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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카운트다운 - 허종호


카운트다운

 

 

 

 

허종호

유능하다 못해 사악해 보이는 채권추심원 건호는 추심원 넘버원을 기록하며 그간 밀렸던 자신의 빚을 청산합니다. 모든게 제법 잘 풀려가는 것만 같던 순간 갑자기 혼절을 하고 깨어보니 병원에선 간암 말기라며 두 주 안에 이식수술 안하면 죽는다고 하지요. 마침 그에겐 5년 전 사망한 아들이 있었고 아들의 장기는 기증되어 4명의 사람에게 이식되었습니다. 적합성이 아들과 높은 만큼 자신과도 높을 가능성이 높은 인물들이죠. 그는 에이스 추심원으로서 실력을 발휘해 아들의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들의 리스트를 뽑아 추적하지만 세 명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이식이 불가능하고 마지막 한 명 차하연을 찾아가게 됩니다. 아들의 심장을 이식받아 살아난 그녀는 사기죄로 복역중이지만 마침 일주일 후 석방될 예정입니다. 차하연 본인도 작은 부탁만 들어주면 간이식을 해주겠다고 하고요. 하지만 사기전과를 가진 사람 답게 차하연은 꿍꿍이가 있었고 돈을 매개로 얽힌 그녀의 주변인물들이란 게 모조리 범죄자들입니다. 출소일부터 태호는 그녀를 보호/감시하며 병원으로 데려가야 하는 처지에 놓입니다.

장기이식이란 소재 때문에 박해일,김윤진이 주연했던 심장이 뛴다를 떠올렸지만 전혀 다른 영화입니다. 이식을 하느냐 마느냐, 사람을 죽이느냐 살리느냐의 문제를 두고 생명의 경중에 대해 말해보려 했던 심장이 뛴다와 달리 카운트다운에서의 간이식은 서스펜스와 이야기의 '이유'를 만들기 위한 장치입니다. 건호가 그렇게 하연의 일에 매달리는 이유도, 그리고 촉박하게 달려야 하는 이유도 모두 간이식 날짜까지의 카운트다운 때문인 거지요. 하고 많은 장기중에 왜 하필 간이겠습니까.

이식이란 소재를 재끼면 영화는 크게 두가지 이야기로 나뉩니다. 하나는 자신을 빵에 집어넣은 정명석에 대한 하연의 복수, 그리고 그녀에게 사기당한 조선족 스와이의 하연을 향한 복수가 물고 물리며 이어지는 범죄극. 다른 하나는 아들의 죽음에 대한 부채의식,죄책감에 시달리는 건호의 속죄의식이 주축인 드라마지요. 두개를 따로 놓고 보면 나름 잘 흘러가는데 서로 유기적으로 섞이진 못합니다. 그렇게 만들기도 어렵고요. 범죄극에 힘을 싫어서 보자면 건호가 붕 뜨고 건호의 드라마에 힘을 싫으면 하연이나 그녀의 딸이 너무 기능적으로 소모되고요.

아마도 추격자 이후 붐을 일으킨 스릴러물 제작 열풍의 결과물들 중 하나일 영화는 개인적으론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는 수긍이 가는 선에서 흥미롭게 진행되고 간간히 감탄이 나오는 장면들 (시장 추격신, 백화점에서의 하연과 명석일당의 머리싸움)도 있습니다. 캐릭터도 이야기도 개성이 있고요. 건호의 드라마는 관객의 감정선을 적당히 건드립니다. 범죄극의 스릴, 사기극의 재미, 드라마의 감동 이거저거 추구한 백화점식 구성인데 저마다 어느정도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제 한국형 스릴러네 어쩌네 하는 흥보문구 믿고 들어갔다가 똥뒤집어쓰거나 전혀 다른 쟝르의 영화를 보고 나올 확률이 많이 줄었구나 싶은 생각도 들더라고요.


한 가지 불만이라면 결말입니다. 한국 영화 제작자들은 어떤 강박 같은 게 있는 건가요. 개똥밭에 굴러도 마지막까지 이승에서 최선을 다해 사는 게 진자 속죄가 아닐가 싶은데 말입니다. 하긴 캐릭터 본인에겐 그런 결말이 편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여전히 불편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구르고 뛴 목적이 대체 뭐랍니까?

이제 현대 배경에서 죽은 캐릭터를 찾는 건 어느 이름모를 산이나 공원묘지의 봉분이 아니라 깔끔한 현대식 건물에 들어선 납골당이군요. 파릇파릇 잔디 위에 술 한잔 부어주는 로망은 이제 개나 줘버릴 시절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면 긍정적 변화지만 그래도 아직 익숙치가 않아요.





미쓰A의 민이 전도연 딸로 나옵니다. 둘이 은근 닮아보여서 모녀처럼... 보이진 않고 그냥 언니, 동생 같아요. 전도연이 민보다 키도 크고 다리도 가늘구나...란 생각만 들뿐.

오만석의 조선족 연기는 좀 어색한데 외모만큼은 정말 딱입니다. 이 사람은 이렇게 투박하고 좀 어설픈 역할이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이경영이 악당으로 나옵니다. 살짝살짝 꾸준하게 영화에 얼굴을 내미시는데 개인적 히스토리 때문인지 감정이입하기 힘들어요. 그래도 부하들 기합주고 나서 혼자 주섬주섬 볼펜 주워담는 장면은 좋았어요.



아, 오광록도 나왔군요. 얼마 전 모비딕에선 이경영씨하고 송영창이 함께 나오던데 말이죠. 그냥 그렇다고요.

영화에서 언급한 수궁가 이야기도 살짝 겹쳐져 보입니다. 사긴꾼 하연은 영리한 토끼고 그녀에게서 간을 받아야 하는 우직한 추심원 건호는 거북이이자 용왕인거죠. 토끼는 간 빼면 죽어야 했지만 현대의 간 이식은 그럴 일은 없지요.

건호의 전투력은 연장발이 너무 심하더군요. 그런데 접이식 봉에 전기충격기가 붙은 장비인 건 알겠는데 가격과 함께 그렇게 확실히 전기충격을 줄 수 있을까요?

전직 농구선수이고 지금은 해설위원인 신혜인이 본인으로 나옵니다. 정확히 본인은 아니지요 2011년 현재 농구선수로 뛰고 있고 건호 아들에게서 '신장이식'을 받은 인물로 등장하니까요. 일종의 패러럴 월드의 신혜인입니다. 

유료시사로 봤는데 상영전 무대인사가 있었습니다. 감독, 정재영, 전도연이 와서 정말 '인사'만 하고 가더라고요. (이런 이벤트는 처음이라서 잘 몰랐습니다. 카메라도 챙겨갈 생각을 못하고.. 이런 쳇!) 정재영씨는 모자를 눌러쓰셔서 얼굴은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화면으로 보던 것보다 마르셨더군요. 얼굴은 그렇게 크지 않았어요. 누가 정재영 보고 대두라고 하는 겁니까! 그가 대두면 저 같은 사람은 머리가 아니라 대가리를 달고 사는 거죠. 그리고 전도연씨.. 학악, 하악, 73년생 유부녀에게 '러블리'란 단어가 어울릴 줄이야. 영화에서보다 살짝 머리가 긴 상태에서 볼륨을 주고 염색을 하셨는데 심하게 어울리더군요. 무채색의 스웨터 차림이었는데도 자꾸만 핑크나 옐로가 어디선가 통통 튀어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엔 주먹만한 무언가가 눈코입을 달고 있었고. 여튼 이래서 연예인이구나 싶은 포스가... (반면 정재영님 모자는 그렇다 쳐도 흰티에 청바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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