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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 - 롭 마샬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

롭 마샬

잭 스패로우 선장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예, 캐러비안의 해적 4번째 편입니다. 하지만 완벽한 컴백은 아닙니다. 이전 3부작이 구성적으로나 스토리로나 완결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이지요. 캐스팅을 거절했을 (아마도) 배우들의 심정도 이해가 갑니다. 아마 그 과정에서 각색이 여러차례 이루어졌겠지요. 여튼 3부작의 주인공인 윌과 엘리자베스는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에 페넬로페 크루즈가 연기한 안젤리카, 그리고 이언 맥셰인이 연기한 검은 수염이 등장합니다. 실존 인물에 기반한 검은 수염은 부두마술에 능한 악당입니다. 페넬로페 크루즈는 교묘한 술수에 능하며 검은 수염의 친딸입니다. 동시에 잭과 끈적한 과거를 가지고 있는 여인이기도 하지요.

굳이 비교를 하자면 이번 4편은 시리즈의 1편 블랙펄의 저주와 유사합니다. 기존 캐릭터들은 리부트 영화마냥 어느 정도 새롭게 설정들이 정의되고 이야기는 숨겨진 과거의 유물을 통한 마법을 성취하는 과정입니다.
잭 스패로우는 전작의 스패로우고 제프리 러시가 연기한 바르보사는 다리 한쪽처럼 성격이 조금 바뀐 캐릭터입니다. 곰곰히 들여다보면 4편의 잭과 바르보사는 전작 특히 1편의 잭을 둘로 나누어 놓은 것 같습니다. 착하고 정의로운 면을 강화시킨 잭을 여전히 조니 뎁이 연기하고, 3부작을 통해 자기 역할이 소진된 바르보사에겐 잭의 악한 면을 부여하는 식이지요.
 
안젤리카는 일단 홍일점으로서 엘리자베스 역할을 해내야 합니다. 운명적인 사건에 휘말리면서 기존의 여성관을 거부하며 모험에 당당히 나서는 자립적인 여성 말이죠. 그와 동시에 윤리적인 결정에서 '착한녀석' 역할을 해야 하기도 합니다. 예. 안젤리카는 1편의 윌과 엘리자베스를 적당히 섞은 캐릭터입니다. 서로 성별이 다른 두 명의 캐릭터 역할을 한 사람에게 부여하기 벅찼는지, 아니면 잭과 안젤리카의 러브라인을 윌과 엘리자베스처럼 끌고 가는건 무리라고 생각해서인지 영화는 선교사 캐릭터를 하나 추가하고 기둥 줄거리와 적절히 엮어갈 수 있는 인어 캐릭터도 하나 넣습니다. 그러곤 뽑아먹을 거 다 뽑아먹은 후엔 적당히 퇴장시키고요.

검은 수염은? 마법으로 무장한 신비의 악당이며 개인적인 저주를 (예언된 죽음) 풀기 위해 과거의 유적/보물을 찾아 나서는 인물입니다. 그는 능력치와 악랄함 수치가 보정된 1편의 바르보사 역할이지요.
이렇게 보면 위에서 말한 4편 바르보사=1편 잭 스패로우라는 부분은 더욱 힘을 얻습니다. 악당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악당에게 복수를 감행함과 동시에 자신의 잃어버린 배(무려 블랙 펄...)를 찾아야 하는 해적=1편의 잭 스패로우인 거죠.

캐릭터만이 아닙니다. 전체적인 구성이나 부분부분의 연출 곳곳에서 1편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들이 있습니다. 마지막 혼전이 벌어지는 광경은 곳곳에서 1편 마지막을 떠올리게 하지요. 잭이 안젤리카와 재회하여 벌이는 액션은 대장간에서 윌과 잭이 벌였던 액션 장면을 떠올리게 하고요. 검은 수염이 데리고 다니는 좀비들은 저주에 걸린 선원들과 설정면에서 크게 다를 게 없습니다.

이번 4편은 성공일까요 실패일까요? 일단 독립적인 영화로 봤을 때에 어느정도 재미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요란스럽고, 웃기고, 흥미로운 모험극이지요. 그렇다면 시리즈의 연장선상에선? 앞서 말했듯이 일종의 '리부트'로 봐야 할 위치에 있다고 봅니다. 그 과정에서 잃은 것도 있고 새롭게 얻은 것도 있습니다. 잃은 것이라면 기존 캐릭터들 성격의 변화겠지요. 거창하게 판을 벌렸던 전작의 엔딩에서 다시 국지전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거창한 규모의 재미도 조금 덜합니다. 무엇보다 크게 얻어낸 이점이라면 곧바로 리부트의 장점일 것입니다. 이제 제작자는 캐러비안의 해적이라는 프렌차이즈를 새롭게 늘어놓을 판을 마련한 거지요. 사실 새로운 캐릭터들이 많이들 나오지만 만약에 5편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가정했을 때 재활용될 새로운 캐릭터는 많지 않습니다. 안젤리카와 스크럼 역의 스티븐 그레이엄 정도 말입니다. (얘기가 나온 김에 그는 전작에서 핀텔과 라게티란 캐릭터가 맡은 부분을 혼자서 그럭저럭 채웠습니다. 중간중간 개그를 치며 분위기를 환기시킬 감초 캐릭터 말입니다.) 바꿔 말하면 여전히 캐러비안의 해적이란 판을 그대로 끌고 가면서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얼마든지 꾸밀 수 있다는 거지요. 심지어 계약만 잘 성사되면 다시 윌과 엘리자베스를 불러 들일 수도 있을 여지를 남겨 둔 거죠.

때문에 4편의 판정은 어느정도 보류해야 할 겁니다. 4편의 가치는 앞으로 제작될 지도 모를 5편에 의해 재평가 되어야 할 부분이 분명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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