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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황당한 외계인 폴 (PAUL) - 2011

황당한 외계인 폴 (PAUL) - 2011

그렉 모톨라

사이몬 페그와 닉 프로스트 콤비의 패러디 시리즈의 신작입니다. (그래서인지 국내 제목도 황당한이란 수사를 가져다 붙였습니다. 아마도 황당한 새벽의 저주의 영향권에 있는 영화임을 어필하기 위해서이겠지요.) 좀비물, MTV느낌의 액션물에 이어 이번엔 나름 유서 깊은 외계인 음모론에 관한 창작물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습니다. 두 콤비가 연기한 캐릭터는 전작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장르 규칙에 빠끔한 것 외엔 그닥 잘난 것도 없고 뭘 해도 조금씩 어설픈 청년들이죠. 이번엔 SF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그 외엔 수입이나 일에 대한 열정이나 전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거기에 덕후적인 요소들을 필요에 의해 살짝 더 얹었고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오랜동안 꿈만 꿔오던 '코믹콘' 참가를 위해 미국까지 날아온 두 친구 그림 윌리와 클리브 골링스는 행사관람을 마치고 외계인 덕후 답게 미국의 유명한 외계인 관광지를 답사합니다. 51구역이니 블랙 메일 박스니 하는 것들 말이지요. 그러다가 밤길에 하이빔을 쏘며 쫓아오는 검은 승용차와 마주하게 되고 사고로 전복한 차 안에서 무려 그레이 외계인 모양을 한 생명체가 나타나는 거죠.

이후엔 당연하다는 듯 다양한 패러디와 소동들이 이어지고 그 와중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영국인이라는 자신들의 입장을 활용해 총기에 열광한다거나 인간이지만 alien이라고 불리우는 특정 계층들이 존재한다거나 하는 미국 문화를 비웃기도 하고, ET나 스타워즈 같은 명작들을 패러디하기도 합니다. 비뚤어진 미국내 기독교 문화도 꼬집는데 그 유명한 '눈의 구조'에 대한 진화론과 창조론자들의 대결이 무려 지구인과 외계인의 구도로 벌어지는가 하면 방언 터지는 장면까지 등장합니다.(^-^)b

영화를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제 나이또래라면 아마도 X파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드라마에 열광했던 사람이라면 영화에서 언급하는 용어나 이야기들이 익숙할 것이고 오래된 기억들이 새록새록 살아날 것 같더군요. 하지만 동시에 10여년도 더 지난 때나 지금이나 외계인이니 UFO니 하는 것들을 다루는 방식이나 거기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거의 새로울 게 없다는 점도 실감하게 됩니다. 마니아층은 조금 다를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중문화 범주에서 창작자들은 수십년전 아이템들을 아직까지 울궈먹고 있구나 싶은 거지요. (괜히 스타트렉이 리부트되고 에이리언과 프레데터가 쌈질을 하는 게 아니지요.) 매년 꾸준이 외계의 생명들을 다루는 영화들이 나오고 있지만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건 51구역 창고 안에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폴이 도망쳤기 때문일까요?

그런데 정말 '관장하는 외계인' 이야기는 어디서 시작한 것일까요. 정말 폴 같은 외계인들이 있다면, 그리고 그들이 실재로 관장 따위는 하지 않는다면 성질이 날 법도 합니다.

마지막 시고니 위버의 등장은 나름 깜짝쇼였습니다. 그런데 TV 영화프로그램에서 이 부분을 스포일링 해버린 모양이군요. 그러고보니 이것도 스포일러? 여튼 'Get away from her Bitch!' 장면에서 전 자지러졌습니다. ㅋㅋ

밀도 높은 패러디 영화들이 늘 그렇듯 이 영화도 아는 만큼 보이고, 그만큼 웃을 수 있습니다. 미지와의 조우, 스타워즈, 스타트렉, ET, 에이리언, 프레데터, MIB, 엑스파일, 토탈리콜 등등. 아마 저도 놓치고 넘어가거나 인식조차 못한 농담들이 많이 숨어 있겠지요.

폴 목소리만 듣고선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중년 사내를 연상했습니다. 굳이 꽂으라면 톰 셀렉같은 스타일 말입니다. 의외로 목소리는 세스 그린이 연기 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