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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cy's critic

[영화] 어벤져스 - 조스 위든

어벤져스

조스 위든

 

드디어.. 드디어!! 어벤져스가 개봉했습니다. 개봉 첫날 쪼르르 달려가 무려 3D 아이맥스로 감상했어요. 시사 후 한결같이 열광적인 반응에 기대치가 끝간 데 모르고 상승한 상태였기에 오히려 불안했지만.... 기우였다죠. ㅎ

이야기는 전작 격인 캐릭터 별 영화의 쿠키와 예고편 등등에서 던진 단서들로 유추했던 딱 그 이야기입니다. 떡밥들을 잘 갈무리해서 적절히 활용했어요. 아스가르드의 반역자 로키는 레인보우 브릿지 아래로 추락해선 다른 별로 셀프 유배를 갔다가 이름도 잘 기억하기 힘든 그쪽 동네 악당들하고 손을 잡습니다. 그리고 로키가 아스가르드가 아닌 지구별로 그들을 끌고 오는 이유는 바로 전작에서 던진 떡밥 '테서렉트-코스믹 큐브'죠. 무한한 에너지원인 테서렉트는 궁극의 무기가 될 수 있기에 너도나도 탐내는 물건이었던 겁니다. (그런 게 왜 하필 지구에 떨어져가지곤....)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에서 슬쩍 던진 떡밥대로 아스가르드의 레인보우 브릿지 처럼 멀리 떨어진 별로 단숨에 이동할 수 있는 포털을 여는 장치이자 동력원이기도 하지요.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원격으로 (또는 큐브의 다른 차원을 통해) 홀로 지구로 내려온 로키는 큐브를 확보하고 포탈을 열어 악당 외계인들을 소환해 지구별을 거덜낼 생각입니다. 이 계획을 막기 위해 실드는 어벤져스 계획을 가동하게 되는 거고요.

이 계획의 핵심은 바로 '어벤져스'라는 팀 입니다. 각각이 하나의 시리즈를 끌고 갈 능력과 팬덤을 자랑하는 코믹스 히어로들을 모아서 하나의 영화에 모아넣어 판을 키우겠다는 거지요. 이런 기본 전략은 양날의 검입니다. 엄청 인기있는 캐릭터들이 모두 모이니 무지무지하게 다양하고 엄청난 이야기가 가능하지만 반대로 이런 점이 마로 작용해 통제불능 상태로 걷잡을 수 없이 몰락할 수도 있다는 거지요. 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조스 위든이 키를 잡은 어벤져스라는 배는 영화 속에 등장한 헬리캐리어 마냥 산을 넘어 하늘로 날아가 멋지게 항해를 해냅니다. 장점은 강화하고 단점은 보완한다는 팀플레이의 원칙을 확실히 베이스에 깔고 간 덕이지요.

영화의 기본 미덕은 무수하게 등장하는 캐릭터 하나하나에 적절한 안배를 하면서 여러모로 각자의 개성을 백분 활용하여 매력을 부각시켰다는 점입니다.

아이언맨/토니 스타크 - 어벤져스 프로젝트를 본 궤도에 오르게 한 장본인인데다 이미 두 개의 시리즈를 제작한 인기 캐릭터인 만큼 개인사가 크게 부각되지는 않습니다. 그에게서 할 이야기는 이미 아이언맨 시리즈에서 다 했고 그나마 안 한 이야기는 이미 제작 중인 3편을 위해 아껴둬야 하니까요. 관객들은 이미 아이언맨이 친숙하고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개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영화는 그런 점을 활용해 아이언맨 토니스타크를 이야기의 윤활제로 적극 활용합니다. 그렇다고 비중이 작다는 건 아니죠. 가장 인기있고 가장 보여줄 게 많은 캐릭터이니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마크7이 등장하네요.

토르 - 악당인 로키의 형제 사이인 만큼 의무적으로 등장한 이 반신은 전작에서의 연장선에 서 있습니다. 지도자로서 어느 정도 각성했으나 여전히 배울 게 많은 입장이죠. 스팩으로만 치자면 현재 멤버들 중 탑을 달리지만 여전히 한계가 분명한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악당과는 형제지간인 외계의 인물이니 여전히 피아 구분이 어려운 상대이기도 하고요. 전작에서 질풍노도 중2병을 간신히 벗어나 왕으로서의 임무를 깨달았다면 이번엔 지구인의 친구로서의 관계를 돈독히 함으로서 차후 개별 시리즈의 발판을 마련하는 느낌이 큽니다.

캡틴 아메리카/스티브 로저 -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익숙한 멘트를 날리면서 생경한 현대에, 그리고 어벤져스란 새로운 동료들에 대해 파악하고 결국 팀의 정신적 지주인 '캡틴'으로서의 역할로 복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원작 코믹스에 대한 정보들을 접하면서 가장 '애매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라고 느꼈지만 (악당들과 싸우는 슈퍼히어로의 무기가 달랑 방패라니...) 그럼에도 그가 인기있는 이유를 제대로 보여줍니다. 성조기를 몸에 두르고 전쟁 선전용 도구로서 활용된 전력이 있던 인물이지만 그의 방패는 공격이 아닌 수비의 역할을 강조하며 팍스 아메리카나의 변호인 역할을 톡톡히 하는 거죠. (세계를 보호하기 위해선 개뿔, 그런 애가 이름이 캡틴 '아메리카'라고?) 하지만 이젠 그 상징성이 모호해진 시절에 영화는 팀의 리더로서의 역할에 집중합니다. 그는 여전히 충실한 '군인'이지만 동시에 믿음직한 '형님'이기도 한 거죠. 그런 입장 차이에서 토니 스타크와 대립하는 모습에선 이후 '시빌 워'의 방향으로 어벤져스 속편이 다크하게 흐를 가능성도 열어두는 것 같았어요.

헐크/브루스 배너 - 이번 영화로 가장 큰 수혜를 받은 캐릭터일 겁니다. 리뷰들에서 연신 헐크에 감탄하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조스 위든은 영리한 방식으로 헐크의 매력을 만들어냅니다. 이전 영화에서 배너 개인의 고통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어벤져스는 3자의 시선에서 헐크를 보여줍니다. 전작의 헐크가 통제불능의 괴물이고 배너는 그런 괴물에 잠식당하는 피해자였다면 어벤져스에선 적절하게 헐크의 캐릭터를 조율하여 팀으로 끌어들입니다.  무시무시한 '시한폭탄'이지만 잘만 활용하면 신마저 벌벌 떨게 만들 정도의 조력자가 될 수 있다는 거죠. 배너와 헐크의 관계도 어느 정도 동반자적 입장으로 그려지고요. 아시다시피 헐크는 '지킬 앤 하이드'의 모티브를 빌려왔지만 (때문에 헐크는 잔인한 살인마의 포지션이었지만) 어벤져스의 헐크는 그런 지점을 거쳐 차츰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에 가까워집니다. 애가 힘이 오라지게 쎄고 성질이 더러워서 그렇지 심성은 착하더라...는 식이죠. 이 파란 괴물이 귀여워 보일 지경이라니까요. 물론 본 에고인 부르스 배너의 개성도 전편들과는 차별화하면서도 훌륭하게 그려집니다.

(헐크 건드리면 아주 ㅈ되는 거야...)

블랙 위도우/나타샤 로마노프 - 아마도 사전 정보가 없다면 가장 뜬금 없을 캐릭터인데요. 코믹스의 설정들을 그대로 가져오느라 아이언맨2에서 슬쩍 던져놓은 가짜 신상정보만 알고 있는 사람들은 뭔 소린가 싶은 부분들이 많았어요. 저 역시 원작 코믹스를 보진 못하고 인터넷에서 블랙 위도우 캐릭터에 대한 다이제스트를 읽은 게 전부여서 온전히 이야기를 따라가긴 힘들더군요. 코믹스의 블랙 위도우는 냉전시대부터 활동한 스파이에 캡틴 아메리카처럼 인체 능력을 향상시키는 처치를 받았고 원래는 '소련'에서 활동하다가 후에 전향하는 캐릭터라는 군요. 호크아이와의 은근한 로맨스도 코믹스에서 가져온 모양입니다. 극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그녀의 스파이로서의 능력이 돋보이는 심문 장면이었어요. 너무 매력적이긴 한데 주변에 두고 싶지는 않은 캐릭터. 그나저나 코믹스 설정대로라면 매력적인 아가씨의 모습이지만 사실은 할머니... 호크아이와는 어~~~~ㅁ청난 연상연하 커플.

호크아이/클린트 바튼 - 이야기에서 맡은 책임이 막중한 덕에 별로 소개되지 않았음에도 (토르에 잠깐 나왔던 게 전부였죠) 존재감을 확실히 인식시킵니다. 캡틴 아메리카에 이어 히어로라기 보다는 '군인'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그만큼 믿음직한 존재입니다. (초반의 삽질은 양해합시다. 그게 다 XX탓 아닙니까) 주특기가 활은 양손 사격이 가능한 모양이더군요. 확실하진 않지만 시위를 당길 때 양손 모두 사용했던 거 같아요. 하긴 그 정도는 되어야 무시무시한 히어로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겠죠.

그외 - 톰 히들스턴의 로키는 토르에서보다 더 매력적이네요. 비쥬얼이 좋아요. 하지만 악당으로서 목적이 좀... 고향서 못 이룬 꿈 여기서 이루겠다며 깽판치는 거잖아요. 존심 갑, 허세 갑... 그래도 홀홀단신 떨어져 쉴드 조직 전체를 들어다 놓는 지략가로서의 면모 덕에 용서가 됩니다. 닉 퓨리는 여전히 멋지네요 이 캐릭터는 분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공무원 냄새가 짙게 나요. 산전수전 다 겪고 꼼수에 능통해진 상사 같은 느낌? 이번 영화에 새롭게 등장한 마리아 힐은 초반에 예상 밖으로 활약이 큽니다. 배역을 연기한 코비 스뮬더스는 '하우 아이 멧 유어 마더'에서의 모습이 너무 익숙해서 어벤져스와는 잘 어울리지 않을 거 같았는데 완전 멋지게 나오더군요. (언제나 시트콤에서의 모습을 좀 보여주진 않을까 계속 기대하긴 했습니다) 그리고 콜슨 요원... 아 이건 영화를 봐야 합니다. 우린 드디어 그의 '이름'을 알게 되지요. 다음 시리즈에도 그를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벤져스를 기다리며 전작 시리즈를 다시 정주행 하던 와중에 문득 떠오른 게 영웅들의 '연인'들 문제였습니다. 캡틴 아메리카의 그녀야 천수를 누리고 가셨을테니 패스하더라도 토니 스타크의 페퍼 포츠, 토르의 제인 포스터, 헐크의 베티 로스가 있잖아요? 전작에서 이들을 연기한 배우들이 예고편에선 코빼기도 안보이더라 이겁니다. 요약하자면

페퍼 포츠 - 기네스 팰트로가 출연해 꽤 많은 분량 등장합니다.
제인 포스터 - 나탈리 포트만은 사진으로만 등장합니다.
베티 로스 - 언급도 안됨 고로 제니퍼 코넬리도 리브 타일러도 안 나옴... (아님 내가 못 들었거나)

워낙 바쁜 배우들인지라 비중도 크지 않을 역에 일일히 스케쥴 맞추기 힘들긴 했겠지만 그래도 제인 포스터의 부재는 많이 아쉽습니다. 토르의 엔딩을 생각해 보세요. 브릿지가 무너진 덕에 무려 우주를 사이에 두고 생이별한 연인들인데, 그래서 오작교라도 놓아줘야 할 판인데. 어벤져스에서 토르는 너무 쉽게 등장하더라는 거죠. 게다가 무려 반신인 녀석이 아무리 바쁘더라도 한 번은 제인에게 들러서 키스라도 한 번 날려줬어야지... 혹시 아스가르드에 새 연인이라도 생긴 거니?

이런 캐릭터들의 개성들을 영화는 중반까지 서로 충돌시키다가 막판에 하나의 팀으로 묶어냅니다. 스포츠 영화 같은 데서 흔히 보이는 구성이죠. 개별로는 하나씩 장기들이 있는데 워낙 제각각이라 팀으로서 엉망이다가 어떤 계기로 하나가 되어 완벽한, 기적적인 경기를 보여주는 거 말입니다. 외계인들의 공습 앞에 캐릭터들이 하나 둘 모여 원형으로 둘러 서는 장면(예고편에서 나왔던)과 그 뒤를 이어 캡틴에 의해 각자의 포지션을 찾아가는 장면의 쾌감은 어벤져스의 가장 큰 노림수가 폭발하는 지점이죠. 그 장면에서 영화의 전반 1시간을 넘어 앞선 모든 캐릭터별 영화들이 이 순간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어벤져스의 활약은 그만큼 '팀'으로서의 개념이 강합니다. 히어로물이지만 ~맨 시리즈에서 보이는 1인 영웅의 활약보다는 호크아이 역할의 제레미 레너가 출연하기도 했던 미션 임파서블 4에서 돋보인 첩보원 팀으로서의 활약의 재미가 큽니다. 조스 위든이 어벤져스가 가야 할 방향을 확실하게 잡고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죠. 이런 쾌감은 마블의 또 다른 시리즈인 판타스틱4에서 살짝 맛볼 수 있었지만 좀 감질났었는데 이번 영화에선 확실하게 보여주네요.

악당 외계인들이 포탈을 넘어와 벌이는 시가전의 비쥬얼은 은근 심형래 감독의 디-워가 생각났어요. 거대한 비행 생물은 이무기를 닮았고 외계인 악당들의 복색도 디워의 악당들과 닮았더라고요. 물론 퀄리티에서 차이가 많이 나긴 했지만. 그리고 그것을 영화에 녹여내 활용하는 방식도 훨씬 세련되고 멋지긴 했지만 컨셉 아트 단계에선 어쩌면 디워를 참고하지 않았을까 하는 망상을 살짝 해봤습니다.

여기저기 소소한 농담들이 많은데 아무래도 자막엔 제대로 녹여내지 못하더군요. 연신 테서렉트라고 부르는데 글자 수 줄이기 위해 큐브로 표기하는 상황에서 너무 많은 기대를 할 수는 없지요. 그래도 센스 돋는 부분도 많았어요. 쏟아지는 외계 군대를 보며 토니 스타크가 한숨 짓는 장면에 '에효'라고 넣어주는 부분 같은 거요. ㅎ

3D효과는 아주 좋았습니다. 영화 전체적으로 골고루 안배되어 있기도 하고 효과적으로 연출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아이맥스로 본 거라서 일반 스크린에선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 (결론은 3D아이맥스로 봐줘야 한다는 거?)

엔딩 쿠키가 있습니다. 히어로들의 상징물과 함께 출연진이 소개되는 크레딧이 지나면 나오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됩니다. 그런데 거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누군가요? 분명 코믹스에서 비중있는 악당일 것 같은데 말입니다.

+(나중에추가) 검색해보니 마블 유니버스에서 강하기로 손에 꼽히는 빌런인 타노스라고 하네요.

스탠 리 영감님 당연히 등장하십니다. 막판 어벤져스의 활약에 관한 시민들의 인터뷰 장면에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할아버지로 나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