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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교수와 여제자 2 - 대구공연


교수와 여제자


 

대구메트로 아트센터 10.8 16시 공연

당췌 뭘 가르치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교수란 직함을 내건 45세 남자 주인공은 임포텐츠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부인과의 관계는 소원해지고 매사에 기죽어 사는 거지요. 게다가 그가 이번에 출간하게 된 책이 '행복한 성생활'에 관한 것인지라 병원을 찾을 수도 없습니다. 그런 교수에게 맞춤 스럽게도 섹시한 여제자가 있고 교수는 그녀가 준비중인 작품 (책인지 극본인지 정확하진 않습니다)을 지도한다는 핑계로 어느 호텔에서 약속을 잡습니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못해 공허합니다. 발기불능의 남자가 자신의 문제가 부인에게서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병적인 이유인지 고민하던 중 그것을 확인해 보겠다고 호텔에서 젊은 여제자에게 덤비다가 여차저차해서 발기에 성공한다는 겁니다. 신체적 불능을 사회적으로 확장해 '복잡하고 불확실한 현대사회'에서 중년 남성의 위기를 다룬 작품...일 리는 없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아저씨들 술자리에서나 나옴직한 '오빠 믿지'와 '손만 잡고 잔 그날' 또는 '배가 끊긴 섬에서...' 같은 이야기를 이리저리 묶은 거지요.

일단 설정 자체가 논쟁거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자신의 아랫도리 성능검사 하겠다고 제자를 겁탈하려는 교수 이야기니까요. 극에서 이 부분을 슬쩍슬쩍 언급하지만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지는 않습니다. 황당한 결말로 슬쩍 문제를 비껴갈 뿐이지요. (아.. 모두 꿈이었어!)

스토리에 대해서 길게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이 연극의 핵심이자 클라이맥스이자 정체성은 홍보 문구에 한줄로 요약되어 있습니다. '100% 알몸 연극'이란 거지요. 소극장 공연에 유명 배우나 연출자가 있는 것도 아닌 함량미달의 작품이 속편격인 이번 작품까지 나오며 장기흥행 하는 것도 아마도 달랑 '이거 하나' 때문인 듯 싶습니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층은 제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사실 표를 구매하면서 궁금했던 게 이런 연극을 누가 보는 걸까? 였는데 중년 부부와 느글느글 아저씨들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절반 정도는 여자들끼리 보러 온 젊은이들이었고 나머지 절반의 대다수 역시 젊은 연인들이었어요. 잘 생긴 남성이 식스팬 흔들어대는 것도 아닌데 이 현상을 어찌 이해하여야 하나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알몸이던 성인인던 간에 이 작품 자체가 '연극'으로 묶여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지방 도시의 성인 남성들은 아예 이런 공연정보 자체를 접할 기회가 없고 그나마 평소 연극을 즐겨보거나 관심있던 여성들이 이런 연극도 있다는 정보를 듣고 호기심에 보러 온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인 거죠. (여튼 남자 혼자 덜렁 보러 간 저로선 괜히 난처한 기분이더군요. 저 같은 관개은 아무도 없었거든요.)

연기는 참담합니다. 엄다혜,리나,남상백의 캐스트였는데 교수역의 남상백은 가장 많은 대사, 출연 분량으로 극을 끌고나가는 메인임에도 발음이 부정확하고 대사의 호흡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워낙 길고 장황한 대사들이 많아서 대사 자체를 버벅거리는 건 이해하겠는데 전달 방법 자체가 많이 부족했어요. 여자 배우들의 연기가 그나마 좀 나았습니다. 일단 부인역의 리나는 평균 이상은 보여준 것 같지만 아쉽게도 출연 분량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연극의 진짜 메인 격인 여제자는 (엄다혜인 것 같은데 확실치는 않네요) 연기 자체는 고만고만한데 동선 잡는게 영 불안하더군요.

3D 안경은 나눠줍니다. 연극에 3D라니 신기하다 싶었는데 세트 뒤에 32인치 3D TV 하나 덜렁 걸어놓고 중간중간 캐릭터의 속마음이라며 조악한 영상 보는 게 전부였습니다. 처음엔 썼다 벗었다 하더니 나중엔 상당수 관객들이 그냥 맨눈으로 보더군요. 심지어 영상은 상영할때마다 메뉴 선택하는 부분까지 화면에 떠서 몰입을 심하게 방해했습니다. 이런 건 차라리 없애는 쪽이 맞지요.

가장 중요한 노출에 대해서입니다.
일단 노출 수위가 생각보다 높더군요. 여제자 역의 노출이 가장 심했고 처음 전라 장면이 나왔을때 낮게 탄성 같은 것도 나왔던 거 같습니다. 그렇다면 극에서 노출은 얼마나 효과적이었는가...하면 물음표입니다. 앞서 말한 스토리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극은 굳이 분류하자면 코미디에 가깝습니다. 좀 후하게 쳐주자면 스크루볼 코미디 식의 관계도를 오빠 믿지 같은 음담폐설과 합쳐 놓은 거지요. 말인 즉슨 한번만 달라는 교수와 그것을 이리저리 가지고 노는 여제자의 팽팽한 긴장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노출은 그 갈등의 절정이어야 하고요. 그런데 흐름이 워낙 나쁜지라 노출 장면은 말 그대로 '느닷없이' 튀어나옵니다. 어쩌면 탄성의 의미가 다른 것일 수도 있겠네요. (뭐야? 왜 갑자기 벗어?)
그리고 벗었다면 그것이 극의 갈등과 문제 그러니까 교수의 불능 극복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는데 그냥 벗었으니가 섰어 정도로 마감되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무안했는지 바로 문제해결로 넘어가는 게 아니고 교수의 어두운 과거사를 보여주며 외디푸스 콤플렉스 같은 어설픈 분석을 시도합니다만 그마저도 헛웃음 나오는 '베이비 플레이' 장면으로 이어지더니 얼렁뚱당 결말로 넘어가버리죠.
뭔가 노출로 인해 더욱 강렬한 연극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 밖에 없습니다. 노출 그 자체만 바랬다면 충분할 거고요. 노출 수위는 높고, 그 시간이 꽤 깁니다.

성인 연극이란 게 대체 어떤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에 보게 된 연극이지만 여러가지로 실망스러웠습니다.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을 텐데 포기하고 그냥 노출에 올인한 느낌이었어요. 3D라는 얼핏 참신해 보이는 시도는 왜 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었고 (3D로 보여주고 싶은 게 여체의 신비라니... 바로 눈 앞에 실물이 있는데 말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직장인 동호회 수준을 간신히 모면한 정도였고요. 끝나고 남는 게 여배우 알몸 뿐인데 사실 제작의도나 흥행 포인트도 바로 그 지점이라서 나름 성공은 한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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