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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해리포터 죽음의 성물 파트 2 - 데이비드 예이츠


(국내 공식 포스터는 얼른 보면 '이제 모든것이 끝난다'란 영화 포스터 같아요)

해리포터 죽음의 성물 파트 2 - 시리즈 엔딩


 

드디어 해리포터가 끝이 났습니다. 당연히 영화 이야기지요. 검색해보니 국내기준으로 시리즈 첫권이 나온 게 99년 영화는 2001년이네요. 10년이 넘는 세월만큼 독자도 관객도 소설 속 캐릭터도 영화 속 배우들도 시리즈와 함께 성장했습니다.


처음 번역본을 신나게 읽을 때만 해도 적당히 어린이 영화로 나와주겠구나라고만 생각했던 저는 이후 발표된 첫 영화의 알찬 캐스팅과 내 머릿속을 (아님 작가 롤링의 머릿속을) 그대로 옮겨온 것 같은 영상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영화는 소설의 영향력 이상으로 흥행했고 시리즈 제작엔 당연히 청신호가 켜졌죠. 21세기 아동문학의 최고 흥행작인 책 역시 전세계에 걸친 어마어마한 판매량과 함께 처음 계획된 7부작으로 차곡차곡 진행되었고요.



사실 시리즈의 방향에 대해 저는 불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일단 갈수록 분량은 늘어나고 이야기는 어두워지기만 하는 원작 소설의 마무리에 대한 불안이 있었습니다. 아기자기한 마법들을 선보이며 큐트한 아이들의 올망졸망 모험담을 그린 첫 이야기는 '부모의 죽음과 저주'라는 첫 설저을 제외하면 전형적인 아동문학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회가 거듭될수록 점점 이야기가 어두워지더니 정치적인 구도들이 도드라지고 주요 캐릭터들이 하나 둘 죽어버리는 겁니다. 그것도 의도된 살인으로 죽는 경우들이 대다수고 말입니다. 후반부에 가면 주인공들의 학교생활과 함께 아이들의 꿈과 환상이란 아동문학의 특징 마저 사라지며 말마따나 '다크'한 판타지 문학으로 넘어가 버리죠. 첫 권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아이들'이 10년 가까운 세월동안 어른이 되어가면서도 여전히 즐길 수 있지 않았는가? 하는 긍정적 평가도 가능하겠지만 나중에야 이 책을 접할, 그러니까 이 책의 역사보다 나이가 어릴지도 모를 독자 팬들에겐 독서지도를 어찌 해야 할지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난감해질 상황이 되어버린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고민은 영화판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지난 죽음의 성물 파트 1을 보세요.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에 심지어 많은 아이들의 사랑을 받았을 특정 등장 캐릭터의 죽음으로 끝이 나다니 영화보다 엉엉 울며 극장을 나서는 어린이 관객에 대한 목격담은 쉽게 수긍이 가더라니까요.

이 외에도 영상물로 옮겨진 영화의 특성상 불안 요소들은 많았습니다. 1편은 흥행에 성공했지만 그 흥행의 결과 속편에 산으로 갈 수도 있는 것이고 그것이 악순환으로 이어져 1편과 갭이 큰 엉성한 속편들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 같은 것 말이지요. 게다가 작가는 7부작으로 소설을 완성하겠다고 나섰으니 영화도 7편까지 나와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헐리웃 시스템에서 그 긴세월 7편의 영화를 찍어야 하는데 그 사이에 제작이 어디로 흘러갈지 아무도 모를 일이었지요. (10년이란 세월이면 해당 영화사가 망해서 저작권 문제가 소송으로 이어져도 이상할 게 없는 시간 아닙니까.) 이런 불안은 사실 원작 소설에서도 있었습니다. 시작이 워낙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그만큼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용두사미가 되지는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을 겁니다.

영화 버젼에 있어 또 다른 불안이라면 캐스팅일 겁니다. 1편에서 완벽하다며 다들 한입을 모았던 주인공 3인방은 성장기 외국 아이들 답게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나는데 영화 제작이란 아이들 성장에 맞추어 그렇게 뚝딱 이루얼 질 수가 없으니까요. 게다가 원작 소설 역시 뒤로 갈수록 다음 편 출간까지의 텀이 길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러다간 주연 3인방이 20대 중반이나 되어야 마지막 편이 나오겠다 싶었을 무렵도 있었습니다.



뭐 어찌되었든 결국 영화까지 마무리 지어진 건 사실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주연 3인방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뿐인가요 크던 작던 거의 모든 배역들이 1편 그대로 캐스팅을 이어왔습니다. 이번 마지막 편에서 호그와트에 모인 아이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동창회라도 보는 것 같았어요. 물론 피치 못할 경우도 있었습니다. 가장 큰 건이라면 역시 덤블도어 배우의 변화겠지요.

시리즈의 마지막이차 첫 3D 버젼 영화였지만 상영관 자체가 적었고 경제적 시간적 제약도 있어서 일단 2D로 보고왔습니다. 소설 버젼이 갈수록 분량이 넘치더니 결국 마지막은 둘로 나눈 덕분에 이번 파트 2는 긴 이야기 중반부터 갑작스레 시작하지요. 전편의 엔딩을 요약하는 영상이 지나면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급하게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전편이 아마도 시리즈 중 가장 암울하고 절망적이었다면 이번 편은 대단원의 엔딩을 향한 여정입니다. 모든 캐릭터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편을 가르고 최후의 대결을 벌입니다.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캐릭터들이 죽고, 심지어 꿈과 환상의 나라였던 호그와트는 끔찍한 전장으로 변합니다. 선한 마법사들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아주 잔인한 방식으로 살인을 벌이기도 하고요. (네빌이 나오는 아주 스팩터클한 공성전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네빌은 아마도 이 영화에서 '이름을 말해선 안되는 그 사람' 다음으로 많은 사람을 죽였을 겁니다.)

화려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공성전이 벌어지는 사이 해리 패거리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퀴즈 풀기를 진행합니다. 볼드모트를 쇠약하게 만들 아이템을 찾기 위한 전편의 여정이 다시금 호그와트로 이어진 거죠. 지금까지 시리즈에서 제시됐던 조각들이 하나하나 활용되며 아귀가 들어맞는 장면은 영상으로 옮겨지며 더욱 극적인 짜릿함을 선사합니다. 책에선 뭔가 감질나게 묘사되던 부분이 더욱 명확하게 영상으로 제시되고 몇몇 부분은 적당히 각색해서 간결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전달되고요. 다른 이야기는 몰라도 마지막 작품 만큼은 할 이야기가 많아서 분량이 늘어난 것임을 실감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스네이프의 최후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놨을 겁니다. 원작을 정주행한 사람이라면 시리즈 중반 즈음엔 이런 결말을 예상했을 겁니다. 그래도 '눈물'을 통해 들여단 본 스네이프의 과거를 보고 있노라면 해리따위... 싶을 정도로 처연한 캐릭터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걸 또 다른 시각에서 보면 좀 징글맞은 캐릭터기도 하지요 진실을 알고 지금까지의 그의 행동을 곱씹어보면 살짝 네크로필리아 기질도 있고 SM기질도 있으며 심지어 해리에 대한 감정은 애증을 넘어선 성적 긴장감 마저 가지고 있으니까요. (다시 말하지만 이미 아동문학으로 읽혀지지 않는 수준입니다)

(슬리데린의 미존 스네이프 선생)


 

개별적인 영화로서 시리즈의 엔딩으로서도 이번 영화는 수준 이상을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용두사미에 대한 걱정은 원작에서보다 훨씬 더 확실히 떨쳐버린 작품이라고도 생각되고요. 하지만 역시나 시리즈를 거듭하며 짙어진 어둠의 기운이라던가 비극의 무게는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여전히 전 4편 이후의 해리포터는 어린이 보다는 청소년 이상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에 이르면 미성년의 감성으론 좀 부담스런 상징이나 설정, 관계들이 도드라집니다. 해리의 운명이 드러나는 장면을 보세요. 원작에선 그런가보다 싶었는데 영상으로 옮겨진 걸 보니 아무리 현자의 얼굴로 해명을 한다해도 '그분'이 볼드모트 버금가는 악당으로 보일 지경입니다. 아이들에겐 산타클로스 비슷한 존재일 그 사람의 진실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달될까요? '대를 위해선 소를 희생해도 좋다?' 인생 살다보면 결국 깨닫게 될 진리아닌 진리지만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벌써부터 지독스런 현실의 일부를 그렇게 들이밀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제가 너무 과보호 하는 걸까요?

앞서도 말했지만 10년이란 세월동안 껑충 자라난 아이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1편을 보고 바로 마지막편을 본 사람이 있다면 뜨악할 것 같아요. 일단 주인공 해리는 귀요미에서 징글징글 백인 청년으로 성장했지요. 1,2편을 볼적만 하더라도 해리의 벗은 몸에서 꽤나 덥수룩하게 자란난 털들을 보게 되리라 상상이나 했겠어요. 반대로 헤르미온느는 이제 영국 연예계의 가십걸이 됐죠. 똘망똘망하던 아이는 남사스러운 미디어 노출 때문에 더 이상 인자한 눈으로 바라볼 수가 없을 정도지요. 아마도 3인방 중 개인사에 있어서 가장 버라이어티한 인생을 살지 않았나 싶어요. 사실 해리를 지적했지만 제일 안쓰러운 성장을 보여준 건 말포이죠. 금발 미소년이었던 아이가 이제 그냥 금발 아저씨가 되어 버렸어요. 아흑...

(슬리데린의 아저씨 3인방)



지니 역의 배우는 정말 훌쩍 자랐습니다. 해리 옆에 서면 키가 더 커요. 캐스팅을 일부러 그렇게 하기라도 한 듯 위즐리 가문 아이들은 다 훨친합니다. 그나마 론이 가장 땅꼬마 느낌이라니까요.

시리즈에 출연한 어린 배우들은 다들 저마다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정작 시리즈 통틀어서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배우는 해리랑 시합하다 볼드모트에게 살해당하더니 이제는 마법사에서 흡혈귀로 업종전환해서 연애질 중인 남자분이시죠.

2D로 보긴 했지만 '이 장면은 3D를 위한 연출임'이란 딱지가 보이는 듯한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장면들이 있더군요. 고블린 비밀금고 장면이라던가 공성전 장면들이나 볼드모트의 최후 같은 거 말입니다. 그리고 해리의 '하얀방' 장면에서 나온 볼드모트의 모습은 3D로 본다면 정말 닭살이 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연출자들도 이제 슬슬 이 새로운 대세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사운드가 좋습니다. 특히 텍스트로만 접하던 마법주문들이 속삭이는 소리로 흘러나오는 장면들은 정말 그 단어들에 '마법'의 기운이 섞여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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