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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reading 100 books

표적 - 엘모어 레너드


표적

엘모어 레너드

(2011, 21)


은행털이범 잭 폴리는 예전 감방 동료 버디의 도움을 받아 탈옥을 감행한다. 다른 죄수들의 탈옥을 이용하려는 작전은 계획대로 흘러가는 듯 보였으나 때마침 업무차 감옥을 찾은 연방 보안관 캐런 시스코와 마주치게 되며 묘하게 꼬이기 시작한다. 탈주를 위해 자동차 트렁크에 함께 들어간 은행강도 탈옥수와 유능한 연방 보안관, 두 남녀 사이에는 묘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1925년 출생이니 이제 90살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현역'이라는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 엘모어 레너드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야 여러 편 봤지만 (이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원작에 있어서 경쟁이 치열할 헐리우드 영화판에서 그의 작품은 최근까지도 꾸준히 영화화 되고 있으니) 책으로 접하기는 처음이다. 이 책 역시 조지 클루니와 제니퍼 로페즈 주연으로 1998년 영화화 되었으며 '표적'이란 제목 역시 영화의 번역 제목에서 따온 듯 하다.

1996년 작품이니 얼추 계산해보면 작가가 70살에 쓴 소설이란 얘기인데 이걸 생각하면 오싹해진다. 빠른 템포와 경쾌한 유머들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까지, 철학을 전공한 고희의 노인이 이런 책을 쓸 수 있다니...


(스릴러 까이꺼 뭐...)

 

이야기는 단순하다. 탈옥 후 다신 감옥에 들어가지 않겠다며 한 건을 노리는 은행강도와 나쁜 남자에게 본능적으로 끌리는 매력적인 연방 수사관의 러브스토리가 음모와 배신으로 가득한 뒷골목 범죄자들의 한탕 계획과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다. 이야기는 복잡하지 않지만 적절히 꼬여있으며 마치 톱니바퀴 마냥 자연스럽게 맞물려 돌아간다. 너무 쉽게 이야기가 풀려 나가서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전체적인 이야기에 유기적으로 융합되면서도 억지스러워 보이지 않게 이런 이야기 구조를 만드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 대가의 내공이 느껴진다.

책 뒷면 추천평에 영화감독 박찬욱의 코멘트가 있다.

'엘모어 레너드가 무슨 노벨문학상 같은 걸 받을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이 집에서 몰래 읽는 작가로 남을 것이다. 인물에 현실성을 부여하고 대화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한 권의 책을 본 것 뿐이지만 그의 의견에 동감한다. 물론 대화 부분은 번역이란 필터를 거쳐왔기 때문에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헐리웃의 소문난 수다쟁이이자 맛깔나는 대사로 유명한 쿠앤틴 타란티노가 그의 소설 럼 펀치를 원작으로 한 잭키 브라운을 제작하며 책속 대사를 그대로 가져왔다는 사실로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그외에 인물의 현실감과 생동감 같은 부분을 살려내는 기술은 이 책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을 대충 둘러봐도 캐릭터가 강한 영화들이다.

범인이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소재들을 다루거나, 문학적으로 순도 높은 문장을 뽑아내는 사람도 좋은 작가겠지만 흔하디 흔한 이야기에서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창출해내는 이런 작가 역시 대가라 불러 마땅할 것이다. 동시에 나에게 하나의 롤 모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