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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소스 코드 - 던칸 존스


 

소스 코드


 

시카고를 향해 달리는 열차 안에서 깨어난 콜터 대위는 당황스럽습니다. 자신이 어째서 그 자리에 있는 것인지 기억나지 않을 뿐더러 앞에 앉은 크리스티나란 여성은 그를 숀이란 학교 선생으로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 거울에 비친 자신은 생천 처음 보는 그 숀이란 남자의 모습입니다.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접한 관객이라면 이 도입부 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일 것입니다. 곧이어 이야기는 한번의 반전을 맞습니다. 갑작스레 열차가 폭발하며 콜터 역시 화염에 휩싸이는가 싶더니 기계장치로 가득한 캡슐 안에서 깨어나는 거지요. 열차에서 깨어났을 때 만큼이나 그는 혼란스럽지만 외부와 연결된 모니터에 비친 공군소속의 굿윈 대위는 그가 소스코드를 통해 알아낸 것을 알려달라며 재촉합니다. 자신 외엔 아무도 믿지 못할 것 같은 괴상한 상황에 처한 남자가 거대한 미스테리에 압도되는 모습은 히치콕적이란 표현이 딱 들어맞기도 하지요.

 

예고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대로 영화는 어떤 사람의 죽기 전 8분을 그의 몸속에 들어간 것처럼 체험할 수 있는 소스코드란 시스템을 통해 테러사건을 막아야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정작 영화는 테러범이나 테러사건 또는 소스코드란 장치의 과학적 설명엔 집착하지 않습니다. 양자물리학인가 뭔가를 얼렁뚱땅 끌어오긴 하지만 그리 중요하지도 않지요. 영화는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8분의 시간을 반복하는 장치 속에서 보다 근본적인 고민들을 털어놓는데 집중합니다. 영화의 중반과 막판 두 차례에 걸쳐 펼쳐지는 반전 역시 이런 고민의 깊이를 더하기 위한 장치고요. 쟝르적 재미도 충실하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한 시각 효과도 뛰어나지만 화끈한 여름용 오락 액션 영화를 생각한 관객이라면 조금 실망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홍보 문구일 뿐이지만 제2의 인셉션이라는 표현만큼 영화는 철학적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요. 과학적 측면에선 소프트하지만 다루는 주제나 내용은 꽤나 하드 SF적이기도 하고요.

911 테러 이후로 새롭게 형성된 스테레오 타입에 대한 인종편견, 얼마전 읽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도 다루어진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의 정당성, 죽음에 대한 고민과 시간에 대한 인식, 아버지와 아들의 화해라는 고전적 이야기까지 가득 들어차 있지만 상영시간은 고작 한 시간 반 정도지요. 한 마디로 밀도 높은 상업 영화입니다.

제이크 질렌할은 전작 페르시아의 왕자에 이어 이번에도 시간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여성 파트너는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아.. 미셀 모나한은 언제나 매력적입니다.

시간을 오가며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두 주인공에 비해 연구실 의자에 앉아 모니터 화면(또는 그 구도)으로만 거의 등장하지만 베라 파미가는 그 안에서도 괜찮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연기 난이도로 보자면 이 쪽이 더 어려웠겠지요. 제프리 라이트는 믿음직한 조력자 역할을 많이 봤는데 이 영화에서처럼 깐족거리는 쥐새끼 역할도 제법 어울립니다. 특히 마지막 빗질 장면은 사람들이 제법 웃더군요. 벼것도 아닌 장면인데도 말이죠. 아마 그때까지 영화에서 쌓은 이미지 때문이겠지요.

엔딩 크레딧에서 평행 우주 설명하는 자막은 저에겐 사족 같았어요. 지나친 친절이죠. 하지만 SF와 인연없는 일반 관객이라면 조금은 영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을 지도 모르겠지요.

결말은 적어도 '모두가 해피 엔딩'은 아니며 논란의 여지도 많습니다. 소스 코드 안에 있을 콜터의 기억과 영혼은 어떻게 된 건가요? 아니 것보다 분명 좋은 사람이었을 선생님 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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