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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소녀 K - 김종현


 

소녀K

 

 


김종현

스토리.... 이걸 뭐라고 요약해야 하는지. 일단 해봐야겠죠.

주인공 연진은 타고난 운동신경과 어릴적부터 단련한 무술들로 인해 상당한 레벨의 격투스킬을 가진 고교생입니다. 학교에서 육성회장 아들과 싸움에 휘말렸다가 교사들에게 부당한 처사를 당하고 홧김에 학교를 그만두기로 합니다. 동네 친구들이랑 어울려 놀던 그날 밤 하역작업을 하던 동남아 인부들과 시비가 걸리고 음.. 그 와중에 소음기 달린 총을 든 킬러가 난입하고, 형사가 등장하고.. 알고보니 이들이 하역하던 물건은 불법총기류와 모종의 약품이 들어있는 용기입니다. 그리고 쪼끔씩 보여주는 화면들로 보아 생체실험이 관련되어 있는 모양인데 알고보니 연진의 어머니와 동네 아저씨는 17년전 이 조직을 탈출한 사람입니다.

원작이 웹툰이라는데 웹툰이 나오고 제작된건지 이 영화를 제작하면서 OSMU로 웹튼을 동시진행하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여튼 영화보단 웹툰이 쬐끔 나아요. 그렇다고 좋은 건 아니고...

일단 대사가 엉망입니다. 케이블 영화는 대사가 구려야 한다는 불문율이라도 있나요 아니면 다 한 사람이 쓴 각본인 건가요. (아님 각본찍는 공장이라도 있나요) 텍스트로 볼때엔 견딜만한 개그도 말로 옮기면 구린 경우가 많다는 걸 아직도 모르는 걸까요.

"그 한 여자에게... 내 인생을 걸겠다." 피식...

대사만이 아닙니다. 스토리도 엉망입니다. 코딱지만한 배경에 엄청난 이야기를 우겨넣으려는 욕심은 이야기를 난파선으로 만듭니다. 인물들은 종종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는데 첫 화의 주요한 갈등선은 전화 한통이면 깔끔하게 해결될 것이었고 전화가 불가능한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휴대전화의 존재 자체를 까먹은 듯 진행되던 이야기는 중간에 갑자기 휴대전화 하나로 상황을 뒤바꾸기도 합니다. 이래선 연기자들이 아무리 심각하게 연기해도 믿음이 가질 않지요.

주인공 연진의 전투력도 폴짝폴짝 널을 뜁니다. 어느 순간엔 무슨 터미네이터라도 되는 듯 하다가 다음 순간에 평범한 여고생 흉내를 내는 식이지요. 그래도 액션 자체는 봐줄만 합니다. 영화 아저씨의 무술팀이 참여했다는데 이 정도의 액션을 뽑아낼 정도의 기술에 이런 허접스러운 각본을 들이밀어 놓으니 보는 입장에서 갑갑하더군요. TV연속극이면 쪽대본 탓이라도 하겠는데 이건 3부작이니 사전제작일 거 아닙니까?

배우들은 역시나 화려합니다. 어이없게 1박 2일로 뜨긴 했지만 김정태는 예쩐부터 좋은 배우였고 백도빈이나 전미선, 김뢰하, 박효주 모두 좋은 조연배우들입니다. 그럼 뭐합니까 대본이 시망인걸요. 배우들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인공호흡하는 것 밖엔 안됩니다. (그나마도 몇몇은 체념한듯 기본만 하고 있고요)

한그루는 장래성을 보고 캐스팅한 것 같은데 그냥 심심합니다. 미모도 심심하고 연기력도 심심하고 액션도 심심하고. 특히 액션 같은 경우엔 대부분을 직접 연기한 듯한 김정태와 비교가 되어 더욱 심하고요. 여전사 캐릭터란 게 그리 쉽게 연기할 수 있는 것고, 연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눈 부릅뜨고 바락바락 소리만 지른다고 될 게 아니지요.

아직은 1부입니다. 제목에 붙은 Killer의 K도 예고편으로 보아 다음화부터 수면위로 부상할 듯 하고요. 하지만 완성후 방영되는 작품이란 걸 감안한다면 1분의 단점이 크게 좋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현실세계의 구속을 벗고 아예 환타지의 세계로 넘어갈 2부에선 좀더 자유롭게 이야기가 펼쳐질테니 기대를 해봐도 될까요?

마지막으로 아무리 좁은 한국땅이라도 재능있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좋은 배우들, 좋은 액션팀, 좋은 촬영,조명팀들이 모였으니 이제 좋은 각본가만 발굴하면 됩니다. 이게 그렇게 어렵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