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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뮤지컬 1224 - 대구하모니아트홀


1224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발 초청작


김진미, 금미미, 이상미는 여고동창으로, 자신들의 이름을 인용해 스스로를 ‘미 시스터즈’라고 부르는 가장 친한 친구사이다. 이들은 어느 날, 의대를 다니지만 자신의 꿈은 비행기 조종사라고 말하는 ‘최인형’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를 좋아하게 된 ‘미 시스터즈’는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는 스튜어디스가 되기로 결심한다.
시간이 흘러 스물아홉 살이 된 ‘미 시스터즈’는 여전히 가장 친한 친구 사이다. 김진미와 금미미는 자신의 뜻대로 스튜어디스가 되었고, 이상미는 시험에 계속 떨어져 지금은 공항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고 있다. 지루한 일상이 반복되던 어느 날, ‘미 시스터즈’는 의사가 된 최인형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를 보며 자신들이 그동안 잊고 지낸 소중한 것들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마침내 그녀들은 1224를 통해 그게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되는데…….


뮤지컬 1224는 대구지역 순수 창작뮤지컬입니다. 2009년 초연 당시 관객들의 높은 호응을 얻은 이래 1회성 공연이 아니라 해마다 꾸준히 공연이 이어지고 있는 모양이더군요(라고 해봤자 이제 3년차긴 하다만...). 처음 딤프 홈페이지에서 시놉을 보았을 때엔 섹스 앤 더 시티 같은 이야기를 상상했습니다. 절친인 전문직 여성 (골드 미스 ㅋ) 3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로맨스라고 하니까 말이죠. 실지 공연을 보며 생각난 것은 '김종욱 찾기'였습니다. 스토리 상으로 공통점은 거의 없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나 아기자기한 설정 무대 연출 같은 부분에서 연상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무대 연출은 적은 인원과 소극장이라는 한계점을 적극 활용합니다. 일단 상미가 일하는 가게 씬에서 등장하는 이동식 바 외엔 이렇다할 장치가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인데, 이전에 봤던 '헨젤과 그레텔'에서의 나름 다양한 무대 연출과 장치 소도구들과 비교되어 휑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 허전함을 무대는 세션들에 의해 실연으로 들려주는 라이브 음악과 배우들의 의상,분장 그리고 멀티맨, 멀티녀라는 흥미로운 설정 등으로 커버하고 있어요. 특히 여동윤이 맡은 역할의 경우엔 청일점으로서 멀티맨의 범위를 넘어 주조연으로서 극의 중요한 포인트로 적절히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 역할을 예전 공연에선 류강국 씨가 연기했던 모양인데 초딩시절 그분이 진행하던 대구엠뷔씨 어린이 프로에 출연한 기억이 생생한 저로선 류강국씨의 커리어 전환에 더불어 저 나이에 4명의 젊은 여배우들에 둘러싸여 로맨스라니 부럽...이란 감정도 문득 들었습니다.


 

(정말로 이거 외엔 소도구로 모두 커버하더라는....)


스토리는 주인공인 미 시스터즈 3인의 우정과 사랑에 관한 것입니다. 사람이란 게 저마다 사연이 있고 그런 사연 때문에 보이는 모습과 내면의 사정이 다르기 마련이란 평범한 진리를 적절히 활용해 극을 끌어나가는데 무리하지 않으면서 명랑하게 분위기를 유지하는 덕분에 부담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클라이맥스 부분의 몇몇 장치는 너무 쉽게 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때까지 쌓아올린 감정의 폭 보다 미미의 심경변화가 더 커보인다는 점이라던가 진미 어머니에 의해 갈등이 해소되는 부분 같은 거요. 쉬울 뿐더러 전형적이라 살짝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도 있는데 뮤지컬이란 게 또 그런 재미도 있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사실 노래하면서 대화한다는 게 그럴듯한 넘버와 무대조명을 제외하면 손발 오그라드는 구석이 있잖습니까 그래서 텔레비젼 예능에 뮤지컬 출신 배우들 나와서 공연때 부른 노래 부르면 괜히 실실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요. 하지만 무대에서 만큼은 진실되고 멋있어보입니다. 그럼 오케이지요. 그거야 말로 무대, 현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의 재미의 한 부분이니까요.


 

(엔딩장면, 리뷰에 쓰인 사진은 예전공연 것인데 남배우가 두명이다. 아마도 남자 배우 둘이 멀티맨 역을 나누어 했거나 사무장 역할만 류강국씨가 따로 했던 모양이다)


멀티맨 역에 대해선 앞에 이야기했지만 그만큼이나 중요한 게 멀티녀 역할의 최은아씨 입니다. 일단 후배 스튜어디스(플라이트 어텐던트?)인 박은혜로 처음 등장한 이후 막이 넘어갈때 마다 진미 엄마의 젊은 시절과 노역, 의사인 인형의 엄마 등을 연기하며 정신없이 옷을 갈아입는데 무대 뒤에서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연령이나 성격이나 천차만별인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어찌 보면 뻔뻔스러울 만큼) 연기해내는 모습이 놀랍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오죽했으면 제 뒷자리 어린 학생들은 박은혜 역과 진미 엄마 역의 배우가 같은 사람이다 아니다를 두고 논쟁이 붙었더라고요. 뭐 그런걸 다 떠나서 여배우들 중에 가장 글래머러스 해서 눈길을 사로잡는.... 쿨럭, 쿨럭.


노래는 많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전부 좋았습니다. 무난하게 극에 잘 녹아들어가는 노래들이란 느낌이더군요. 특히나 지금 이대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가사를 가진 넘버는 각기 다른 상황에서 재차 활용되는데 서로 다른 각각의 상황에 거의 가사에 변화를 주지 않고도 적절히 어울리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기사를 검색해보니 진미와 미미 역의 배우들이 지역 뮤지컬계 대표주자인 모양이더군요.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35868&yy=2011


진미 역의 설화 씨 경우엔 목소리가 청아하지만 지나치게 의식하는 발성이 종종 불안해 보이더군요. 대신에 극연기 부분에서 손동작이나 시섵같은 소소한 부분까지 신경쓰는 모습이 좋더군요.
미미 역의 이민주씨는 대경대 뮤지컬학과 1기생이라는 이력만큼 목청이 좋고 가창력도 개중 가장 돋보였습니다. 솔로 파트에선 여지없이 박수가 터져나왔어요.
상미 역의 위신애씨는 역할에 걸맞게 전체적으로 서포트 하는 연기가 좋았습니다. 자신의 파트가 아닌 부분에서도 자잘하게 연기를 하며 종종 웃음까지 자아내면서도 중요한 순간엔 적절히 배경에 스며들더라고요. 개인적으론 이분의 스튜어디스 유니폼 차림도 보고싶... 컥, 켁켁, 쿨럭.



지난번 헨젤과 그레텔에 이어 이번에도 음향이 불안했습니다. 서로 다른 공연장이라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지난번이 사고였다면 이번엔 시설의 문제가 아닌가 싶더군요. 배우들의 마이크 음향이 종종 밸런스를 잃는다던가 잡음이나 퉁퉁 거리는 소리가 섞인다던가 하는 부분은 공연을 즐기는 데 거슬릴 정도였습니다.


관련정보

 

http://www.playdb.co.kr/playdb/PlaydbDetail.asp?sReqPlayNo=25202

전혀 쓰잘데기 없는 사설

미미는 스튜어디스가 되기 위해 성형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후 병원에서 인형과 다시 마주쳤을 때 그가 뭐라도 한 마디 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 부분은 개그거리 만들기도 좋아보이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