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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영화] 백설공주 - 타셈 싱

[영화] 백설공주, Mirror,Mirror - 타셈 싱

CGV

타셈 싱

올 해엔 백설공주를 소재로 다루는 두 편의 헐리웃 영화가 개봉합니다. 바로 이 영화 '백설공주(Mirror,Mirror)'와 트와일라잇의 히로인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백설이로 나오는 '스노우화이트 앤 더 헌츠맨'이죠.

일단 먼저 선을 보인 백설공주는 상대적으로 좀 달립니다. 예산도 훨씬 적고 캐스팅 면에서도 약해요. 아직 크리스틴의 백설이가 개봉전이긴 하지만 두 영화가 지향하는 바는 명백히 다름을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헌츠맨'이 본격적인 스워드 앤 매직 판타지 세계에 백설공주 이야기를 끌어들여와 본격 성인환타지를 지향하는 작품으로 추측되는 반면에 이 영화 백설공주는 원작 동화에 살짝 비틀기를 했다 뿐이지 여전히 동화의 세계입니다.

줄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백설공주 이야기와 거의 비슷해요. 백설공주 동네에 계모가 오고 아버지는 죽고 혼자 남은 백설이는 성인이 되어 왕좌를 물려받을 자격을 갖게 되자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는 거죠. 외모적인 질투도 여전하고요. 이야기 비틀기는 한때 유행했던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동화 재해석하기의 연장에 있어요. 예쁜거 말고는 능력도 없는 주인공이 난쟁이들 어장관리하고 잠 좀 주무시다가 왕자님 키스 한 방에 문제가 해결되는 게 불만이란 거죠. 영화는 설정들을 살짝살짝 손보면서 백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큰 모험은 없어요 이야기 자체가 원안의 줄기 그대로 흘러가거든요. 백설이가 자발적으로 독립하겠다고 나서도 결국은 왕자님과 난장이들의 도움을 받게 되는 식이죠. 어떤 부분에선 원작동화보다 더 순화된 부분마저 있습니다. 타셈 싱의 전작들 때문에 조금 기대했는데 아기자기한 의상과 무대미술은 여전하지만 비쥬얼은 아주 얌전해요.

원작 동화와 가장 다른 점은 결말일 겁니다. 일단 이 영화에서 백설이는 마법에 걸리거나 잠에 빠지는 민폐는 끼치지 않습니다. 물론 마법을 푸는 '키스'가 등장은 하는데 역할이 뒤바뀌죠. 영화에서 가장 유쾌했던 부분입니다. 이러다보니 독사과도 등장하지 않을.... 뻔 했는데 막판에 나오긴 나옵니다.

영화 속 백설이는 처음엔 동화나 만화에서 그려진 순진하다 못해 살짝 멍청해보이기까지 한 수동적 캐릭터이지만 난쟁이들과 어울리면서 적극적인 주인공으로 변모합니다. 검술과 격투술을 배우고 지략적 면모에도 눈을 뜨는 거죠. 덕분에 검을 휘두르며 싸우는 백설이를 볼 수 있는데 그 수준이 좀 아쉽습니다. 조금 더 나아갔더라면 좋을텐데 영화에서 상정한 관람층/관람등급의 한계가 주요한 순간마다 발목을 턱턱 잡아요. 그래도 마지막 독사과 장면에서의 백설은 매력적입니다. 한 나라의 군주로서 가져야 할 지략과 카리스마 같은 게 느껴지더군요.

쥴리아 로버츠의 사악한 여왕 연기는 예고편에서 느껴지는 딱 그정도 매력입니다. 사악하다는 표현보단 제멋대로란 말이 어울리는 악역인데 그래서 미워하기 힘들더군요. 원작의 여왕이 사악한 마녀 이미지라면 이 영화의 여왕은 비벌리힐즈의 성질 더러운 여왕벌 같은 느낌이랄까요.

백설이의 역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왕자는 그렇지 않아도 없는 역할이 더욱 줄어듭니다. 이건 필연적인 부분이라 배우도 감안하고 캐스팅에 응했겠지만 막판에 가면 안스러울 지경입니다. 토플리스와 개연기가 출연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지 않았을까 의심됩니다.

백설공주를 새삼 다시 영화로 옮기는 작업이었음에도 그닥 욕심이 느껴지지 않는 영화였어요. 약간의 비틀기가 있지만 이 부분을 조금 더 심도있게 들어갔어야 하지 않았나 싶고, 그러려면 지금보단 여러모로 수위가 높아야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왕이 왕자에게 먹인 묘약마냥 장단점이 너무나 극명한 작품입니다. 평가도 그만큼이나 엇갈릴거고요. 개인적으론 영상과 세트의 미술적 아름다움과 두 여주인공의 아름다움 덕분에 시각적으로 만족스러웠지만 스토리에선 밍숭맹숭했습니다.

주인공 백설이 역의 릴리 콜린즈가 참 예뻐~ 그럼데 이전 출연 영화는 제가 거의 봤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특히 어브덕션에선 여주였는데 존재감이 없었거든요. 역시 같은 인물이라도 얼마나 매력을 끄집어내는가 하는 건 감독의 역량이 많이 작용하는 모양입니다. 더불어 영국 밴드 '제네시스'의 보털 필 콜린스의 딸이기도 하네요.

http://ko.wikipedia.org/wiki/%ED%95%84_%EC%BD%9C%EB%A6%B0%EC%8A%A4

감독 타셈 싱은 인도 출신인데요. 백설공주 엔딩크레딧엔 그래서인지 영화 주인공들이 발리우드 스타일로 가무를 즐기는 보너스 영상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