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lancy's critic

비치 슬랩 - 릭 제이콥스


 

비치 슬랩

 

릭 제이콥슨

기술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고 돈까지 모이니 별에 별것이 다 만들어지는 헐리웃입니다. 영화 비치 슬랩은 헐리웃이기에 가능한 괴상한 영화입니다. 그러니까 자기들은 나름 '저예산'이라고 한다지만 쌓아놓은 기술력과 인력 덕분에 그리고 애초에 예산 규모가 다르다 보니 여타 다른 나라에선 꽤 큰 영화를 만들 정도의 예산을 가지고 이런 조잡한 스토리의 괴작을 만들 수 있지 않나 하는거지요.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합니다. 게이지란 남자가 어딘가 숨겨두었을 다이아몬드를 찾기 위해 세 명의 여성이 사막 한가운데 트레일러에 그를 끌고 온 겁니다. 세 여성은 저마다의 비밀이 있고 물론 게이지에게도 비밀이 있습니다.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암투가 벌어지는 가운데 몇몇의 인물들이 더 등장하고 사이사이 각 인물들의 과거가 불과 몇 시간 전부터 몇 달전까지 순차적으로 보여지며 비밀이 드러나는 거지요.


(주연 3인방의 섹쉬한 사진부텀)



아.. 스토리 이야긴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 스토리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한시간 반짜리 거대한 눈요기감을 만들자는 의도가 영화 초반부터 딱 드러나니까요. 헐벗거나 지나치게 타이트한 의상을 착용하신 세 명의 여주인공은 터질듯한 가슴과 잘룩한 허리 늘씬한 몸매를 과시합니다. 그 가운데 스토리 라인에 맞춘 그럴사한 액션/고어 장면이 등장하며 남자들의 환타지를 자극하는 거지요. 심지어 주요 여성 캐릭터는 죄다 레즈 성향이 있고 실지로 그런 모습을 보여줍니다.

피와 살점이 튀어대고 여자들은 헐벗고 두 번의 레즈비언 섹스가 등장하지만 의외로 영상 자체는 과격하지 않습니다. 곧바로 플레이보이 표지에 박아넣어도 될 것 같은 외모와 차림새를 한 여성들이 등장하지만 실지로 심의에 걸릴 만한 부분이 등장하진 않아요 (치부를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아무리 옷의 상반신이 깊게 패여도 그 부분이 보이지 않으면 패션이고 보이면 방송사고인 그 부분마저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고어 장면도 요즘 헐리웃 R등급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디즈니 영화수준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약하고요.

그러니까 영화는 소프트 포르노와 소프트 고어의 협연입니다. 거기에 헐리웃 인디영화에서 자주 다룰만한 스토리가 합쳐지는데 이게 합쳐졌다기 보다는 어중간 합니다. 야심찬 극영화라기엔 너무 장난스런 구석이 많고 포르노나 고어라고 보기엔 너무 소프트해서 심심합니다.

그러니까 대체 이 영화를 왜 만들었는지? 대체 어떤 관객들을 대상으로 잡고 만들었는지 궁금해진다는 거지요. 그냥 소규모 예산으로 대차게 찍고 싶던 것 맘대로 직어댔다는 느낌이랄까요. 영화에서 실지 로케가 이루어지는 건 사막의 트레일러 하우스 한 곳입니다. 그외에 회상 장면으로 등장하는 모든 장소들은 세트에서 블루(그린)스크린을 깔고 찍은 후 합성한 버츄얼 스튜디오지요. 이것도 부러 조잡하게 만들어서 종종 심하게 튀어보이고요. 그 외의 효과들도 조잡하긴 마찬가지라서 요즘 그럴듯한 미드 CG만도 못한 장면도 많습니다. 심지어 몇몇 장면은 그냥 싸구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동영상 보는 것 같았어요. 그러니까 참 싸게 찍긴 했겠구나 싶은 생각이 막 드는 수준입니다.


액션은 의외로 봐줄만 합니다. 영화의 조잡함과 주요 액션을 소화하는 것이 쭉빵 언니들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수준이지요. 후반부에 길게 이어지는 대결 장면은 주연 배우 두명이 스턴트배우인건 아닐까 의심마저 들게 할 정도였어요.

여러모로 괴작입니다. 이 부분이 모자라면 저 부분이 뛰어난데 이게 상보적이 아니라 그냥 그럴 뿐입니다. 전체적으로 스토리는 조잡한데 또 뜯어보면 나름 신경쓴 구석들도 있더라 이거고요. 쓸데없이 퀄리티 높은 포르노 같기도 하고, 필요 이상으로 돈을 쓴 스턴트 배우의 오디션 데모 테입 같기도 하고, 그냥 막 찍은 게임 동영상 같기도 하고 초보 감도이 연습삼아 찍은 인디영화 같기도 하고, 내용따위 중요치 않은 성인 비디오 영상집 같기도 하니까요. 한 영화에서 이 모든 인상이 다 들어가 있다니... 괴작이란 표현 말고 뭐가 좋을까요?

배우들 외모가 뛰어납니다. 게다가 그걸 의도적으로 강조해서 찍기 때문에 영상이 아주... 흠흠..

마지막에 느닷없이 등장하는 메디치나 손자의 인용은 영화의 병맛에 화룡점정을 찍습니다. ㅋㅋ 정말 이런 영화는 사내놈들끼리 식스팩 옆에 끼고서 키득 거리며 봐줘야 할 것 같아요. 아항, 그런 사내놈들을 위해 만든 영화인 거군요. 그런데 그렇다고 보기엔 또 쓸데없이 고퀄이란 말입니다.

(아.. 어쩌다 이리 된겨)