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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영화] 배틀쉽 - 피터 버그

배틀쉽

피터 버그

 

 

트랜스포머의 하스브로에서 생산한 동명의 보드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게임은 국내에도 충시되어 판매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말이 배틀쉽이지 그냥 서로 마주본 채로 상대의 판을 못 보고 하는 빙고게임 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전략이 없진 않지만 그보단 눈치게임적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이 게임의 영화화는 트랜스포머와는 차이가 크지요. 트랜스포머는 캐릭터들이 분명한 로봇 장난감들이고 각각의 캐릭터에 나름의 이야기들이 애초에 붙어 있었습니다. 심지어 영화화 전에는 일련의 애니메이션들이 십 수년에 걸쳐 제작되기도 했고요. 하지만 배틀쉽엔 '스토리'라고 할 만한 것도 '캐릭터'라고 할 만한 것도 없습니다. 처음엔 '캐러비안의 해적' 영화화와 비교하려고 했지만 배틀쉽에 비한다면 캐러비안의 해적 놀이기구는 상당히 얘깃거리들이 있지요. 억지로 비유하자면 '오목' 가지고 전란시대 영웅담을 만드는 기획 정도로 보면 될 거 같습니다.

영화의 선택은 게임 자체의 특징을 가져오는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탄의 괘적, 파도 측정 부이의 변화 같은 간접 정보를 통해 벌이는 전투 상황 같은 거요. 사실 영화 전체로 보자면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영화 전체에서 이런 설정이 빛을 발하는 건 아주 작은 부분이지요. 영화의 정체성은 그보단 '마이클 베이'표 군대영화에 가깝습니다. 크레딧 제거하고 보여줬다면 아마도 저 이름을 딱 떠올릴 분들 많을 겁니다. 많은 부분에서 '아마게돈'이나 '진주만' 같은 영화들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영화의 감상은 딱 마이클 베이표 블럭 버스터들을 보는 방식입니다. (하스브로의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그가 줄기차게 연출한 것을 생각하면 마이클 베이식 연출이 하스브로 경영진의 입맛과 맞아떨어지는 건지 모른다는 의심도 듭니다) 스토리나 설정은 빈약하고 뻔한 대신에 볼거리는 아주 빵빵하고 영화 전체에 걸쳐 잘 분배되어 있어요. 하와이를 배경으로 외계인과의 '해전'이 연신 펼쳐지는데다가 큰 스크린에서 진가를 발휘할 만한 화끈한 폭발신들이 가득 들어차 있으니 지금 보다는 차라리 여름 시즌을 노렸다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올해 여름은 워낙 '괴물'들이 많아서 함부로 끼어들기 힘들겁니다. 마이클 베이의 일련의 영화들을 쉰나게 봤다거나, 가끔식 고단하고 지칠 때 머리 비우고 그의 영화를 틀어놓는 걸 즐긴다거나, 아니면 화면에 알흠다운 전투장비들이 우르르 나와서 와자작 부숴지는 걸 좋아하는 관대한 밀덕이라면 즐겁게 보실 영화입니다. 사실 저도 별 기대없이 봐서인지 꽤나 재미있게 봤어요.

(피터 버그 감독)

스토리의 허접스런 구석들...

대체 외계인들은 왜 지구에 온 걸까요? 게다가 이 녀석들 스펙은 대체 어느 수준이죠? 목적이야 아직 본 작전 시작 전이라 나오질 않았다 치더라도(2편의 암시?) 테크놀러지 측면에선 어떨 땐 무시무시하게 강하고 초월적인 듯 보이다가 어느 부분에선 어이없을 정도로 약하더군요.

민간 과학자가 혼자 몇 분 중얼거리다가 금새 알아낸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정부도 군부도 끝까지 찾아내질 못하는 모양이더군요. 그 과학자가 먼치킨? 외계인이 그냥 놓아주는 부분 부터가 좀 수상하긴 했어...

쥔공은 대체 무슨 수로 대위까지 올라간 걸까요? 미군 체계를 잘 모르긴 하지만 영화상 정보를 보자면. 26살 짜리 백수 -> 해군간부였던 형님의 진노(너 군대 들어와!) -> 얼마후 대위...란 소린데. (작대기 똥색 2개가 중위, 은색이면 대위인 거 맞죠?) 일단 그 나이에 사관학교 들어갔을 것 같지는 않고. 나이를 보아하니 대학 졸업장이 있어서 해군 학사장교로 임관한 걸까요? 그래도 대위까지 달려면 몇 년은 걸렸을 텐데. 보아하니 전투기술병과 쪽인 거 같은데 학위나 자격증이 엄청 고퀄이라서 인정받아 중위임관? 그러기에 영화 초반에 보여준 모냥이 워낙 허접해서.

10년이나 움직이지 않던 항모가 그렇게 짧은 시간에 기동할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전시용으로 전환했으면 기관이나 무기류,탄약부터 들어냈을 것 같은데. 이것도 그 동네 현실을 잘 모르니까 그런가보다 해야지요. 그래도 이건 밀덕 판타지를 꽤나 자극하는 설정이긴 합니다. 퇴역함이 컴백해서 현대 최첨단 함선들도 어쩌지 못한 적을 상대해서 이겨버린다니. 전자기기로 유도되는 현대의 무기들이 무력화된 상태라서 진가를 발휘한다는 설정이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그 외...

주인공 알렉스 하퍼 역의 테일러 키취는 존 카터에선 꽤나 크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선 너무 작아보입니다. 상대 배역들이 워낙 커서 그런 거 같습니다만. 큰 영화에서 연속으로 주연을 맡았는데 바로 전 영화가 워낙 크게 말아먹어서 앞으로 행보가 걱정이죠. 이 영화는 잘 됐으면 좋겠네요.

리한나 연기가 꽤 괜춘하네요. 검색해보니 이번이 첫 영화는 아니더군요.

이치 더 킬러, 밝은 미래의 '아사노 타다노부'가 상당히 비중있는 역으로 출연합니다. 물론 일본 자위대 소속 장교 역이고요 주연급 캐스팅입니다. 림팩 훈련엔 우리 해군도 참가하는 것으로 아는데 좀 아쉽네요. 아마도 진주만의 아픈 기억을 가진 미해군과의 관계를 감안한 설정이겠죠.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어 더 큰 적과 맞선다는 식의.

엔딩크레딧 후에 쿠키가 있다고 합니다. 전 모르고 가서 놓쳤네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