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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뮤지컬 I got fired - 키쓰 바니


I got fired


 

Keith Varney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초청작
오페라 하우스

 

지난 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딤프)에서 보았던 '아카데미'란 작품은 파우스트를 현대 기숙사 고등학교란 무대로 옮겨온 참신한 작품이었습니다. 사실 딤프를 '지역 축제' 정도로만 생각하던 저로선 외국 초청작이라기에 별 기대가 없었다가 높은 수준의 완성도에 깜짝 놀랐는데요. 그런 감상의 연장에서 이번 딤프 초청작 들 중 미국 브로드웨이 작품인 'I got fired'를 무척이나 기대했습니다. 거기에다 지난 번 헨젤과 그레텔 공연 사고로 인해 얻어걸린 VIP좌석표 덕분에 기대치는 더욱 올라갔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작년 딤프에서도 초청되었다고 하더군요)

일단 감상 전 개인적으로 고난이 좀 있었습니다. 근래 가장 비가 많이 쳐내리던 날이었고 전 오페라 하우스와 대구 시민회관을 헛갈리는 실수를 저질렀지요. 대구역에서 내려 느긋하게 시민회관으로 걸어가다가 뒤늦게야 '아차, 여기가 아니잖아.'라고 깨달은 전 부랴부랴 택시를 잡아타야 했습니다. 다행스러게도 공연 시작전에 도착했고 좌석은 무대와 고작 4줄 떨어진 위치. 통로쪽인 게 조금 아쉬웠지만 여튼 감상하기 좋은 자리였습니다. 특히 외국작품인 만큼 히어링의 한계로 인해 자막 위치가 중요했는데 양 사이드에 마련된 자막들이 모두 잘 보이는 자리였어요.

줄거리 요약

6년간 임시직으로 일하던 직장에서 해고된 '키쓰'는 직장을 떠나며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회상한다. 야구선수로서의 꿈을 접고 'MONKEY MAN'이라고 불리는 우편분류담당으로 들어온 절친 스티브와 일반사원으로 입사한 대졸여성 제니퍼가 처음 직장에 들어온 순간부터 스티브와 함께 해고당한 '오늘'까지의 이야기들이 개성가득한 캐릭터와 익살스런 이야기들을 통해 전달된다.

이 작품의 작가/작곡가/작사가이자 주연인 키쓰 바니는 2008년 5월 실제로 한 대학 사무실에서 일하다 해고를 당했고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집필했다고 합니다. 오프닝 곡의 경우 해고 되고 3시간 만에 영감을 받아 완성했다고 하니 얼마나 당시의 감정이 극에 잘 녹아들었을지 짐작이 됩니다.

공연은 전체적으로 즐겁습니다. 언어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연신 웃음을 터뜨렸고 주인공 이하 캐릭터들에게 감정 이입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일단 캐릭터가 좋습니다. 최상급자부터 신입말단 까지 9명의 캐릭터들 각각이 저마다의 개성이 분명하면서 매력적입니다. 주인공 키쓰야 작가 본인이니 너무나 리얼하고 뿐더러 대부분의 인물들이 그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창조되어 실존인물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더군요. (엔딩에 따르면 개중 한 캐릭터는 완전히 창조된 인물이라고는 합니다만) 게다가 경기불안, 직장내음모,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고민, 경기불안 등등 소재나 주제가 지금 현재 대한민국 청년들이 절절히 공감하는 부분들인지라 그만큼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무튼 공감가는 이야기, 매력적인 캐릭터, 타율 좋은 유머, 귀에 쏙쏙 들어오는 넘버까지 여러가지로 칭찬거리가 많은 공연입니다. 내년에도 또 와준다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요.

작년 '아카데미' 때에도 그렇고 이동 소도구를 막마다 재배치하며 공간을 바꾸는 형식인데 이게 경제적이면서도 효과적이더군요. 4개의 데스크와 1개의 탁자가 움직이면서 적절히 공간을 창조해내는데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물론 활용방식에 있어서 계단형 장치를 사용해 3차원적 요소를 가미한 아카데미의 소도구 활용이 더 창의적이긴 했지만 이 작품도 무척이나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이동식 소도구를 활용한 1224의 장치 활용도가 너무 빈약했던 것과는 비교되더군요.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거겠죠.)


'아카데미' 공연은 영화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 작품 'i got fired'는 시트콤에 딱이다 싶겠더군요. 캐릭터 개성이 분명하고 개그 포인트들도 많아요. 게다가 러브라인도 적절히 섞여있고 말입니다. 만약 시트콤으로 만든다면 'When I met your mother' 같은 형식이 좋겠지요. 처음에 키쓰가 나와서 '오늘이 내가 해고 당한 날인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이야기 해줄게...'란 식으로 매 회 오프닝을 담당하는 거지요. 그 다음부턴 오피스 식으로 가도 좋을 것이고 아니면 최근 방영된 아웃소시드 식으로 나가도 좋을 것이고...(말해놓고 보니 두 작품이 비슷한 것도 같고)

공연이 끝나고 오페라 하우스 근처 홈플러스에서 이른 저녁을 먹었습니다. 밥을 먹고 매장을 둘러보고 있는데 마침 공연 사이에 배우들이 마트에 들렸더군요. 0_0 키쓰와 케이시, 마리아 역의 배우 세명이 나란히 걸어오는데 처음엔 긴가민가 하다가 키쓰 바니가 입고 있는 딤프 티셔츠를 보고 (이건 크루들만 입는 것 같더군요) 확신을 했지요. 케이시역의 배우는 실제로 보니 좀 깐깐해 보이는 인상이었고 (극중에선 넉살 좋고 낙천적인 사람이죠) 마리아는 무대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작더군요 (그래서 정말 그 배우인지 아님 그냥 스탭인지 확신은 안 섭니다) 아, 숫기만 좀 더 있었어도 아는 척 하며 싸인이라도 받는 건데 말입니다.

제니 역의 배우 사바나 와이즈는 공연을 보는 내내 '레이첼 맥아담스'를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웃는 모습이 은근 닮긴 했습니다. 노래, 연기 모두 잘 하던데 어찌나 얄밉게 연기를 잘하던지 Bitch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오더군요. ㅋ

(레이첼 맥아담스 동생 쯤으로 나와도 좋을 듯)


마이크와 와인버그 선생이 동일 배우란 걸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고작 가발 하나 썼을 뿐인데. 외국인 얼굴은 역시 구분하기 힘들어서일가요. 아니면 배우의 연기가 좋아서였을까요.

이 작품의 공식 쟝르명은 무려
SEMI-AUTOGRAPHICAL SORT-OF-TRUE REVENGE MUSICAL 이랍니다.

 

관련링크

딤프 소개란

http://www.dimf.or.kr/2011/board/board_config.php?board_db=show&hy_bid=65&ps_page=1&ps_sele=&ps_ques=&ps_line=&ps_choi=&ps_divi=&page_division=view&division=1

공식홈피

http://www.igotfiredmusical.com/

주연이자 작가인 키스 바니 홈페이지

http://www.keithrvarney.com/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