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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Hangover 2 - 토드 필립스

행오버 2

 

 

토드 필립스

행오버는 헐리웃에서도 그렇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도 뜻 밖의 수확이었습니다. 별다를 게 없이 명맥만 유지하던 화장실 유머 영화에 새 지평(?)을 열었다고 할까요. 한 마디로 성공적인 퓨전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이런 겁니다. 주인공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무언가 벌어진 것을 깨닫는 거죠. 옆에 죽은 여자가 누워 있다거나. 처음 보는 상처가 있다거나. 문신이 새겨져 있다거나.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 누워 있는 등. 게다가 주인공은 대체 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지난 밤의 기억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이건 전형적인 미스테리 장치입니다. 사라진 기억을 더듬으며 지금의 상황에 대한 합당한 설명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이야기의 원동력이자 수수께끼인 것이죠. 행오버는 이런 미스테리 구조를 그대로 가져와 화장실 유머들과 결합합니다.

총각파티 다음날 숙취 속에 깨어난 사내 녀석들은 자신들의 눈 앞에 펼쳐진 해괴한 상황들을 접하고 놀라지만 대체 왜 그렇게 된 건지는 모릅니다. 전날의 기억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보다 심각한 건 기억과 함께 신랑도 사라졌다는 거지요. 이것이 전편인 행오버의 설정입니다. 그들이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은 의외로 합리적이고 아귀가 맞게 전개되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습니다. 특히 사라진 신랑을 찾게되는 과정은 앞서 깔아놓은 복선과 이야기와 완벽하게 맞물리면서 의외의 반전을 선사하기도 하고요. 화장실 유머 가득한 한바탕 소동극의 이면엔 꽤나 순도 높은 미스테리가 깔려 있었고 그것이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는 거죠. 게다가 코미디와 미스테리 어느 쪽을 놓고 보아도 꽤나 수준있는 작품이더라 이겁니다.

행오버2는 성공한 헐리웃 영화의 속편 방식을 그대로 답습합니다. 전편의 구조를 그대로 따라가는 대신 배경을 확장하고 전편의 인상적인 요소들을 재활용하는 거죠. 신랑이 사라졌던 전편과 달리 이번엔 예비 처남이 사라집니다. 배경은 라스베가스에서 타일랜드로 바뀌고 호랑이는 원숭이로, 메르세데스 벤츠는 스피드보트로 빠진 이빨은 문신으로 바뀝니다. 범죄집단, 창녀(?), 이름으로 인한 착각, 앨렌이 문제 등등은 그대로 반복되고 켄정이 연기한 초우와 타이슨도 다시 나와줍니다. (심지어 켄 정의 알몸도 다시....)

공식에 맞춘 속편은 성공일까요? 일단 흥행성적만 놓고 보자면 대성공입니다. 이미 헐리웃에선 3편 기획이 착착 진행되고 있고요. 하지만 영화 자체만 놓고 보자면 아쉬운 구석도 많습니다. 행오버란 영화의 의미 자체가 미스테리가 가미된 이야기 구조 (잃어버린 기억, 사라진 동료)라는 건 분명하지만 이걸 똑같이 반복하는 건 심심하다는 거죠. 2년이나 지났지만 주인공 일행들은 거의 배운게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미 잃어버린 기억찾기 공식을 더듬는 장면이 나오긴 합니다. 가장 먼저 옥상부터 뒤져본다던가 주머니를 털어본다던가 하는 거요. 하지만 정말 학습능력이 있었다면 훨씬 빨리 사라진 처남을 찾았을 겁니다.

코미디는 동어반복으로 인한 효과 덕에 아직은 흥미롭습니다. 툭히 전편을 관통하는 스튜의 '내 안의 악마' 이론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화는 웃기기도 하지만 흥미롭기도 합니다. 스튜 개인으로 보자면 전편은 악마의 발견이고 이번 이야기는 악마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수용하는 과정입니다. 어쩌면 다음 이야기는 악마의 극복일지도 모르지요. :-p


스튜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마디 하자면... 제이드는 어떻게 된 건가요? 전편에서 뭔가 잘될것 같이 하더니 그 사이 차버리고 똘똘하고 젊은 동양인 아가씨를 잡아서 결혼하다니요. (내면의 악마 때문인가?) 심지어 제이드는 실수로 결혼한 창녀란 농담거리로 전락해 버려요.

국내 홍보에 켄 정의 역할이 크더군요. 그의 독특한 인생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전편 이후로 트랜스포머 시리즈 같은 대형 영화에 감초로 등장할 만큼 헐리웃만이 아니라 국내에서의 인지도가 높아졌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미스터 초우의 극중 국적은 무엇일까요? 이름이 중국인 같지만 한국의 '조'씨 성도 저런 식으로 발음되지요. 전편에선 얼핏 '빨리'란 한국어 대사가 나온 것도 같고. 중국인인척 위장신분을 사용하는 한국계 범죄자일 수도 있겠어요.
켄 정 외에도 한국계 배우가 등장합니다. 스튜의 신부 로렌역으로 나온 제이미 정이죠. 드래곤볼 레볼루션 같은 망작의 기억이 있긴 하지만 써커 펀치에 행오버 속편까지 나름 괜찮은 필모를 이어가는 만큼 다음 행보가 기대됩니다. (내년에 액션 영화 주연으로 나오는 모양이더군요)

전편보다 훨씬 많은 '꼬X'가 등장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꼬X들의 스펙터클이랄까... 배경이 태국인 성인 코미디이니 당연히 나올 설정 때문인데요. 심지어 엔딩 크레딧엔 '눈물 흘리는 스튜'의 스틸컷까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