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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 폴 페이그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폴 페이그


 

뭔가 종잡기 힘든 국내 개봉명은 Bridesmaids란 원제를 접하면 조금 선명해집니다. 누군가는 간단히 '여자판 행오버'라고도 평하던데요. 결혼식을 앞두고 여자 친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대소동을 화장실 유머랑 섞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긴 합니다.

사업은 망하고 룸메이트는 방세 내라고 난리고 적성에 맞지 않는 직장에선 일이 꼬이고 그나마 연애라고 생각한 관계는 아무리 봐도 섹스파트너로 이용당하는 것 같은 난감한 상황의 애니는 베프인 릴리안의 약혼 소식을 전해 듣습니다.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한식구마냥 지내온 하나뿐인 단짝, BFF 아니겠습니까. 애니는 릴리안의 결혼식 들러리로서 모든 책임을 맡기로 합니다. 하지만 약혼식이 열리는 날 강적이 등장하니. 부잣집 도련님인 릴리안의 약혼자의 직장상사의 트로피 와이프인 헬렌이 들러리 자리를 노리고 나선거지요. 그리고 어쩐 일인지 어떻게든 BF로서 들러리로서 자신을 증명하려는 애니의 행동은 자꾸 꼬여만 갑니다.

웃음이란 측면에서 이 영화는 정말 정신없이 웃겨줍니다. 적어도 서너번은 극장 안 모두가 배꼽을 잡고 웃었던 거 같아요. 지저분한 화장실 유머도 시커먼 사내녀석들이 아니라 30대 언니들이 하니까 뭔가 좀 달라보이기도 하고 좀 편안하게 다가오고 그렇습디다.

행오버와 비교되는데 정말 무책임한 녀석들의 정신없는 모험담인 행오버와 달리 이 영화는 주인공 애니의 작은 극복기이자 로맨스입니다. 여자들만의 우정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도 같고요. (남자 입장에서 이 부분은 확신이 서진 않습니다) 뭔가 난장판이 벌어지긴 하는데 그럴듯한 이유들이 존재하고 그 이유가 뜯어보면 워낙 현실적인지라 마음에 와 닿습니다. 보는 내내 저는 애니에게 심하게 감정몰입을 하고 봐야했어요. 너무나 비슷한 상황인지라.. 그녀와 내가 다른 점이라면 성별하고 국적 그리고 전 BF가 없다는 정도겠지요. 아놔...

결혼이란 게 그렇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결속일 뿐만 아니라 가족과 가족, 친구와 친구가 겹쳐지는 아주 거창하고 복잡한 이벤트지요. 결혼식에 한정한다면 더욱 요란벅쩍지근해지고요. 그래서 결혼식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꾸준히 만들어지는 모양입니다. 특히나 우리와 달리 맨 오브 오너/ 브라이드메이드 같은 식으로 들러리의 역할이 큰 저쪽 동네의 경우엔 묘한 역학관계도 형성되는 모양이지요. (시트콤 같은 거 봐도 이런 이야기 한번씩은 등장하더라고요) 우리라고 다를 건 없습니다. 결혼 이야기 들어보면 양가 하나씩은 꼭 스스로 나서서 깽판아닌 깽판 놓으려는 참견쟁이들이 있더라고요. 이 영화의 헬렌과 애니를 합쳐놓은 것 같은 재앙덩어리 말입니다. 집한 식구 중에 그런 사람 하나, 그것도 나이 많은 사람이 있으면 정말 골치 아프지요. 파혼으로 치닫는 수도 있고. 영화 보면서는 신나게 웃었지만 그런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합니다. 왜이리 힘들게 사는건지요. 마지막 결혼식 장면에서 오히려 무감각/무감동한 극중인물 극장분위기를 보면 삶이란 게 별거 아닌거 가지고 다들 죽어라 애쓰는 것 같아서 씁쓸하기도 하고요.

주인공 크리스튼 위그는 낯이 굉장히 익다고 생각했는데 검색해보니 얼마 전 보았떤 황당한 외계인 폴의 여주였군요. 거기서도 외계인 폴 만큼이나 황당스런 연기를 보여주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 영화에서도 아주 톡톡히 자기 역할을 해냅니다. 막연히 나이 좀 있겠거니 했는데 73년생. 오히려 동안이셨군요.

로즈번은 최근 인시디어스-엑스맨퍼스트 클래스에 이어서 세번째로 보는 출연작인데 영화마다 이미지가 다 달라요. 같은 사람 얼굴인데도 이렇게 분위기가 확확 달라지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이런 게 능력이구나 싶기도 하고. 역시나 크리스튼 위그보단 조금 어리겠거니 했는데 79년생.. 나하고 동갑... 흠흠.

메건 역의 멜리사 멕카시는 일단 생각보다 몸이 유연하더군요... 마이크 앤 몰리에서 귀여운 커플 모습만 보다가 이 영화에서의 전혀 다른 모습에 좀 놀랐어요. 이런 터프한 면도 있다니! 그리고 엔딩 크레딧의 충격영상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