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lancy's critic

추석 특집극 - 노리코, 서울에 가다


 

추석 특집극 : 노리코 서울에 가다

 

 

 

 

이제 명절 특집극에 외국인 연기자가 등장하는 건 으례 그러려니 합니다. 다문화 가정은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추세이고 일자리를 찾아서, 공부하기 위해서 또는 순수히 관광을 위해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의 국적도 다양해지고 숫자도 늘었으니까요.

역시나 2011년 추석을 맞아 제작된 노리코, 서울에 가다는 하지만 국적에 따른 문화 차이라던가 다문화 가정의 요절복통 문제 극복기 같은 건 아닙니다. 이 드라마의 중심에 선 두가지 소재는 '한류'와 '오디션 프로그램'이거든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설정의 이야기는 어색하거나 흉내내기에 그쳤을 겁니다. '한류'란 일부 연예인에 국한되었거나 실체가 불분명해 보이는 뜬구름이었고 '오디션 프로그램'은 유튜브 영상으로나 보던 것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에 한류는 꽤나 다양하고 구체적인 흐름이 되었고 (1년이면 잊혀질거라고 예측하던 평론가 분들은 꽤나 당황스러울 듯) 방송 3사는 경쟁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익숙해져 버린 이 두가지를 섞는 일만 남은 겁니다.

평범한 일본 가정 주부이자 한류 팬인 노리코는 이지매를 간신히 극복했던 딸이 다시 히키코모리 증상을 보이고 자신은 암진단을 받는 암담한 현실에 부닥칩니다. 그녀는 얼마 안 남았을지도 모를 인생을 딸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위해 쓰고 싶고 마침 한국에서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라지만 아마도 한류팬을 대상으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부랴부랴 오디션에 응하지만 그녀의 노래솜씨는 형편 없습니다. 그녀가 예선을 통과한 것도 한류팬 일본 아줌마가 우스꽝스럽게 노래부르는 모습이 재미있겠다는 제작진의 판단에서였지요 (기존의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반짝 스타들이 떠오르는 지점입니다.) 하지만 그 예선장에서 노리코는 가수를 꿈꾸는 숨은 실력자(풉) 민하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노래를 가르쳐달라고 부탁하게 됩니다.

꽤나 일본만화 같은 설정입니다. 음.. 일본만화였다면 노리코는 존재감이 희미하지만 사실 알고보면 초미녀인 십대 소녀겠지만 말이죠. 이야기는 예상대로 흘러 갑니다. 여차저차해서 노리코는 본선에 오르고 그 모습을 가족들이 보고, 민하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가수가 되지요. 이 과정에서 민하와 노리코의 화학반응이 일어나며 (이상한 상상 마시길, 남녀관계가 아니라 의사모자관계 같은 느낌입니다.) 서로에게 힘이 되기도 하고요.

뻔한 얘기고 뻔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지만 기존에 없던 소재인지라 그것만으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게다가 다카시마 레이코나 카츠무라 마사노부 처럼 일드팬이라면 꽤나 익숙한 배우들이 나와서 열연하는 모습도 신기합니다. 노리코 역이 다카시마 레이코의 한국어 연기도 생각보다 불편함이 없습니다. (이 부분에선 배우의 연륜이 묻어나더군요)

여러모로 신선한 드라마입니다. 그에 비해 케이블 시청률이 나왔다는 게 아쉽긴 하네요. 하긴 국내에서 일드팬 제외하곤 인지도가 거의 없는 일본 배우에 원탑으론 아직 부족한 이홍기가 주연이니 홍보 포인트가 흐릿하긴 했어요. 어쩌면 일본 역수출을 노린 게 아닌가 싶은 기획입니다.

초반 노리코의 한국어 강사로 메이비가 등장합니다. (한국인 역이라고 생각했는데 홈페이지 검색해보니 준코라는 일본인 역이네요) 정말 뜬금없긴 한데 이 분 일본어 실력이 좋다는 이야길 어디서 줏어들은 기억이 나긴 합니다. 덤으로 가수 김정민씨 부인으로 익숙한 타니 루미코도 친구로 나오고요. 최성용 선수의 부인인 아베 미호코도 함께 나옵니다.

뻔한 이야기를 작정했다고는 하지만 민하와 소라의 러브라인을 위해 투입된 우진 캐릭터는 너무 인공적이라서 흔히 말하는 기계장치의 신 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대체 횬짱은 누구야?라고 궁금증이 동했는데 류시원이 그 역을 맡은 모양입니다만... 극중에서 본 기억이 없어요. 한눈 판 사이에 스쳐 지나갔나?

 

'clancy's critic'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가니 - 황동혁  (3) 2011.09.23
딸기 아이스크림 - 지병현  (1) 2011.09.22
통 증 - 곽경택, 강풀 원안  (1) 2011.09.14
파이널데스티네이션 5 - 스티븐 쿼일  (1) 2011.09.09
귀신소리 찾기 - 유준석  (0) 2011.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