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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reading 100 books

우리 이웃의 범죄 - 미야베 미유키


 

우리 이웃의 범죄

미야베 미유키

(2011.14)



우리 이웃의 범죄 (데뷔작/ 표제작)

제16회 <올 요미모노> 추리 소설 신인상 수상작이자 작가의 데뷔작이다.

생활소음이란 평범한 소재에서 출발하여 사회문제나 당시의 사건들을 함께 끌어들이는 것이 역시 지금의 미야베 미유키의 시발점이구나 싶은 작품입니다. 마코토 가족은 어렵사리 구한 집이 마음에 들지만 단 한가지 그들을 괴롭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옆집에 혼자 사는 여자가 키우는 애완견 밀리다. 부동산 사업가의 정부인 듯 보이는 여자는 개가 밤새 짖어대건 말건 신경쓰지 않는 눈치고 개짖는 소리에 마코토 가족은 신경쇠약에 걸릴 지경이다. 그러던 어느날 마코토는 삼촌과 작당하여 옆집에 몰래 들어가 개를 데리고 나와 어디론가 입양보낼 생각을 한다. 옆집이 빌 때를 노려 지붕 아래 공간으로 침투한다는 작전은 수월히 진행되는 듯 하지만 막상 옆집으로 넘어간 삼촌이 발견한 대포통장에 거금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복잡하게 꼬이기 시작한다.
제목 그대로 '우리 이웃'의 범죄, 그러니까 일상의 작은 일탈 같은 순간이 실재 범죄와 얽히며 벌어지는 소동극이다. 막판에 준비한 반전은 그 자체로 흥미로우면서 또한 흥겹다.


이 아이는 누구 아이

어느 비바람 부는 날 소년 홀로 지키는 집에 찾아든 불청객으로부터 벌어지는 사건. 여기선 비배우자간 인공수정(AID)을 소재로 불륜, 출생의 비밀 같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거의 세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극의 90%이상이 진행되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다. 그렇다고 소재에서 짐작하는 한국 아침드라마식 막장극도 아니다. 나름 심도있는 고민을 다루고 있으며 역시 미미여사 작품 답게 따뜻한 결말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극의 중요한 흐름이 우연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선인장 꽃

굳이 분류하자면 생활추리에 가까운 이야기. 퇴직을 앞둔 교감 선생님과 그가 담당한 학교의 졸업반 아이들 (6-1반 아이들)의 괴상한 연구발표가 가슴 푸근한 결말로 이어진다. 단막극으로 만든다면 상당히 독특한 코미디가 될 것 같다. 결말의 반전은 '술'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중간에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교감과 아이들의 관계는 이후 미미여사의 작품에서 자주 보이는 소년과 지혜로운 노인 구도의 확장이다.


축 살인

통신의 비밀은,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 일본국 헌법 제21조

이 당연한 듯 보이는 권리가 역시나 당연하게 침해받는(또는 침해가 허용되는) 순간을 시작으로 안락의자 탐정 같은 주인공 히노 아키코의 추리가 펼쳐진다. 결혼식 축전을 살피다 안색이 굳은 사회자. 식장 자리를 채운 하객들의 스팩트럼. 신랑, 신부의 프로필 같은 일상적인 결혼식 풍경이 무시무시한 두 건의 살인을 추적하는 단서가 된다. 마지막 결말에선 위트를 남기는 배려도 잊지 않는다.


기분은 자살 지망

주인공이 '작가'인 사기극이다. 책의 다른 단편들처럼 역시나 일상적인 분위기에서 펼쳐지는 소소한 사건임과 동시에 당대의 사건을 소재로 끌어들인다.  돌발성미각감퇴증 같은 독특한 질병으로 시작되어 B형간염이라는 흔하다면 흔한 질병으로 마무리를 짓는 구조가 특이하다. 마치 범죄의 마스터처럼 여겨지는 추리작가의 애환(?)도 슬쩍 곁들여져있다. 조금은 평이하게 진행되며 인물의 동기나 행동이 조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이 아쉽다.

이 단편집은 미야베 미유키의 팬이라면 결코 놓쳐선 안 될 것이다. 그녀의 데뷔단편인 표제작 우리 이웃의 범죄를 마침내 번역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책 말미에 잘 정리된 미미여사의 작품목록 때문이기도 하다. 그녀의 팬이라면 반드시 소장해야 할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랄까.

P.s.
최근 개봉한 동명의 한국영화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