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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리얼 스틸 - 숀 레비

리얼 스틸

 

숀 레비

 

리처드 매드슨의 '스틸'이란 소설이 원작이라고 하는데 원작 소설을 보진 못했지만 아마 설정만 빌려왔을 거라는 쪽에 100원 걸어 봅니다. 거대 로봇이 나와서 격투를 벌인다는 기본 설정이지만 스토리 자체는 '찌질한 남자의 아버지 되기'라는 익숙한 소재의 변형입니다. 당장이라도 유사한 영화들을 몇 개 대볼 수 있을 겁니다. 어바웃 어 보이, 과속 스캔들, 오버더 탑, 챔프... 느닷없이 자기 앞에 나타난 아들과 함께하며 부자의 애정을 돈독히 하고 남자는 부성을 발견하고 뭐 그런 뻔한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섣불리 실망부터 하지 마시길, 로봇 격투라는 부분에서도 상당히 신경을 썼고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으니까요. 영화 속 로봇 들은 3-4미터 정도의 크기인데 상당부분 장면에서 '진짜' 같은 느낌을 줍니다. CG와 실물 모형을 적당히 섞어서 연출했다고 하는데 어디까지가 CG이고 어디까지가 실물인지 경계 짓기가 모호할 정도로 화면에 잘 녹아들거든요. 뭣 모르고 보는 사람은 진짜 저정도 크기의 로봇이 저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게 하는 기술이 실존하는 건 아닌가 착각할 정도입니다.

로봇들의 격투 장면의 타격감이나 연출도 좋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로봇 격투'란 설정 자체의 설득력이 약하다는 겁니다. 일단 왜 로봇 격투라는 걸 하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이렇게 열광하는지에 대해 주인공의 입을 빌어 간단히 설명하는데 들으면 그럴듯 하지만 곱씹을 수록 과연? 싶어요. 현실에서 격투기가 사랑 받는 건 단순히 그 '폭력성' 때문만은 아니잖아요. 로봇의 격투 방식도 의구심이 듭니다. 이 동네는 체급이란 게 없어요. 마지막 아톰과 제우스의 대결을 보세요 덩치는 1.5배 차이에 세대 자체가 다른 로봇들입니다. 1세대 스맛폰이랑 최신 스맛폰이랑 두고 속도 경쟁 붙이는 거랑 다를 게 없어요. 불공평하고 경기전에 승부가 결정 나느 거죠. 제대로 정신이 박힌 사람들이라면 체급을 나누고 리그를 나누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래선 마지막 둘의 대결을 성사시키는 게 불가능하니 그냥 넘어갑니다. 복싱을 사용하는 아톰의 격투 방식도 의문입니다. 인간이 복싱을 할 때엔 당의성이 붙습니다. 바디와 머리는 약점이 가득하고 한 방만 제대로 맞춰도 KO시킬 수 있습니다. 인간에겐 신경계통이란 게 있으니까 말이지요. 하지만 로봇은? 얼핏 보면 아톰을 비롯해 대부분 격투 로봇의 코어 시슽템은 바디 뒤편에 위치합니다. 머리는 센서 기능 외엔 그닥 중요한 구성이 없어요. 하지만 이 녀석들은 열심히 머리를 공략하고 심지어 머리가 떨어져 나가면 '죽어'버리죠. 사람이 리모트 콘트롤로 조정하는데. 제대로라면 팔다리를 집중 공략해 가동성을 제거하는 게 핵심입니다. (이 점에서 아마도 격투 참가 로봇은 '인간형'이어야 한다는 규정 정도는 있는 모양입니다. 그것도 좀 루즈한 게 머리 둘 달린 로봇이 등장하네요...)

주인공 부자 이야기는 뻔합니다. 뻔한 갈등 구조와 뻔한 난관 그리고 그만큼 뻔한 결말. 그래도 이게 로봇 격투란 설정과 얽히고 나름 유치찬란하면서도 미소짓게 하는 에피소드들이 곁들여지니까 볼만 합니다. 꽤나 감정이입 했어요. 단점도 분명합니다. 아톰의 존재는 대체 뭐랍니까? 마지막 결투를 보고 있자면 아톰은 주인 부자의 화해를 위해 대신 두드려 맞는 종놈을 보는 느낌입니다. 앞서 아톰에게 '인격'을 지나치게 부여해서 불쌍해 보일 지경이에요. 막판 모션센서를 통해 링 밖에서 섀도우 복싱 하는 휴 잭맨을 단독으로 비춰주는 장면에선 '쟤 뭐야...'싶은 감정도 일더군요. (실지로 몇몇 관객들은 헛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럴 장면이 아니었는데...)

케빈 두런드가 부자의 화해를 위해 등장하는 전형적인 악당으로 등장합니다. 이 분 휴 잭맨과는 울버린에서 이미 한번 공연한 적이 있지요. 그때의 이미지와는 많이 달라서 처음엔 긴가민가 했어요. 얼핏 보면 몸 불린 제프리 도너반 같기도 하고.

아들 역의 다코타 고요는 굉장히 눈에 익어서 왜 그런가 검색을 했는데 일단은 최근작 토르에서 어린 토르 역을 맡았더군요. 하지만 그 잠깐 나오는 장면 때문에 기억하고 있을리는 없고.. 스틸 컷을 보고 있자니 은근 안톤 옐친을 닮았어요. 특히 씨익 웃는 모습이 말입니다. 아마도 제 경우엔 그런 이유로 익숙해보인 게 아닌가 싶습니다.

주인공 기체의 아톰이란 작명센스하며 주요 로봇 캐릭터가 일본에서 공수되어 온 설정 등에서 일본 아니메의 냄새가 슬쩍 느껴집니다. 그러고 보니 로봇 격투 경기장 앞의 거대 로봇상은 오다이바에 세워졌던 실물크기 건담이랑 많이 닮았어요. 의도적인 걸까요? (그런 시선으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주요 로봇 캐릭터 몇몇은 '아톰 지상 최강의 로봇' 편에 나오는 로봇들과 비슷해 보입니다.)


절대적으로 강한 챔피언과의 무모한 복싱 경기에서 맷집 하나로 버티다 막판에 KO까지 뺏어오는 설정, 판정패 당했음에도 오히려 승자로 인정받는 결말 등은 영락없는 록키 표절(?)입니다. 너무 노골적이라 이런 말 하는게 무안할 정도지요.

아톰의 정체는 대체 뭘까요? 중간중간 떡밥도 던져두고 제우스 측의 접촉과 일본인 기술자 등 의심스런 구석들도 있는데 결국 아무런 설명없이 끝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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