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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reading 100 books

철수맨이 나타났다! - 김민서

철수맨이 나타났다!


 



김민서


(2011. 11)


 

제1회 대한민국 문학&영화 콘텐츠 대전 수상작


위기에 처한 사람 앞에 홀연히 나타나 도움을 주는 마을의 영웅 철수맨에 대한 전설. 오래전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 해결을 시작으로 이어진 전설 속 인물을 직접 목격한 영서중학교 3학년 희주는 그가 자신과 같은 학교, 같은 나이의 학생이란 단서를 발견한다. 수학여행 마지막 밤, 그 이야기를 공유한 세 명의 친구 희주, 유채, 지은은 저마다 유력한 철수맨 후보자를 지목하며 차례로 그들이 철수맨인지 조사하기 시작한다.

이제 미국 코믹스의 영웅들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만화 속 영웅들이 해마다 하나씩 영화로 되살아나 꼬박꼬박 출석부를 찍은 덕분이다. 더불어 이런 히어로물 설정을 우리 문화와 접속하려는 시도들도 늘어났다. 이 글 역시 이런 시도의 하나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익명 속에 숨어 가면으로 자신을 숨긴 영웅의 모습은 미국 히어로의 모습과 유사하다. (물론 각시탈이나 황금박쥐 같은 전례들이 있었지만 따지고 들자면 이들 역시 미국 히어로 문화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볼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작가는 여기서 방향을 슬쩍 틀어 영웅의 탄생이나 영웅담이 아닌 그런 영웅에게 도움을 받고 그들을 쫓는 일반인, 목격자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철수맨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은 이야기의 동력이긴 하지만 중심은 아니다. 오히려 그를 찾아다니는 여정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이야기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때문에 독자들의 주의 역시 철수맨의 정체보다는 아이들 저마다의 스토리와 비밀 쪽으로 쏠린다. 목격담이나 전설같은 이야기 속에서만 등장하던 철수맨이 아이들 앞에 다시 등장하는 후반부의 장면은 그래서 '기계장치의 신' 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의 등장으로 위기가 해소될 뿐 아니라 그때까지 쌓여온 아이들의 고민들도 활로를 찾는다. 달리 보면 철수맨의 찾는 여정, 그리고 그와의 만남은 사춘기 아이들이 으례 겪게 되는 어떤 통과의례 같은 경험들의 대체물 같아 보이기도 한다.

분량적으로도 장편이라기엔 부족하고 타깃 독자층이 청소년 대상이라서 그런지 전형적인 만화체의 그림들이 책의 표지와 속지 각 챕터의 표지 처럼 등장한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만화적 캐릭터 성격이 강하고 이야기도 가볍고 명랑한 분위기가 주되기 때문에 어울린다. 하지만 챕터의 주요 장면들을 요약한 그림이 가장 앞에 삽입되는 바람에 정작 해당 페이지 내용과는 맞지 않는다. 굳이 챕터 표지로 삽입하기 보다는 그래픽 노블처럼 해당되는 이야기가 나오는 시점에 적절히 끼워넣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