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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컨테이젼 - 스티븐 소더버그


컨테이젼

 

 

 

스티븐 소더버그


조류독감이던가 신종플루던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어떻게 한 지역에서 발생한 병이 짧은 시간 사이 빠르게 세계로 전염되었는지를 추적하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아마 BBC에서 만들었던 거 같은데 정확한 기억은 아닙니다) 가장 핵심적인 매개는 바로 공항과 호텔이었어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고 또한 잠시 머물렀던 사람들 (그렇기 때문에 감염 후 증상이 제대로 나타나기 전에)이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면서 바이러스 폭탄이 되는 거죠. 그들이 공항/호텔 내에서 감염하는 경로도 너무나 일상적이었습니다. 같은 엘리베이터를 탔다거나 감염자의 타액이 묻은 문 손잡이를 잡았다거나 하는 식이었어요. 제대로 된 치료제도 없는 치명적 질병이 너무나 쉽게 그리고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현실'을 추적하는 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이기 이전에 공포 그 자체였지요.

이 영화 컨테이젼은 아마도 해당 다큐멘터리와 그것이 다룬 이슈들을 토대로 제작되었을 겁니다. 일단 그 화려한 캐스팅이나 예고편, 광고문구만 믿고 전염병을 소재로 한 헐리웃 액션 스릴러 같은 걸 기대했다면 실망할 영화입니다. 극영화와 재연 다큐멘터리의 사이 어딘가에 자리한 작품이거든요. 감독의 전작들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현실을 적절히 반영한 설정과 배경에 약간의 극적 재미를 집어넣고 그것으로 심심할 것 같으니 익숙한 헐리웃 스타들이 적절히 양념을 치는 거지요.

나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새로우면서 매우 흥미롭고 동시에 극적으로 과장된 영화보다 훨씬 공포스럽기도 합니다. 극적 효과를 위해 과장된 느낌이 강한 전염병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 외엔 매우 사실적으로 현상들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풀어놓고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덤덤하고 호들갑스럽지 않아요. 그래서 더욱 무섭고요. 현실이란게 그렇지 않습니까 치명적 질병이 퍼지고 주위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이웃이 폭도로 변해도 거기에 거창한 BGM이 깔리는 것도 아니고 헐리웃 영웅이 나타나 단박에 해결해 주는 것도 아니죠. 그냥 비일상이 천천히 일상으로 안착할 뿐입니다.

영화는 아웃브레이크 상황에서의 인물들을 대변하는 몇몇 캐릭터를 번갈아 보여주며 진행됩니다. 병으로 가족을 잃고 격리된 도시의 죽음과 광기를 몸으로 체험하는 시민, 전염병에 대한 대책을 담당한 실무자, 치료약 개발을 위해 헌신하는 순수한 과학자, 극단적 상황을 이용해 사욕을 채우려는 사람 그리고 페이션트 제로까지. 이들의 이야기를 조금씩 보여주며 혼돈과 공포의 상황을 아주 개인적인 차원에서 보여주는데 저 상황에 저런 사람 하나씩은 꼭 있지 싶은 생각도 드는게 매우 실감나며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캐스팅 명단은 매우 화려합니다. 기네스 팰트로, 맷 데이먼, 로렌스 피시번, 주드 로, 마리옹 꼬띠아르, 케이트 윈슬렛 등등... 하지만 앞서 설명한 스토리에서 짐작할 수 있듯 특정 인물이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게 아니라 특별히 스타파워에 의존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물론 배우 이름만 보고 티켓을 끊는 사람들이 많기야 하겠지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배우들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순간들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네스 팰트로가 좋았습니다. 출연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매우 중요한 인물이며 짧은 순간 매우 폭넓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연기를 펼쳐보이기에도 좋은 역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훌륭하게 해냈고요. 케이트 윈슬렛과 기네스 펠트로가 각각 죽는 (또는 죽기 직전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케이트 윈슬렛이 훌륭한 '연기'라고 느껴졌던 반면에 기네스 펠트로는 '진짜'처럼 느껴졌거든요. 주드 로는 그 잘난 모습을 가짜 덧니와 징글징글한 역할로 커버치면서 얍살맞게 나오는데 꽤 그럴듯 합니다. 로렌스 피시번과 맷 데이먼은 이전에 몇 번인가 보여줬던 연기의 재탕이라 별 감흥이 없었지만 나쁘지도 않았고 마리옹 꼬띠아르는.... 음 영화에서 혼자 화보 찍고 있습니다. 어찌 나오는 화면마다 다 그리 예쁘게 나오는지. (역할 자체는 별게 없어서 흠흠...)
브레이킹 배드로 알게 된 브라이언 크랜스톤이 장군으로 나오는데 정말 어울리더군요. 정말 '누군가를 지휘하기 위한' 얼굴 같아요. 필모를 보니 세계대전 Z에도 주연으로 출연하는 모양이네요.

2일째로 시작한 이야기는 마지막 1일째 그러니까 처음 발병일의 진상을 보여줌으로서 끝이 나는데 사족이란 느낌도 있지만 현실에서와 달리 시원스레 결론을 내린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도 했습니다. 결론은 제발 손좀 제대로 씻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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