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1. reading 100 books

UBIK - 필릭.K.딕


UBIK




필립 K. 딕
 (2011, 15)




책 표지에 적힌 광고문구 마냥 헐리웃이 사랑한 작가 필립 K. 딕의 장편이다. 매트릭스 등 가상현실을 다룬 근래 저작물들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하는데 가상현실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초창기 '반생인'이란 개념을 도입해 내세와 사후의 중간에 걸친 어떤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선구적인 작가라고 할만하다.

작가 생전엔 먼 훗날 처럼 느껴진 1992년의 근미래 (아.. 생경하다)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초능력자들과 그들의 능력을 중화시키는 관성자들이 존재하고 모든 시스테은 자동화되어 자기 집 문을 여는 데에도 동전이 필요한 세상. 관성자들 에이전시 같은 회사를 운영하는 런사이터와 그의 수하들은 자신들의 보유하고 있는 관성자들이나 초능력자들(사이)이 갑작스레 사라지는 현상에 당황한다. 그러던 중 자신들이 개발중인 달기지의 사이들을 막아달라는 의뢰를 받게 되고 이것이 관성자들이 '지구상'에서 탐지되지 않게 된 이유란 생각과 큰 보수가 예상되는 건수란 생각에 회사의 관성자 멤버 대부분을 대동한 런사이터는 달기지로 향한다. 하지만 그곳에 도착하여서야 이 모든 것이 관성자 조직을 괴멸하려는 사이 측 수장 홀리스의 계획임을 알게 되고 그들이 계획한 인간폭탄 테러를 받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지만 이렇게 내용을 요약하니 정말 많은 창작물들이 떠오른다. 물론 필립 K. 딕 이후에 나온 작품들이고. 달기지에서의 사고 이후 현실인지 환상인지 모를 이상한 현상 속에서 허우적 대는 주인공과 동료들의 모습이 이어지다 마지막에 반전을 선사하는데 은밀한 단서를 따라가 아이템을 얻는다던가 외부에서 개입하는 관리자 같은 존재라던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숨기는 대체 현실 같은 설정은 오늘날 사이버 공간을 그대로 은유한 것  같아서 필립 K. 딕 예언자 설 같은 이야기가 나올 법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고작' 92년에 달기지에 민간 우주선이 등장하는 모습은 지금 와서 생각하면 우습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작품이 만들어진 70년대와 비교하면 말도 못하게 발전한 지금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들과 같은 '꿈'을 꾸기도 한다는 것도 묘하고. 뭐 이런게 SF의 묘미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마지막까지 반전을 준비한 결말은 어떤가. 조 칩의 얼굴이 새겨진 동전을 런사이터가 발견하는 순간은 식상한 표현이겠지만 내가 나비 꿈을 꾸는 것인가 나비가 나의 꿈을 꾸는 것인가란 장자의 말이 딱 들어맞는 얘기 아닐까.

제목인 UBIK는 '어디에나 있는'이란 라틴어에서 유래한다. 매 장마다 등장하던 유빅 광고가 마지막 장에는 유빅 스스로의 선언으로 바뀌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는 유빅이다. 우주가 생성되기 전에 내가 있었다. 내가 태양을 창조했다. 온 세상을 만들었다. 나는 생명과 생명체가 거주할 장소를 창조했으며, 그들을 이곳저곳에 옮기고 배치했다. 그들은 내가 말하는 대로 움직이고 내가 말하는 대로 행한다. 나는 말이지만 내 이름은 한 번도 입에 담긴 적이 없다. 아무도 모르는 이름이기에 나는 유빅이라 불리지만 그것은 내 이름이 아니다. 나는 존재한다. 앞으로 언제까지나 존재할 것이다.'
딱 봐도 유빅의 정체는 신적인 존재다. 그러고 보면 세상 만물에 깃들어있고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것은 특정 종교인들이 늘상 주장하는 신의 모습과도 일치한다. 오늘날 유비쿼터스(Ubiquitous)가 장소에 상관없이 접속, 사용 가능한 네트워킹이란 의미로 사용된다는 점은 이것과 연결하여 흥미로운 상상이 가능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