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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쿵푸팬더 2 - 여인영


 

쿵푸팬더 2

 


 

여인영

쿵푸하는 팬더 '포'가 돌아왔습니다. 전작의 성공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입니다. 게다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라인의 캐시카우였던 슈렉이 완결되고선(정말?) 새로운 프렌차이즈를 찾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예상 가능한 일입니다.

문제는 과연 '어떻게' 속편을 만드느냐입니다. 전편 쿵푸팬더는 전형적인 영웅탄생담입니다. 고전 영웅보다는 현대 코믹스 히어로물의 전형에 가깝죠. 영웅을 동경하지만 현실은 보잘 것 없는 루저 주인공이 우연한 기회에 사건에 휘말려 주위 사람들의 의심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신을 증명하고 영웅이 되는 이야기 말입니다. 이런 이야기의 속편은 심심해지기 쉽습니다. 이미 고난을 극복한 주인공에게 새로운 갈등을 부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쿵푸팬더 2에선 새로운 갈등을 만들기 위해 우선 (당연하게) '새로운 적'을 상정합니다. 공작새 캐릭터인 쉔이 예언을 통해 포와 얽힌 숙적으로 등장하는 거지요. 이것은 자연스럽게 '운명론'과 연결됩니다. 자신을 멸할 네메시스에 대한 예언을 들은 쉔은 운명을 거스르기 위해 발버둥치는 존재입니다. 팬더마을을 토벌하고 그로인해 가문에서 추방당합니다. 그의 과거는 자연스럽게 포의 과거와 연결됩니다. 전편에서 팬더의 아버지가 오리인 이유가 이렇게 설명되는 거지요. 이제 숙적 쉔의 존재는 그대로 새로운 포의 갈등이 됩니다. 포는 쉔과 대적해야 할 뿐만이 아니라 잃어버린 친부모에 대한 기억을 찾아야 합니다.

전편에서 설명되지 않은 (또는 설명을 포기한) 설정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여 만든 갈등구조는 꽤 좋습니다. 게다가 숙적인 쉔의 강점을 무술이 아닌 화포라는 '기술'로 설정함으로서 무예와 기술, 신문물(문명)과 옛것(전통)의 충돌로 다중적 의미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제작진이 고민한 흔적들은 스토리 상에서 제 역할을 해내지만 마냥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일단 전작에 비해 갈등의 구조와 폭이 커지다 보니 포의 동료들이나 스승 같은 캐릭터들의 위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포의 일인극 같은 느낌이지요. (어설프게나마 타이그리스와의 러브라인 비슷한 것이 들어가지만 이건 역효과가 아닌가 싶어요 크게 도드라지지도 않고) 갈등을 극복하는 구조도 좀 밍밍합니다. 전작에서 타이렁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선천적으로 별난 신체구조라는 (혈맥이 달라서 타이렁의 기공이 통하지 않는다는 설정이었죠) 나름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자신을 믿으라'는 깨달음으로서의 쿵푸는 용의 스크롤을 통해 보여지며 나름의 설득력과 함께 클라이맥스와 연결이 되지요. 하지만 이번 속편에서의 절정부는 나름 차곡차곡 쌓은 복선들에도 불구하고 좀 생뚱맞습니다. 신념(자신감)이라는 전작의 명제는 이번엔 '평정심'으로 바뀝니다. 신체적 특징이란 포의 강점은 평정심을 통해 태극권을 모티브로 한 것이 분명한 무공으로 대체되었고요. 기존 체제를 무너뜨릴 것 같던 무시무시한 쉔의 무기를 어느 순간 무력화하는 포의 무공은 엄청난 것입니다. 시푸 역시 그런 포에게 질투어린 멘트를 하기도 하지요. 뭔가 부족한 맛이 개성인 포에게 완전무결한 무공을 부여하며 한순간 먼치킨을 만들어 버린 겁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편같은 쾌감은 없습니다. 여전히 잭 블랙을 닮은 팬더가 우스꽝 스런 행동과 표정으로 번쩍번쩍 적들을 유쾌하게 처치하긴 하는데 신이 나질 않는다 이거죠. 게다가 거기서 이야기가 덜렁 끝이 나버립니다. 이래선 화장실에서 중간에 끊고 나온 기분이라 이겁니다.

기술적인 부분에선 평을 하기가 힘듭니다. 전 일반더빙판으로 감상을 했거든요. 더빙은 좋습니다. 늘 그렇듯 최근 유행어를 사용한 번역들이 걸리긴 하지만 원어표현을 모르고 주요 타깃이 어린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이해 못할 것도 없습니다. 그외엔 3D효과라던가 원작 더빙의 질에 따라 영화의 재미나 감동에 변화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특히 3D의 경우 일반 상영으로 보면서도 '야 이 부분은 3D효과 죽이겠네...'싶은 부분들이 자주 보였습니다.

어찌 되었든 지금까지 한국내에서 쿵푸팬더 속편의 흥행성적은 좋습니다. 본국에선 좀 심심한 모양인데 그래도 기본 이상은 해줄 것이 분명합니다. 3편이 나올까요? 아마도 나오겠지요, 앞서 말했듯이 슈렉이 끝난 마당에 이런 프렌차이즈를 (쿵푸팬더 관련 상품 매출이 어느정도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편에서 나온 '애기 포' 만으로도 엄청난 수익이 기대됩니다.) 드림웍스에서 포기할 리 없습니다. (마지막 포의 친부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속편을 위한 포석이 보입니다) 그렇다면 3편의 갈등은 무엇이 될까요? 중국식 영웅담에서 흔히 사용하는 트릭 하나가 나오지 않을가 감히 예언해봅니다. 바로 '능력을 잃어버린 영웅' 이야기 말입니다.

이번에 검색을 하며 알게 된 사실, 전편 타이렁의 목소리가 이언 멕셰인이었네요. 캐러미안의 해적에서 검은 수염을 연기한 배우 말입니다.

점쟁이 염소에 양자경, 마스터인 악어와 물소에 쟝 클로드 반담과 빅터 가버 쉔에는 게리 올드만까지... 추가된 목소리 캐스팅도 어마무시 합니다. 아무래도 원어판을 한 번 보긴 해야할 것 같아요.

한국계 여성 감독의 작품입니다. 국내 포탈 정보엔 한국명으로 기록되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