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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귀신소리 찾기 - 유준석


귀신소리 찾기

 

 

유준석

상영시간이 채 40분이 안되는 이 단편영화의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팬션을 겸하고 있는 한옥집에서 귀신소리가 들린다는 집주인 금자의 제보에 귀신찾기를 주제로 하는 미스터리쇼라는 프로그램 제작진은 EVP(Electronic Voice Phenomena) 전문가와 함께 제보자의 집으로 향합니다. 집주인 금자, 전문가 정필우, 그리고 PD 중심인물 셋은 저마다 무언가 감추고 있는 듯 행동하거나 정말 무언가를 숨기고 있습니다. 하나씩 그들의 비밀이 밝혀지는 가운데 소식없던 귀신소리 5개가 포착되고 헤드캠과 녹음된 소리가 기록된 노트북과 함께 홀로 집에 남은 금자는 귀신소리의 비밀과 마주하게 됩니다.

설정이 영리합니다. 영화 속 인물들의 목적은 귀신 정확히는 EVP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극의 비밀과 반전 역시 EVP 그러니까 귀신소리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건 저예산 인디영화의 단점을 극복하고 공포영화로서의 장점을 효율적으로 극대화 할 수 있는 아이디어입니다. 세트랄 것도 없이 인터넷 조금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한옥을 배경으로 사람들이 우왕좌왕 하는 가운데 극중 인물이나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이나 오직 한가지 '소리'에 집중하게 되는 거죠.



공포의 효과가 오롯이 소리에 집중하고 시각 정보는 어두침침하고 좁아터진 집과 소리를 잡으려는 마이크를 잡아주기만 하면 됩니다. 거창한 그래픽 효과나 분장에 의지할 필요 없이 굉장한 긴장감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공포영화에서 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엔간한 공포영화 하나 집어들고 뮤트한 채 틀어 보시길.) 게다가 극의 구성도 이런 설정과 잘 어울리고 있습니다.

단점은 전달방식에서 튀어나옵니다. 영화는 모큐멘터리 형식을 취합니다. 다큐멘터리인 척 하는 가짜 다큐, 그러니까 블레어위치 프로젝트나, REC나, 파라노말 액티비티 같은 영화의 아류인 셈인데 그것이 단점이라기 보다는 그런 형식의 맛을 잘 살리지 못하는 연기와 구성이 문제입니다.

모큐멘터리라는 게 그럴듯해 보이려면 인물들이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인간극장 같은 다큐멘터리에 나온 평범한 인물이 프로페셔널한 연기자의 무대연기 같은 발성과 행동을 취한다고 상상해보세요. 보통은 웃음이 나올 겁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 나오는 중요 인물 세 사람이 다 이러고 있어요. 다큐멘터리 인척 하는 모큐멘터리가 아니라 모큐멘터리인척 하는 극영화를 보는 것 같아서 어색하고 때로는 웃기다 이거죠.

서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자와 귀신소리의 정체인 그녀의 쌍둥이 여동생에 얽힌 이야기라던가 음향전문가와 PD의 갈등구조 같은 게 너무 작위적이고 익숙한 것들이거든요. 게다가 이걸 짧은 상영시간 안에 다 보여주려다 보니 종종 드라마 지난줄거리 보는 듯 후다닥 이야기가 흘러갈 때도 있습니다.

잘 조성된 분위기와 극적 긴장이 터져 나오는 결말은 나름 참신하고 효과적입니다. 앞서 말한 장점과 단점이 모두 도드라져요. 일단 전체적인 연출 자체는 장점들이 극대화되어 나타납니다. 금자가 노트북 앞에 앉아 클릭질을 하는 장면은 시각적으로 별거 없음에도 잘 만들어진 공포게임의 가장 극적인 장면을 플레이하는 듯 긴장감이 넘침니다. 하지만 그녀가 노트북 앞에 앉기까지의 과정은 너무 작위적이고 설명적이라 헛웃음이 나와요.

p.s.

극중 프로그램인 미스테리 쇼의 감독은 유준석입니다. ㅋ



금자는 천재이거나 전직 뮤지션일 겝니다. 한번 설명들은 걸로 음향 프로그램을 거침없이 다루더군요. 막판 그 장면에서 금자가 마우스 움직이며 퍼즐 맞추는데 갑자기 띠링하며 '심각한 오류' 메세지라도 뜨면 웃기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그렇게 클로즈업이 필요했을 까요. 그전 장면까지가 가장 효과가 좋았고 이후엔 사족이죠. 게다가 그 분장이라니. 극장 화면으로 봤다면 좀 달랐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