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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reading 100 books

유령여단 - 존 스칼지

유령여단


존 스칼지


(2011.7)

작가의 전작 '노인의 전쟁' 후속격인 작품이다. 전작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연신 기대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우주개척방위군(CDF)의 신병으로 입대한 '노인' 존 페리의 시선을 따라 1인칭 시점으로 전개한 전편 노인의 전쟁이 지구인의 관점에서 세계관을 알기쉽게 소개했다면 이번 작품은 전작에서 '돌아온 아내'로서 비중있게 등장한 제인 세이건과 그녀가 속한 유령여단을 중심으로 설정 뒤의 설정이나 전작에서 제대로 설명되지 않아 궁금했던 부분들을 긁어주는 심화단계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제목 그대로 '죽은자의 군대' 유령여단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이며 시간적으론 전작 이후에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이지만 주인공은 제인 세이건이 아닌 재러드 디랙/샤를 부탱이다. 외계 3종족을 연합하여 인류를 위협하는 전쟁을 종용한 배신자 샤를 부탱의 의식 패턴을 이식함으로서 기존 신체-> 복제 신체가 아니라 텅빈 복제 신체에 데이터로 기록된 의식을 주입하여 만든 재러드 디랙의 일종의 자아찾기와 샤를 부탱의 음모를 파헤치는 CDF 산하 유령여단의 활동을 병행하며 진행되는 이야기는 전작보다 어둡지만 여전히 흥미롭다.

부탱은 왜 인류를 배신했는가, 부탱의 의식을 전이했지만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는 재러드 디랙은 새로운 인격인가 아니면 부탱이란 인간의 파편인가 커다란 두 가지 질문으로 궁금증을 자아내며 진행되는 서사는 마지막에 가서야 '악당의 연설'을 통해 문제들이 해결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시종일관 독자를 사로잡는다. 여기엔 전작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설정들을 하나하나 밝혀주는 세계관 역시도 한몫한다. 어째서 CDF는 지구인에게 우주의 실정이가 기술들을 완전히 전수하지 않는지에 관한 것이라던가 유령여단의 탄생과 훈련 방식, 뇌도우미라는 기술이 오히려 인간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가라는 궁금증까지 설정을 위한 설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야기에 적극 끌어들여 서스펜스까지 만들어내는 솜씨가 놀라웠다. 다만 막판 갈등해소의 도구로 사용되는 똑똑한 피의 기능은 좀 의심스럽다. 그런 자기 파괴적인 기능에 대해 생산단계에서 어떤 '락'을 걸지 않았을까?

전작과의 연결도 흥미롭다. 늙은 방귀쟁이 멤버가 상당히 비중있는 역할로 등장하며 존 페리 역시 이름만이나마 등장한다. 마지막 제인 세이건이 존 페리와의 재회를 기약하는 장면은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물론 우주 개척 연맹(CU)와 콘클라베의 대립구조를 통해 크게 벌어진 판도 그렇고. 다음편은 언제 번역되려나...


(스포일러)

재러드 디랙은 결국 샤를 부탱에게 잡혀 그의 음모에 이용당하는 처지에 놓인다. 부탱의 의식을 다시 디랙의 몸에 전이함으로서 디랙의 인격은 사라지게 되고 디랙인 척 CDF에 잠입한 부탱은 자신이 만든 뇌도우미 바이러스 코드를 사람들에게 퍼뜨려 뇌도우미를 사용하는 모든 인류를 말살하려 한 것이다. (이것은 뇌도우미 운영체제 개발에 부탱이 주도적으로 참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일종의 백도어, 레거시 코드를 활용한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역시나 전통적인 트로이 목마 바이러스 형태를 빈 메시지를 뇌도우미 안에 집어넣음으로서 디랙은 자신의 몸에 부탱의 의식이 들어와 메시지를 연 순간 똑똑한 피의 나노머신이 몸 속에서 산화하여 자결토록 한다. 그러고 보면 바이러스를 통해 근본적으로 전체를 한번에 말살하는 방식은 작품 전체를 통해 수차례 등장한다. 알라의 복제군대의 최후라던가 CDF가 벌레 닮은 종족에 침입하는 방식이라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