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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어브덕션 - 존 싱클톤


어브덕션

 

 

존 싱글턴

트와일라잇에서 토플리스는 여성의 전유물이 아님을 온몸으로 증명하신 늑대 소년 테일러 로트너를 주연으로 4브라더스로 익숙한 흑인 감독 존 싱클턴이 연출한 영화입니다.

예고와 포스터만 보면 제이슨 본이나 007 같은 첩보액션 영화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뭐 설정은 좀 비슷하긴 하지만) 그 보다는 고교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청춘 애정물과 스파이 키드를 섞은 영화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액션 장면이 꽤 있기는 하고 제법 미스터리의 틀도 갖추고 있긴 한데 결국 주 목적은 사춘기 소년이 출생의 비밀에 얽힌 황당스런 진실을 알게 되며 그에 얽힌 소동 속에서 멋진 액션 모험의 주인공이 되고 그 와중에 어여쁜 이웃집 소녀와 사랑도 이루고 뭐 그런 이야기란 겁니다. 그러니까 '점퍼'가 요즘 유행하는 슈퍼히어로 영화인 줄 알았더니 청춘배우 데려다가 그리스 비극적 고민 좀 하는 척 하며 연애하는 이야기였더라는 반전하고 비슷하달까요.

잘 만든 영화는 아닙니다. 아니 애초에 잘 만드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설정상 CIA나 민간 첩보 조직 같은 전문가들이 나오는데 정말 설정상 자리 채우기 밖에 하질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간부들 앉혀 놓고 상황에 대해 한창 CIA요원이 설명을 하고 있는데 제일 높은 직책인 듯한 사람이 말을 끊고 따로 불러냅니다. 브리핑 중단할 정도라면 뭔가 중요한 말이 오고가거나 새로운 정보라도 관객에게 줘야 할텐데 고작 한다는 말이 '너 이거 해결 못하면 끝이야'라는 겁주기입니다. 그 사이 앉아있던 간부들은 브리핑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주섬주섬 일어나서 자기 방으로 돌아가고요 (어이쿠 저 양반이 애 따로 불러세웠으면 끝이잖아. 어서가서 페이스북 업데이트나 해야지...) 이런 식으로 '어떤 장면'을 넣어야 겠다는 의무감에 삽입한 듯한 부분이 많이 보이는데 거기에 나름의 당의성이나 디테일을 넣을 생각은 없어 보인다는 겁니다. 게다가 이런 장면을 맡은 배우가 시고니 위버나 알프리드 몰리나 제이슨 아이작스 같은 사람들이라면 이건 그냥 낭비죠.

(나도 케이트 처럼 이쁜 여자애랑 싸우는 영화나 찍을 걸 그랬나... 뭐 아바타 찍었으니 쌤쌤)

하지만 나름의 재미도 분명 있습니다. 일단 주인공 로트너의 팬들이라면 더없이 행복한 한 시간 반일 겁니다. 연신 매력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반짝반짝 빛나는 이빨을 내보이며 간간히 웃통을 벗어재껴 내가 트와일라잇 신작을 보는 건 아닌지 착각이 들게 하는 것도 모잘라 꽤나 멋진 액션도 선보이니까요. 차라리 진중한 이야기보다는 F학점 첩보원 식의 코미디를 강조했다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시고니 위버도 그렇고 마리아 벨로도 그렇고 나이 든 티가 팍팍 납니다. 이젠 할머니 소리 들을 시고니느님이야 그렇다 쳐도 겨우(?) 67년생인 마리아 벨로는 왜이리 주름이 깊은 겁니까. 한국 오셔서 링클케어라도 받으시길!!

밀레니엄 스웨덴 원작영화에서 주인공 기자를 연기했던 미카엘 뉘키비스트가 악당으로 나옵니다. 밀레니엄 시리즈에서 정의감 넘치는 기자역에 어울리는 얼굴이라고 생각했는데 세르비아인 악당 역에도 꽤나 그럴듯하게 어울리더군요. 그나마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시켜준 게 악역을 연기한 이 분의 공이 커 보입니다.


로트너야 여성 팬들을 위해 열심히 화보 찍고 있으니 그렇다 치고. 저 같은 남성 관객은 아무래도 상대역인 릴리 콜린즈에게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짙은 눈썹에 아이같은 눈망울이 알리슨 로먼을 닮았네요. 드니스 리차드도 보이고.

포스터에도 활용된 이 장면은 사기입니다. 성룡의 후엠아이나 미션 임파서블 3 에서와 같은 건물 타고 슬라이딩 장면 쯤 되는 줄 알았더니 고작 3층 정도 되는 지붕입니다. 심지어 포스터에서 처럼 유리창 깨지는 일도 없고 주인공이 총을 들고 있지도 않아요. 완전 사기죠...

(어디서 사기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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