는 느낌인 거죠.


좋은 점이라면 일단 비쥬얼일 겁니다. 타임라인을 살펴보자면 전작 에이리언 시리즈보다 앞선 이야기이기에 이전 영화에서 구현한 테크놀러지에 종속될 수 밖에 없지만 감독은 과감히 이를 취사선택해서 멋진 세트디자인을 보여줍니다. 테크놀러지 부분이 아니더라도 초반부 지구의 모습이나 지구와 유사한 LV-226의 모습처럼 로케를 활용한 영상들도 너무나 아름답지요. 


앞서 투덜대긴 했지만 에이리언 팬의 입장에서도 여전히 매력적인 떡밥입니다. 스페이스 쟈키의 정체가 허무하게 드러났음에도 영화는 결말부에 대형 떡밥 하나를 더 던져주니까요. 정말 그것이 그것일까? 만약 그것이 그것이라면 어떻게 그것이 거기로 가서 그런... 잠깐만 여기가 거기인가? 여기가 거기가 아닌 거 같은데. 그럼 거기에선 따로 새로운 사건이 벌어져서 그게 생긴 걸 수도 있지 않을까? (뭔 소린지 궁금하면 영화를 보시길 ㅋ)


누미 라파스가 연기한 쇼도 영화의 매력포인트죠. 에이리언 시리즈의 시고니 위버를 능가하는 생존능력을 보이는 그녀는 종교적 신념과 과학적 신념이 상충하며 동시에 공존하는 사상적 지점에서도 SF팬들에게 어필할 요소가 있고요. 게다가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수술' 장면 덕분에 당분간 이 캐릭터는 쉽게 잊혀질 일은 없을 거 같아요. 그나저나 누미 라파스는 '밀레니엄' 시리즈 때에 비해 몸을 많이 키웠네요. 소년 같은 말라깽이란 설정에 어울리던 몸이었던 걸로 기억했는데 이번 영화에선 부피감 있는 근육질의 몸을 선보입니다.


웨이랜드 컴퍼니는 어쩐답니까 회장에다가 직계까지 머나먼 별로 와가지고 그 사단이 났으니. 하긴 승계작업이야 다 마치고 왔을 설정이고 우리처럼 혈족계승에 목 메는 동네도 아니니. 그런데 피터 웨이랜드의 목적이야 분명하지만 정말 그렇게 죽자사자 나서야 할 정도로 믿을만한 단서였는가에 대해선 회의적입니다. 게다가 위험 요소 따져보지도 않고 무작정 돌입하는 것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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