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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여고괴담4 : 목소리 - 최익환


 

여고괴담4 : 목소리


 

최익환

여괴 괴담 시리즈가 나온지도 10년이 넘었습니다. 여고괴담 1,2편에서 파릇파릇 학생으로 나왔던 최강희,박진희,박예진,공효진,김민선 같은 배우들은 이제 동안소리 듣는 30대 여배우가 되어 저마다 혼자서 하나의 작품을 책임지는 주연급으로 성장했습니다. 이 영화 여고괴담 4 : 목소리도 2005년 작품이니 벌써 7년전 작품입니다. 3편의 흥행에 힘입어 짧은 텀을 두고 제작된 작품이었지만 어쩌다보니 여지껏 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4편은 시리즈 중에서도 찬밥 신세인 것 같습니다. 한국 공포영화의 기념비적 작품인 1편, 공포보단 동성애 멜로를 강조하며 컬트팬까지 양산한 2편, 그리고 나름 공포쟝르에 충실해 1편에 준하는 흥행을 거둔 3편까지 나름 인지도 있고 팬층이 형성되었던 전작에 비해 조금은 어중간한 위치에 있었던 4편은 일반 관객에겐 그 존재마저 흐릿한 영화입니다.

그러다 보니 보기도 힘이 들었습니다. 케이블에선 좀처럼 해주지 않고, DVD를 구해보려니 2편 DVD 구하기 보다 힘이 듭니다. VOD서비스도 1,2,3편은 멀쩡히 있는 곳에 4편만 쏙 빠진 경우를 종종 봤었고요. 그러다 결국 제대로 4편을 보게 된 것은 곰TV 무료영화 덕분이었습니다.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4편이 존재감 흐릿한 망작인 것처럼 말했지만 감상 후 느낌은 진가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수준작 정도군요. 일단 여고괴담 시리즈가 그렇듯 캐스팅 화려합니다. 그러고 보면 4편까지의 시리즈를 통털어 봐도 여고괴담 출신 배우들 중에 유독 잘된 배우들이 많습니다.

1편의 박진희, 최강희 (김규리는 이미 스타였고 오히려 이후 행보가..)
2편의 박예진, 김민선, 공효진 (이영진은 상대적으로 밀리네요, 재미있는 건 김민선이 최근 바꾼 가명이 김규리란 거)
3편의 박한별, 조안, 송지효
지금 돌아보면 면면이 정말 화려하군요.

4편 역시 만만치가 않습니다.
김옥빈, 서지혜, 차예련이 메인 3인방으로 나오는데 정말 풋풋한 얼굴과 연기를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지금 이 캐스팅이면 어이쿠....)

늦은 밤시간 학교에 남아 노래연습을 하던 영언은 자신의 노랫소리에 섞여 화음을 넣는 정체불명의 목소리에 놀라 도망을 치다 정신을 잃습니다. 깨어나보니 아무도 자신을 보지 못하고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은 몸을 관통합니다. 귀신이 된 거지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의 절친인 선민에게만은 자신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둘은 영언이 진짜 죽은 건지, 그렇다면 시신은 어찌 된 것인지를 찾아다니기 시작합니다. 그러는 와중에 묘한 분위기의 소녀 초아가 이들 사이에 끼어들고요.

아마도 4편은 여고괴담 시리즈 중에 가장 덜 무서운 영화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에서 제작되는 대부분의 공포영화들이 강박적으로 집어넣는 깜짝효과가 거의 없고 애초에 그런 식의 연출을 하려는 의지도 별로 느껴지지 않거든요. 주인공이 이미 시작하자마자 귀신이 되어버린 마당이니까요. 대신에 영화는 느릿느릿한 음악 선율을 깔며 나른하면서도 몽환적인 영상들을 통해 미스테리를 이어갑니다. 조근조근 단서들을 뿌려주기는 하지만 사실 후반부까지 사건의 진상이 무엇인지 짐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가장 큰 미스테리 중 하나인 영언의 시신 위치가 중후반에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일단 나른한 분위기 때문이죠 수수께끼 풀이따위야.. 싶은 마음으로 예쁘장한 아이들 사이의 성적 긴장감에 오히려 집중하게 됩니다. 두번째는 마지막 진상이 좀 무리가 있고 그 단서 또한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인 영언이 귀신이 되고 또 그녀에게 원한을 가진 다른 귀신 (예전에 학교서 자살한 아이)이 등장하며 귀신을 느끼는 무당 소질을 가진 초아와 뭔가 있어보이는 분위기의 선생 희연 (무려 김서형..)이 등장하지만 마지막에 드러나는 사건의 진상과 거기에 수반되는 악의 정체는 귀신이 아닌 '사람'입니다. 아니..'귀신'인가?

입시전쟁 속에 학교를 벗어나지 못하고 배회하는 고3 귀신, 순수한 사랑을 위해 죽음까지 불사한 두 소녀 귀신, 역시나 그 형체만 슬쩍 바뀐 경쟁 속에서 서로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소녀들의 저주 등이 다루어졌던 전작들과 달리 이 영화에선 정말 순수한 악마가 등장하는 느낌입니다. 전작들이 동화속 원령 같은 느낌이라면 이번 편의 악당은 오멘의 데미안 정도는 되보입니다. 깜짝 효과나 고어장면이 거의 없음에도 막판에 전율을 느끼게 되는 건 이 '악'의 설정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깜짝효과에 집착하지 않은 점은 좋지만 그럼에도 연출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일단 전체적으로 지나치게 느린 느낌입니다. 아마 흥행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겠지요. 짜릿짜릿한 팦시클을 기대하고 봉지를 깠더니 눅진허니 녹아내린 솜사탕이 들어있는 격이랄까. 그리고 마지막 반전과 악의 정체가 드러나는 후반부를 너무 대사에 의존한 점도 아쉽습니다. 주인공 잡아다 좋고 일장연설을 늘여놓다가 결국 뒤통수 맞는 007 악당들을 보는 것 같았다니까요. 다른 방식으로 정보 전달이 힘들었다면 적어도 분량이나 템포 조절이 필요했던 거 아닐까 싶어요.

괴담의 응용이 하나 나오는데 좀 오그라 들더군요. '어? 왜 방송이 나오지, 지금 정전이잖아?' ㅋㅋㅋ

곰TV에서 무료로 보는 것 까진 좋은데 음향이 좀 안습이네요. 제목에 '목소리'인 만큼 소리가 중요한 영화인데 주요한 대사 몇몇은 되감아 들어도 뭔 소린지 하나도 안 들려요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서 초아의 영혼이 뭐라뭐라 말하는데 사운드는 계속 OST만 깔고 있지요. 독순술이라도 할 줄 알면 좋을텐데 대체 뭐라고 말하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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