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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영화]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

헝거게임:판엠의 불꽃

게리 로스

동명의 원작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입니다. 원작은 영미권 만이 아니라 국내에서도 꽤 흥행한 모양이지만 아직 읽어보진 못했어요.

자기부상열차(인듯 보이는 탈것)가 오가고, 24시간 사람을 감시할 수 있고 자연환경을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고, 가상풍경이 영사되는 창문에 꽤나 자극적이고 현대적인 서바이벌프로그램이 정부 정책과 연계되어있는 사회이지만 어쩐 일인지 사회체계는 고대국가 시대를 간신히 벗어난 어느 시공간이 배경입니다.


판엠과 주변 12국.. 아니 12구역으로 구분된 나라는 12구역의 반란의 역사가 있었고 수도 캐피톨에선 이의 재발을 위해 해마다 한 번씩 각 구역의 어린남녀 한쌍을 선발해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서로를 죽이는 '헝거게임'을 통해 자신들의 지배력 과시와 각 구역의 충성을 확인합니다. 주인공 캣니스는 동생이 추첨에서 선발되자 이를 대신하여 헝거게임에 자원하게 되고요. 이후엔 헝거게임 예선 1차부터 슈퍼위크를 거쳐 파이널 라운... 아차. 여튼 캣니스가 참가한 헝거게임의 마지막 까지를 보여줍니다.

 

스토리 요약에서도 언급했지만 책이 출간되던 시점 전후로 지금까지 최근 수 년간 미디어를 한 차례 휩쓸고 간 서바이벌/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적 풍자는 이야기의 핵심 아이디어입니다. 당연히 미디어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따라오고요. 그러다보니 영화를 보노라면 슈스케나 K팦스타 같은 프로그램들이 은근 떠올라요. 예를 들어 1.2구역 애들은 이미 사전에 학원에서 또는 잠시 소속되었던 기획사에서 것도 아니면 매우 좋은 문화적 환경에서 실력을 갈고닦아 참가한 출연자들입니다. 반대로 캣니스는 깡촌에서 그냥 열심히 살다가 우연한 기회로 엉겁결에 참가했는데 포텐 터지는 참가자고요. 서포터라며 언급되는 이들은 문자투표로 엉뚱한 사람을 끝까지 생존시켜서 헛웃음 나오게 만드는 팬덤을 떠오르게 하고 (그런 점에서 낙하산 보급품은 문자투표?) 중간중간 끼어드는 주최측의 규칙 바꾸기를 보면서 '고민 끝에 이번엔 전원 합격시키기로..'드립 치던 심사위원들 생각나는 게 당연한거죠.

허각이 우승을 했던 슈스케2가 생각났는데요 (제가 이런 류의 오디션/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마지막으로 정주행 했던 기억이라서겠지만) 이미지는 좀 아니더라도 허각은 캣니스요, 피타는 존 박쯤 되어 보입니다. 물론 존 박은 1.2구역 애들의 느낌도 있지만... 그리고 슈퍼위크에서 어리버리 컨셉 못잡고 초반에 우르르 떨어지던 아이들은 역시나 초반 보급품 집어보지도 못하고 몰살되던 참가자들과 연결되죠. 강승윤은 그 영리한 이미지 메이킹을 생각하면 막판에 엉뚱한 거 집어먹고 탈락한 여자애 쯤?

 

서바이벌,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며 느꼈던 고민/불만은 영화에서도 그대로 재연되며 때론 쾌감을 때론 실소를 머금게 만듭니다. 그것이 미디어에 장악되다시피 한 현대인의 삶에 대해서 살짝 반추해보는 계기가 될지의 여부는 관객의 선택이겠죠.

 

영화적 재미로 치자면 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일단 설정이 흥미롭고 앞서 말했다시피 서바이벌 오디션 보는듯한 재미도 있습니다. (물론 탈락 = 죽음이긴 합니다만) 런닝타임이 2시간을 조금 넘기는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네요.

 

배우들은 다양하면서도 적절하다고 느꼈습니다. 일단 주인공 캣니스의 제니퍼 로렌스는.. 사실 이 배우 얼굴/연기 보려고 간 것이 클 정도로 팬심이 강한지라 객관적 평가는 좀 힘들지만... 여튼 연기 훌륭합니다. 좀 과한 패션,화장에 테러 당하거나 아니면 서바이벌 한다고 후줄근하거나 한 상태가 대부분임에도 여전히 매력적이네요. 동양적인 느낌도 있고 헐리웃 고전 영화 속 개성넘치는 미녀 같은 느낌도 있어요. 그 외에 서바이벌 참가자 중 여자애들은 다 개성이 넘치면서도 매력적입니다. 물론 외모만... 역할들이 루를 제외하곤 미미해서 그 이상을 보여주긴 힘들어요. 반대로 꽤나 비중있게 나오는 남자 녀석들은 어찌 하나같이 무매력인지... 그나마 좀 괜찮다 싶은 애들은 초반에 ㅎㄷㄷ 다 떨어져 나가고. 특히나 피타는... 뭐 후속편에서 역할이 어찌 변하는지 모르겠지만 생긴 게 머슴 같아요. 조쉬 허치슨 어릴 적엔 똘망똘망한 매력이 있었는데 나이 들수록 머슴캐릭터가.. 아흑...

그 다음으로 비중있는 악역 케이토의 배우는 망작 싸인시커에 주연으로 나왔던 알렉산더 루드윅인데.. 어굴은 거의 그대로고 몸만 풍선처럼 부풀어서.. 역시나 안습. 쬐끔만 더 늙으면 괜찮아지려나. 오펀-천사의 비밀이란 영화에서 섬뜩한 연기를 보여줬던 이바셀 퍼만은 역시나 무시무시한 악녀로 등장. 근데 이쁘게 컸다능...

성인 연기자는 역시나 엘리자베스 뱅크스하고 우디 해럴슨부터 언급해야겠죠. 뜨악한 분장을 하고 나오는 덕에 팀 버튼 영화의 헬레나 본헴카터 보는 기분이긴 하지만 엘리자베스 뱅크스는 여전히 제 역할 확실히 해주시고요. 우디 해럴슨은 정말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보는 것 같네요. 검색해보니 제가 스크린으로 이 배우를 본 건 2012가 가장 최근이에요. 좀 더 자주 그리고 좀 더 비중있게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만. 헝거게임 PD(?) 역을 맡은 배우는 어디서 본듯한 얼굴이다 생각했는데 아메리칸 뷰티에서 주인공으로 나왔던 사라미네요. 그 소년이 이제 이런 징글징글 수염이 어울리는 아저씨가 되어버렸다니... 하긴 10년도 더 지난 영화네요. ㅜㅜ

 

 

설정 때문인지 배틀로얄과 많이 비교가 됩니다. 설정만 놓고 보면 똑같다고 해도 무방하죠 표절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하려는 이야기는 다르니 일단 배틀로얄과 비교는 불공평합니다. 둘 다 좋은 작품이지만 배틀로얄을 기대하고 간 관객이라면 꽤나 실망할 겁니다. 일단 헝거게임은 15세 관람가니까요.

 

주인공 캣니스의 캐릭터가 강해요. 캐릭터의 개성이 강하기도 하지만 그 개성 자체가 '강하다'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피타와의 관계도 기존과는 남녀 역할이 바뀌어 있지요. 피타는 칭얼거리고 갑작스레 고백하고 찌질거리기도 하다가 막판에 위기에서 구출되는 꼴이 영락없는 공주님이죠. 물론 피타를 비롯한 여러사람의 도움을 받는 캣니스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행보는 신화 속 '남성영웅'의 행보 그대로에요. 이러한 성적 고정관념 탈피는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가 됩니다만 사실 그런 고정관념 자체가 편견에 기인한 터라 현실감이 떨어지거나 하는 건 없습니다. 동네 형보다 동네 언니가 더 믿음직하고 의지할만 하다는 건 경험적으로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