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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영화] 락 아웃 : 익스트림 미션

락 아웃 : 익스트림 미션


제임스 매더,스테판 레게르


지구로부터 격리되어 정지괘도를 돌고 있는 우주감옥 MS1(Maximum Security One)의 인권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시찰을 나온 에밀 워녹은 예상치 못한 교도소내 폭동으로 인질이 됩니다. 문제는 그녀가 미국 대통령의 영애란 점. 한편 특수요원 살해 혐의와 반역죄로 30년형을 선고받고 역시나 MS1으로 수감 예정이었던 스노우는 사면을 조건으로 감옥에서 에밀만을 탈출시키란 미션을 받고 감옥에 잠입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의 진짜 목적은 역시나 감옥에 수감된 동료를 구출해 그가 가지고 있는 증거로 누명을 벗고자 하는 것입니다.


늘상 여유있고 뭔가 비밀에 싸인 과거를 가진 터프가이 주인공이 누명을 벗기 위하 불가능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악당들이 드글거리는 소굴로 잠입한다는 설정은 영락없이 81년작 뉴욕탈출(Escape From New York)의 오마쥬입니다 (아님 리메이크거나?) 구출 대상이 대통령에서 대통령 딸로 바뀌고 뉴욕이 아니라 우주감옥으로 배경이 바뀐 정도죠. 이야기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캐릭터 조차도 비슷비슷 하고요. 모르긴 해도 진자 리메이크 기획인지도 모르겠네요.


B급 정서와 더불어 한정된 예산에서 꽤나 그럴듯한 디스토피아를 구현한 (근데 배경이 무려 1997년이었네요 ㅎ) 뉴욕탈출이었지만 CG를 통해 어지간한 세트와 장비를 가상공간에 구현할 수 있는 요즘에야 우주를 배경으로 판을 크게 벌릴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컬트적 인기를 구가하는 뉴욕 탈출과 달리 21세기 기술로 무장하고 뤽 베송 특유의 액션으로 버무린 락 아웃은 왠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일단 가장먼저 거슬리는 건 지들 편할대로 가공한 SF요소들이겠지요. 다들 지적하듯이 우주감옥의 존재가치와 냉동수면상태의 수감의 의미 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합니다. 지구가 북적대서 그런 숭악한 녀석들을 가둘 곳이 없어서라면 같은 비용으로 태평양 한가운데 이동감옥을 띄우는 편이 효율적일 겁니다. 죄수 하나 가두려면 우주 왕복선을 쏴올려야 한다니 아무리 우주여행이 일반화된 시절이라도 너무 사치스럽지 않습니까. 냉동수면상태의 수감도 그래요. 죄수들은 숙면취하고 나니 형별이 끝나는 격입니다. 사회와의 격리란 목적은 달성되더라도 형벌적 측면이나 교화,교정 측면에선 전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죠. 여기에 대해 영화는 냉동수면에 따른 뇌손상이란 패널티를 가져오지만 이건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입니다. 목적이 아니라 부작용인 거죠. 적어도 데몰리션맨이던가 실베스터 스탤론 나왔던 영화의 냉동감옥처럼 수면중 교육으로 교화한다는 설정이라도 넣었어야죠.


우주공간에서의 전투에 소리나 모양으로 보아 광선무기가 아닌 일반 화약무기로 추정되는 것들이 나온다던가. 순전히 무중력 액션 씬을 보여주기 위해 이론을 무시하고 편의대로 디자인한 인공중력 장치라던가. 마지막 지구귀환에서의 '대기권 진입 어렵지 아~~~~ㄴ아요' 라고 말하는 듯한 자유낙하라거나. 지적하자면 끝도 없지요.

(대기권 진입의 절차 - 방호복을 입는다 뛰어 내린다 중력을 타고 떨어지다 옷을 벗고 낙하산을 편다)


하지만 그렇게 치자면 앞서 말한 뉴욕 탈출을 비롯 대부분의 SF, 또는 미래세계 배경의 영화들이 유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겁니다. 그보다 이 영화를 심심하게 만드는 건 서스펜스의 직조입니다. 일련의 뤽 베송표 영화들에서 자주 보이는 설정만 던져놓고 마무리는 건성하는 서스펜스 구조가 이 영화에선 유난히 심해요. 예를 들자면 이런 겁니다. 대통령 딸이 인질로 잡혀있는데 악당들은 자기 인질 중에 그런 VVIP가 있다는 사실을 몰라요. 이것 만으로도 영화 하나를 뽑아낼 수 있을 만큼 가능성이 무한한 장치이지만 영화는 그걸 가지고 서스펜스를 만들어낼 의지가 없어요. 다음 순간 허망하게 '어라 너 대통령 딸?'하고 이야기가 풀려나가는 거죠. 이런 식의 진행이 영화 곳곳에 깔려 있어요. 하지만 영화의 텐션을 유지는 해야하니 계속해서 떡밥들은 던져집니다. 주인공이 처한 상황은 수시로 변하면서 점차 악화되지요. 하지만 어느 하나 제대로 마무리를 안 하고 계속 판만 벌리다 보니 막판엔 좀 이상해집니다. 클라이맥스의 갈등구조를 보세요. 지상에선 대통령이 자기 딸을 희생해야 하는 문제로 대통령 직권까지 걸고 신경전을 벌이는데 사실 어떤 선택을 하던 딸이 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어차피 감옥은 괘도를 벗어나 추락하고 있단 말입니다. 스노우가 있다고요? 그때 이미 그들은 스노우의 존재를 포기한 상태 아니었나요?


락 아웃은 충분히 흥미롭게 뻗쳐나갈 수 있는 소재들을 가득 품고 있습니다. 사실 초반부엔 꽤나 야심차게 이야기가 흘러가서 무척 기대했어요. 하지만 벌이고 싶은 꺼리들을 제대로 배치, 조율하지 못한 덕에 이야기는 방만해지고 긴장은 떨어져 버렸어요. '훌라'란 게임에서 이 조합 저 조합 다 감안하고 패를 돌리다가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죠. 대신에 뤽 베송 특유의 액션 연출들이 그 빈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격이죠. 하긴 최근의 뤽 베송 표 영화들 대부분이 비슷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긴 합니다. 


에밀 워녹 역의 매기 그레이스는 전작 '테이큰'에 이어 오라지게 무서운 아버지를 둔 민폐녀로 나옵니다. 그래도 테이큰에 비하면 하는 일도 많고 자립심도 늘었어요. 그리고 긴 머리보단 짧은 머리가 확실히 어울립니다.


가이 피어스는 몸을 꽤나 키웠는데 정작 그 몸을 제대로 보여주질 않네요. 근육을 키운 게 아니라 살을 찌운 건가? 메멘토에서 보았던 몸뚱이를 다시 볼 수 있을 줄 알았건만 끝까지 꽁꽁 싸매고 나오네요. 대신에 그닥 관심없는 악당 녀석의 토플리스는 실컷 볼 수 있었습니다만.. -0-

(난 이런 몸 보길 원치 않네...)

해리 쇼 역의 레니 제임스는 선한 조언자도 간사한 악당도 전부 커버가 가능한 몽타쥬네요. 이번 영화에선 그걸 잘 활용했죠. 보고있음 모건 프리먼 일자리를 야금야금 잡아먹을 것 같은 인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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